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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그리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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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냥 (220.♡.115.251) 댓글 4건 조회 8,220회 작성일 07-03-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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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아파트앞 화단 꽤재재한 나무가지에서 철쭉 밝은 진홍색이 번져나옵니다.

가까이서 보니 다섯장 손가락을 좌 악 다 핀 녀석이 '봄이 왔어요 이미'하며 웃습니다.

모양낸다고 절단된 나뭇가지 옆으로 살아남은 가지에서 자줏빛 꽃몽오리가 옹글거립니다.

강아지도 뒷발을 한껏 주욱 폅니다.

아침저녁으로 좀은 쌀쌀하여도 바람은 부드러워졌습니다.


봄을 핑계 삼아 마음을 오랜만에 기지개 펴봅니다.

주변 어두운 면만 유독히 먼저 다가간 탓에 봄의 밝음은 잠시 일별로 그치고 맙니다.

살림살이가 날로 팍팍해져가고 있음은 게시판 글 등록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듯합니다.


멀쩡히 배울 것 다배우고 온갖 기능과 능력으로 무장된 사람들도 나이가 젊거나 중년이거나

먹고 사는 모양새가 점점 간단치 않습니다.

새로히 개업한 백반집 주인도 두부부가 모두 학부출신인데도 연신 반찬을 나르고 손님이 오면

고개를 열심으로 주억거립니다.

나 역시도 그 부류에서 도외시 되지 않아 또한 그런 모양새입니다.


젊은이들도 이젠 더 이상 오상순의 담배에 관한 기억과 그의 시를 기억할 수도 없고

기형도의 안개를 읽는다 하더라도 알알이 젖어 내리는 그 맛을 느낄 수 없이 보입니다.

오로지 취직과 더 많은 돈과 안정된 가족만을 원하는 생각 없는 개미가 되기를 처절히

바라고 있읍니다.

시 종교 역사 사상이라는 단어조차 빛바랜 담벼락에 낙서정도로 퇴색되어지고 있지요.


봄이 곁에 오더라도 감성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돈을 억척 같이 번들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세상일이란 지루한 일상과 갑작스런 위기의 절묘한 퍼즐입니다.

또한 매일 조여오는 생존의 고통과 순간적인 쾌락의 부적절한 조화이지요.

발걸음 하나 딛는게 대수롭지 아니하지만 그 발걸음으로 생사가 갈려질 수있습니다.

불안정한 세상이 바로 온전히 우리들 앞에 놓여진 안정된 세상이요 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먹고 살고와 내 앞가림에만 전전긍긍하는 디지탈적인 삶으로 어찌 변화

무쌍한 아날로그적인 자연적인 삶에 대처를 하겠습니까..

풋풋한 감성과 지금여기를 꿰뚫을 수 있는 바른 눈을 가짐만이 균형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아들에게 불만이 많습니다.

오로지 빵빵하게 사는데만 촛점을 가지고 있음을 주욱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인문학의 위기는 아들만 보면 금방알 수 있습니다.

나는 그러히 살지 않았노라며 변죽을 울려도 오로지 좋은 회사 취직이 일차 목표입니다.

내가 잘못 가르쳤다는 문제가 아니지요.

모든 어른들이 공동책임으로 봅니다.

물론 그것이 꼭 나쁘다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중도가 아닌 편향된 삶의 목표를 추구해 나가

는 모습을 보면 언젠간 삶이 그리 녹녹치 않다는 사실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세계의 아름

다움을 못보고 갈지도 모른다는 아타까운 생각이 들 뿐입니다.



이중적을 살아야한다고 봅니다.

낮에는 손을 더러운 물에 기름에 휘둘려도 아침이나 저녁 좀 한가한 시간에 내속에 있는

부처님에게 수인사라도 하여야합니다.

비록 주지육림에 비도덕적인 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나와서는 아니 그러한 척 내 영혼을

돌보아야 선대 조상들과 현인들과 성인이 나를 보아 줄 것입니다.


봄이 오고 있음을 구실로 아들의 성정에 감성이 내려앉길 바랍니다.

나에게 이윽고 '인생이 무었입니까' 혹은 '내가 누구입니까' 라고 아들이 내게 묻는다면

용돈을 두 배로 올려 줄 것입니다.

지혜가 충만하길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균형있는 중도의 삶,이중적인(different) 삶을 살기 바랄 뿐입니다.


지루한 일상을 경배키 위해 내일 며칠간 아내와 여행을 떠납니다.

이미 특별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지요.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내 삶의 밑바탕의 소리에 귀를 기우릴 따름입니다.

무의식의 사무친 갈구와 가슴 아림에 대하여 내가 은혜를 베풀기로 순간적으로

생각을 합니다.

이성적인 헤아림으로는 어림도 없는 행동이다라고 내자신이 다른 목소리를 냅니다.

요즘 돈도 못 벌고 빚도 천지 빽가린데라고...

어찌 제정신으로만 살 수가 있겠습니까.


아내도 지금 여기를 좀은 이해 하는듯합니다.

제정신이 아닌 남편 덕분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댓글목록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122.♡.11.150) 작성일

그냥님, 봄날이 이제는 좀 익숙해져가는 것같기에 그냥님의 글이 올라올 때도 됬는데 하면서 기다렸답니다. 사는 것이 퍽퍽하다는 것이야 이젠 일상적이지만 그가운데 그냥님의 글이 기다려지는 제마음은 동병상련(?)이라고 해도 될까 모르겠습니다. 항상 고맙고 감사하게 읽습니다. 모처럼의 여행 잘 다녀오시고 좋은 글 또 기다리겠습니다.

메주님의 댓글

메주 아이피 (125.♡.61.150) 작성일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균형있는 중도의 삶,이중적인(different) 삶을 살기 바랄 뿐입니다. (펌)
그냥님이 던져주신 오늘 제 화두입니다.      --()--

진영님의 댓글

진영 아이피 (58.♡.246.17) 작성일

님의 글속에 완연한 봄을 느끼네요.
님의 글이 저의 마음에 평화를 주네요.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영선님의 댓글

영선 아이피 (61.♡.204.183) 작성일

그냥님의 글을 읽다보면 언제나 잔잔한 감동과 함께 서정성이 물씬 넘쳐 참 편안하게 잘 읽힙니다.
전 글을 잘 쓰지도 못하고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 짧은 코멘트 조차도 잘 안써는 편인데
이번 글을 읽다보니 괜히 한 마디 달고 싶어지는 군요.

인간은 누구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개체적 존재의 특징으로써 크게 나누어 보면 몇 가지 유형의 꼴이라
할 수 있는 인격(人格)의 유형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우리가 '꼴갑한다'라고 할 때도 그 사람의 인격의 유형의 값을 한다라고 보면 되겠지요.
어떤 사람은 규율/원칙추구형에 가까운 사람이 이 있는가 하면 창조/개척지향형에 가까운 사람도 있고,
리더/목표지향형, 완벽지향형, 예술/이상주의형, 화합/조력추구형, 현실주의형, 헌신/박애주의형,
독창/창의지향형, 감성/낭만주의형 등의 유형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한 가지 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2~3가지가 겹쳐서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냥님의 글들을 읽어보노라면 그냥님은 누가 보더라도 감성/낭만주의형에 가까운 분이라는 걸 쉽게 느낄
수 있고 그러한 달란트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게 하는 마음과 글을 잘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그렇듯이 아드님 역시 아드님만의 독특한 인격이 있을 것이고, 그 꼴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잘 살릴 수
있도록 더 많이 사랑해주고 격려를 해주면 그이는 커서 또한 그이만의 향기로 세상을 아름답게 잘 살아가
겠지요.
대체로 감성/낭만주의형들은 리더/목표지향적인 형이나 현실주의형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러니 그냥님의 아호에 맞게 아드님을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봐주심이 어떠실지^^
감성이나 낭만이 좀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고, 돈이 엄청 많으면 더 좋고,
이러한 모든 개체적 자기가 이미 있는 그대로 완전하다는 걸 깨달으면 더 좋고....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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