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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부랑이 잡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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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냥 (59.♡.98.249) 댓글 3건 조회 4,992회 작성일 07-05-0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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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일

좋은 일이란 우리가 그냥 지나쳐 버리는 일상의 똑같은 반복속에 숨어있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다를 바 없다면 그는 행복할 수 있다.
새로운 그 무엇, 오늘 보다 나은 내일,성공할 수 있을 모든 계책,고통으로 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 등을 찾지 아니하고 마치 소 닭 보듯 한다면 그는 평안심을 유지 할 것이다.

아내가 얼마전 부터 나에게 무언가 암시를 하고 있었다.
음력 3월 부터 나에게 크나큰 기회가 오며 따라서 돈도 많이 들어 올 것이다라는 주문을
모처로부터 접수 받고 기대에 가득찬 눈으로 나의 일상사를 눈여겨 본다.

듣는 나도 기분은 좋다.
지금보다 좀 나아지는 살림살이는 모두가 원하는 바이다.
허나 3월 중순이 지나가도 아무런 낌새가 보이지 않으니 아내가 이상하다라고 고개를 모로돌린다.

나는 이미 그런 이야기를 듣는 순간 삭제하여 휴지통으로 자동 폐기를 시킨다.
잘 될 것이다라는 희망과 믿음의 힘으로 하루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짐이 범부의
소일거라이나 나는 이미 체험한 사실이 있다.
미래는 불확정적이고 불가지하며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불확실한 사실에 내 마음을 빼앗기고 싶지는 않다.
하여 나는 하루를 빈둥거리며 큰 사건 사고 없이 오늘을 지워 나가는 행위에 마음을
의지하고 또한 존재하고 있음에 누구에게라도 감읍할 따름이다.

아내에게 넌지시 아침에 좋은일이 생겼다라고 말하다.
아내는 눈이 동그래진다. 뭔데요....
내가 이리 아픈데 없이 멀쩡하고 오늘 먹을 밥이 있고 잘 집이 있고 아이들은 그런데로
무탈하게 잘지내는 이것이 좋은 일이리고.


2. 병아리

500원 짜리 병아리를 사무실 주변에서 주웠다.
어린아이가 장난삼아 사닥 그냥 버린 모양이다.
그 삐약거림이 내 머리를 쫏는다.
박스를 급조하여 집을 만들고 물을 주니 처음엔 물인지도 모른다.
내가 검지로 물을 톡톡치니 대뜸 와서 내손을 물다가 종내는 물을 마신다.
고개를 위로 주욱 하늘 보며 잘도 마신다.

퇴근후 집으로 데려오면서 어내의 못마땅한 눈길을 의식치 않을 수없다.
이넘이 내손 안에서만 안정을 찾고 조용한데 혼자 두어두면 70데시빌 이상의
소리로 온 집안을 흔든다. 내 불안이 가중된다. 아내의 흰눈이 부담스럽다.
마침 아내가 사놓은 좁쌀이 있어 뿌려 주니 잘도 먹는다.

'아이고 얼라다 얼라.. 그 병아리 키울라고 데리고 왔소 아이고 참내'
나를 초등학교 2학년 정도로 취급을 한다.
허나 이는 단지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며 또한 나의 본능이다.

다음날 아침 다시 사무실에 데리고 와선 고민에 잠겼다.
이 귀여운 병아리의 행복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하나 망설이다가
박스 위에 '병아리 키우실 분 가져 가세요' 라고 써 부쳐 사람들 잘 다니는
보도옆 숲에 놓아 두었다.
도저히 그 삐약거림소리로 사무실에선 키울 수 없는 노릇이다.

몇가지 일을 처리하고 한두시간후 병아리 놓아둔 곳을 가보니 상자만 덩그라니
있고 병아리만 온데 간데 없다.
누군가 키울 사람을 위해 좁쌀도 한봉지 넣어 두었는데....
한참을 기웃거리며 찾았으나 종적을 알 수 가 없었다.
그순간 까치가 한마리가 근처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혹시나 저넘이 병아리를..
내 불찰로 병아리의 삶이 하잖게 되었을런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며칠간 내마음이 불편하였다.
500월 짜리 병아리도 생명인데 그생명을 내가 가볍게 다스렸다는 기억이 한참이나
나를 불편하게 할 것이다.

혹여 생을 마감하였다면 그넘과 짧았던 동거였지만 명복을 빈다.


댓글목록

광수생각님의 댓글

광수생각 아이피 (211.♡.132.19) 작성일

그 짧았던 한 순간

인연...

병아리의 명복을 빕니다...()...

길손님의 댓글

길손 아이피 (219.♡.86.47) 작성일

아! 그랬군요,
모르죠 병아리와 좁살을 누군가 가져갖을지 어디선가 열나 울어대며 살고있을지.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122.♡.11.190) 작성일

그냥님의 글은 언제나 평온하고 잔잔하며 읽는 제 마음까지 안온해지게 합니다. 늘 사랑이 가득하신 분이시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때론 이런 멋진 글을 써내려가시는 내공은 어디서 길러지신 것일까? 하고 생각도 해본답니다. 늘 감사히 읽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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