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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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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220.♡.1.215) 댓글 1건 조회 8,173회 작성일 07-05-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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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초등학교에서 캠페인을 하고 있을 때 벌어진 일이다.

학교 내의 병설유치원입구 앞 쪽을 보니,

꼬마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한 아주머니로부터 핀잔을 받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들을 나무래는 아주머니는 유치원 선생님은 아닌 것 같고,

안에서 밥을 해주시는 분이나 청소를 해주시는 분인 듯이 보인다.


아주머니는 뭐라고 잔소리를 하더니

아이들의 머리를 유치원 반대쪽으로 툭 밀어 내고 이내 교실로 들어간다.

누나와 동생 사이로 보이는 아이들은 그 앞에서 표정이 굳어지고 어깨가 늘여 지더니,

찔끔찔끔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간다.

굳은 표정의 아이들이 교문 앞쪽으로 나가려 할 때 나는 아이들을 불러 세웠다.


‘얘들아. 왜? 그래?’


‘... 집에 가래요’


'왜?‘


‘...’


아이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잊지 못한다.


‘괜찮아 말해봐’


‘... 머리에 이가 있다고 집에 가래요.’


무슨 말인지 잠시 이해가 안 된 상태에서 아이의 머리를 보니 하얗게 뭐가 끼어 있는 것이다.

그랬다.

아이의 머릿속에는 ‘이’가 있었다.

몸이 지저분하다고 유치원에 들여가려는 아이를 그 아주머니는 그 앞에서 돌려보낸 것이었다.


아이에게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한 후에 교장실로 찾아 들어갔다. 좀 화가 났지만,

이를 가라앉히고 교장선생님께 차분히 말씀 드리니,

사태를 확인해 볼 수 있도록 교감선생님을 동반시켜 주신다.


운동장을 가로질러서 다시 정문 쪽으로 가다보니 다행이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을 얼러주면서

교실로 데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꼬마 아이의 눈에서는 이미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상황을 들어 보니, 아이들의 머리에 이가 있어서 안에서 다른 친구들에게 계속 옮기고 있단다.

그래서 아이들의 부모님에게 몇 번 말씀 드렸는데도

제대로 신경을 안 써서 계속 그 모습으로 보냈단다.

가난한 집에서 생계를 잇기 힘든 부모들이 아이들을 무심하게 대했던 듯 싶었다.


이러자 그곳에서 밥을 하시는 아주머니인지 뭐하시는 분인 줄은 몰라도,

아이들이 또 머리가득 ‘이’를 담아가지고 온 것이 화가 나서

문 앞에서 그렇게 아이들을 쫓아 보냈던 것이다.


부모들의 무심함과 그 아이들의 감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쌀쌀 맞게 박대한

그 아주머니에 의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그 아이들이 받았던 상처가 얼마나 컸을까...


뭔가 ‘더러운 것’이 자신의 몸에 있다고 어른들이 이야기하고,

그것을 친구들에게 옮음으로 인해서 유치원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터에,

집에 있는 아빠 엄마도 신경을 안 써 주고,

무서운 아주머니에 의해서 원하지 않게 유치원 쫓겨 나야할 처지에 놓였던

그 아이들이 느껴야 했던 ‘아픔’은 어떤 것이었을까?


자...

그러나 난 이 이야기를 그들의 ‘부모’의 무심함과

쌀쌀맞은 표정으로 거침없이 아이들을 돌려 보냈던

아주머니의 몰인정을 지적하는 것으로 매듭 짖고 싶지는 않다.


그들의 부모 또한 얼마나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살아서 무뎌졌으면 자신의 자식들이 유치원에서

수모를 당할 현실에 조차 무감각히 대응했을 것이며, 그 아주머니가 아이들을 쫓아 보낼 때 보인

그 아무런 배려가 없는 무표정 또한 얼마나 많은 세상으로부터의 상처의 흔적이겠는가?


이것은 ‘부족한 자원과 기회’의 세계에서 - 하나라도 더 갖고 높아지려는 우리들의 욕망이

사회적으로 구조화되는 과정에서 그것을 ‘성취’하지 못해서

‘낮게’ ‘빈곤하게’ 살아야 하는 이들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아픔이 아닌가!


즉, ‘지금’ ‘여기’에서 내 자신이 세상을 배려하고 감싸 앉지는 못하고, 하나라도 더 갖고 높아지려는

일방적인 욕망의 결과가 모여진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나마 교감선생님과 유치원 교사선생님이 상황을 잘 파악하시고 일을 마무리 해주셔서 다행이었다.

...

돌아가면서 생각하니 내가 일처리에 있어서 너무 사려 깊지 않게 행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늘하게 굳은 표정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아이들을 잡아 세워놓고 상황을 파악했으면,

우선 달래주고 기분을 풀어주는 것이 순서였다.

하지만 나는 내 특유의 저돌성을 내세워서 ‘문제’만 처리 하려 나섰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교문 앞에 그렇게 멀뚱히 세워놓고 교장실로 찾아갔었다. 참으로 어리석은 발상 아닌가?


‘인간과 자연을 사랑해야 한다’고 끝없이 ‘앵앵’거리며 아이들에게 스티커를 나눠주는 사람이

정작 인간은 사랑할 생각은 않고,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조금만 생각이 있었다면 교장실에 찾아가기 전에 한발 앞에 있는 가게에 가서 과자하나라도 사서

아이들의 손에 들려줘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결과로 결국 교무실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감선생님을 데리고 왔을 때에는

이미 아이가 서럽게 울면서 상황이 막바지로 치달았던 것이었다.


짐을 챙겨 매고 돌아가는 길에 자꾸 아이들 모습이 떠 올랐다.

기가 죽어 어깨가 축 쳐진 두 꼬마 아이들이 눈물 찔찔 거린 것을 떠올리니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이미 그 아이들의 실존에 벌어진 일이니 어찌 되돌리겠는가?

나는 부디 그 아이들이 그 아픔을 마음 깊이 간직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 쓰라린 아픔으로 깊이 패인 그 마음으로, 타인을 더욱 깊이 담아 감싸 안고

사랑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날은 내가 태어나서 아이들을 꼭 껴안아 내 온기를 전해주고 싶었던 첫 날이었다.

나에게 온기를 전할 능력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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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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