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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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리 (218.♡.76.116) 댓글 2건 조회 12,425회 작성일 07-05-13 21:37본문
일전에 메주님이랑 또 어느 님께서 우리 아이 학습방법 공개하라고 압력 넣으셨지요?^^
자..공개, 공개합니다.^--^
(아, 물론 메주님께서는 더욱 잘하고 계실테지만..서로 정보도 공유하구요..^^)
음..일단 아들 놈이 둘 있는데, 성적은 둘이 합해서 평균으로 나누면 중간 정도 입니당~ ㅋ..
작은 놈, 공부,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단, 모든 사교육 다 중지했습니다. 중 3인데 완전히 스스로 학습법에 돌입했습니다.
조금 불안한 마음 없지 않으나 해 볼려구요. 사교육 선생님이 이제는 더 이상 과외 졸업하라고 하시데요..양심적인 선생님 이시죠.
초딩 6학년 까지는 전과목 학원에 다녔습니다. 그리고 영어 전문 학원에서 원어민과 좀 했구요, 전화 영어 하면서 회화에 익숙해지도록 했었죠.(생각해 보면 그다지 불필요한 공부였던 것 같아요) 6학년 2학기부터는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전 과목을 학원에서 다 봐주니 오히려 문제해결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해서 학원을 끊고 수학만을 했었죠. 영어는 문법책(맨투맨과 성문기초 그리고 성문 기본)을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시켰더랬습니다. 6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는 혼자 암기과목을 정리해서 할려고 하니 익숙하지 않았는지 성적이 조금 덜 나왔습니다. 그러나 곧 학기말 고사에서 제자리를 찾더군요.(아이가 기본적으로 매우 성실합니다.)
영어문법은 선생님과 하면서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서 두레출판사던가, 하무튼 영어소설을 아이보고 골라라고 했습니다. 노인과 바다, 러브스토리, 어린왕자, 뭐 그런 책들이였습니다. cd가 부록으로 딸려 있었는데, 책이 이해가 되면 cd를 귀에 들어올 때까지 무조건 들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무조건 듣더군요..귀에 들릴때 까지.-.- 그러면서 듀오 3.0인가 하는 책이 문장이 쉬우면서도 하루에 한 문장씩 외우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더군요. 그 책을 사서 아이보고 매일 매일 외우라고 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체크만 해 주었습니다. 그 책에 나오는 문장은 완전히 다 외었습니다.(지금 생각해 보니 매우 도움이 되었다는..)
수학은, 특목반에 다녔는데 두달 정도 다니더니, 못다니겠다고, 진도만 엄청 나가고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니고 더 헷갈린다고...이때부터 저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마침 제가 아는 선생님이 멀리서 과외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 선생님과 계속 통화를 하다보니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절박함이 올라오더군요. 그래서 그 선생님과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좀 특별하게 수업을 하시더군요. 수학과 영어를 함께 하시는 선생님이신데, 수학과 영어를 일주일에 한 번 가면 동시에 하고 옵니다. 사실은 과외를 한다고는 했지만, 실질적으론 혼자하는 공부를 서서히 훈련하고 있었지요. 일요일 하루 빼고는 스스로 독서실에 가서 해야만 했으니까요. 수학은 무조건 예습을 해 와서 시험을 칩니다. 그리고 질문을 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하시더군요.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치열하게 혼자서 고민한 부분이 해결되니 오히려 실력이 부쩍 는다는 느낌, 그리고 매우 깊어진다는 느낌이 들더군요.(생각해 보면, 정석을 배우지 않은 부분도 혼자 풀어낼 수 있는 것도 이렇게 훈련한 까닭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비오는 어느 날, 아이를 태워서 공부를 하러 가는데, 유리창에 습기가 차서 뿌옇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유리창에 낙서를 하듯이 보였어요. 그런데 막 도형을 그리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을 하데요. 그래서 제가 너, 뭐하냐? 그랬더니, 깜짝 놀라며..음마야..내가 지금 머하노..;; 그러더군요. ㅋㅋ
그러면서 하는 말, 엄마, 수학은 증.명.이예요. 그러더군요...
그리고 영어는 초원의 집이라는 원서로 했습니다. 해석을 해오게 하고 그리고 문장을 외운 것을 또 시험을 칩니다. 보통 다른 학생들은 한바닥을 기준으로 외우는데 울 아들은 세 바닥 정도 외워습니다. 어느 날은 일곱 바닥 반을 완벽하게 외워냈을 때, 선생님께서도 놀라셨어요. 무서운 놈이라고. 아이는 한겨울에도 영어 외우기에 들어가면 반팔 티를 입고 불이 들어오지 않는 베란다에서 중얼중얼 외웁니다. 그렇게 영어원서를 통째로 한 권을 다 외워습니다! (저도 한 때, 글에 관심이 많아서 좋은 문장이 나오면 무조건 외우는 버릇이 있었더랬습니다. 그러한 습관이 글 쓰기에 도움이 된다는 걸 체험으로 알기에 영어원서를 외운다는 것이 앞으로 에세이를 하는데 있어 굉장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그러면서 동시에 선생님과 문법을 다시 공부 했습니다.
요즘은 문법이 시험에 잘 안 나온다고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거, 그러면 절대 안됩니다. 문법이 탄탄해야 에세이도 되고 말도 되고 정확한 독해가 되는 것이지요. 요즘 아이들, 영어 그렇게 해도 허약한 영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문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선생님은 단어를 절대 따로 외우지 못하게 하더군요. 그대신 영어소설을 자꾸 읽히게 했습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문법, 단어, 다 나온다구요. 그러나 단어를 따로 외우지 않았기에 단어실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정말로 아이가 영어를 좋아하고 정말 잘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선생님 말을 들어라고 하시데요..그래서 듣기로 했습니다. 요즘 아이들, 학원에서 단어, 수십 개 씩 혹은 수백 개 씩 외우고들 있죠. 무론 체질에 맞는 아이는 상관 없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영어에 흥미를 잃게 하는 지름길이 아닌가 지금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너도나도 다 하는 토플이니 텝스는 어떡게 하느냐구요? 안했죠, 뭐...ㅎㅎ 저는 지금도 나 자신이 참 대견스러운게,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진정 아이를 위하는 공부의 길로 안내를 하자... 공부 좀 하는 엄마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 우리 아이, 토플 점수 몇 점이예요..입니다.
저는 특목고에서 토플이나 텝스 점수를 요구한다는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중학생인 아이들에게 학부 전문용어들로 가득찬 공부를 시키는 것 자체가요. 그래서 저는 어디가서 우리 아이, 공부, 잘한다고는 표현 못합니다. 왜냐하면 실적이 없으니까요. 그대신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요. 굳이 실적이라면 한국과학수학올림피아드에서 전국 중등부 본선 89등 했구요, 지금은 경남에서 30명 뽑는 과고 영재반 수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수학 10-가를 실력정석으로 거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졸업하라고, 혼자서도 실력정석으로 풀 수 있다고 해서 과외, 졸업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온전히 혼자 하는 공부로 들어갑니다. 풀다가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카이스트 수학 동호회에 들어가서 질문을 하더군요. 혹시수학잘하시는분계시면, 울아들 좀가르쳐 주세요.(주소: http://talent.kaist.ac.kr 질문자, 박재우)
영어는, 쉬는 시간엔 영어 소설을 읽지요, 재밌다고! cnn방송을 들으며(아직은 절반 정도 이해한다고 하네요) 세계날씨까지 아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고 좋아라 합니다. 매일 한 시간 씩은 보지요. 영어 에세이는 제가 오정희 님 소설 중 영어로 번역 되어진 책이 검색해 보니 있더군요. 그래서 그 책을 주고 혼자서 에세이 시켜보고 그리고 영어문장과 비교해 보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혹시, 한국소설 중 영어로 번역된 소설이 있으면 소개 좀 해 주세요. 황석영 님 소설도 있다고 들었는데 알라딘, 교보에는 없더군요. 에세이도 일 년 정도 지도를 받았는데(에세이를 지도할 만한 선생님은 드물더군요.),그때 선생님이 하시는 방법보고 배웠습니다. 선생님은 미국 최고 단편소설을 한국으로 번역하셔서(단, 아이들이니까 영어로 번역하기 좋게 번역하셔서) 영어로 번역하게끔 훈련시키시고, 그리고는 아이가 번역한 문장을 원서와 대조하게 해서, 아이로 하여금 굉장히 영어를 잘한다는 자부심을 자연스레 심어주시더군요.실제, 아이가 원서와 거의 비슷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볼 때, 저도 굉장히 놀랬습니다. 그리고 제가 김윤님 근황에 대해 궁금했던 것도 이제부터 아들이 혼자 에세이도 해야 하고 하는데, 혹시 하다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도움을 좀 받을까..생각했더랬죠..^^(뻔뻔..)
아무튼, 저는 이렇게 공부 시키고 있습니다. 요즘은 아이가 중 3인데도 오히려 한가합니다. 아이를 보고 있으면 음..지금은 충전하고 있는 중이구나..생각하죠. 아니면, 제가 요즘 너무 늘어져 있어서 아이도 같이 늘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어쨌든, 진심으로, 엄마로서, 우리 아이가 정말 공부가 좋아서 공부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공부를 근간으로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너무 행복하겠습니다.
앞으로의 길은 멀지만, 어쩌면 어떤 다른 변수가 올지라도 온전히 아이의 상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부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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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님의 댓글
메주 아이피 (125.♡.61.130) 작성일
정리님, 고마운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공부가 좋아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둘째아드님의 정황이 그려집니다.^^
매번 느끼는 바이지만 댁의 아드님들은 멘토로 어머니를 두었슴에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는 것입니다.
저도 요즈음 어미로서 슬슬 불안감이 밀려오던 중이었는데(정리님
경우와는 다른 것이예용) 나름대로 제 생각을 정리(?)할 귀중한 글
잘 보았습니다.^^
이곳 일산은 흐리고 바람이 제법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그래도 좋기만한 봄날입니다. ----()----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218.♡.76.116) 작성일
쓰다보니 울 아들 공부 잘 하는 자랑하는 형식이 되었네요..;;
마음이 하도 산란해서 관심을 좀 돌릴려고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도 모르고 그냥 적어봤어요..
푼수같은 행동일까 아닐까를 고민하는 그 자체가 다른 괴롬을 조금 잊게 하는 효과도 있었네요..ㅋ..
메주님은 참 온화한 엄마일 것 같다는...생각.
누군가 지적했지만, 제가 감정의 기복이 좀 심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다지 좋은 엄마는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안정감인데......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김윤님. 제가 과한 욕심을 냈습니다.ㅠ..ㅠ(심각하게 부탁할 생각은 아니였지만..)
말이 안되는 이야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