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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중 초판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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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영훈 (211.♡.81.132) 댓글 0건 조회 6,132회 작성일 07-05-1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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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은 이현주 목사님의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라는 책의 초판 머리말입니다.

내용이 비원님이 가르치는 뜻과 같아 실어 봅니다.

역쉬 진리는 하나인가 봅니다.


선생님(장일순)과 나는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을 읽어가며 그 ‘본문’을 주석註釋하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당신의 ‘말씀’으로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그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바가 무엇인지, 그걸 알아보고자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 그의 ‘말씀’이 손짓하고 있는 자리에 석가와 예수, 두 분 스승이 동석해 계심을 알게 되었다. 그분들도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는 진지하고 따뜻하고 간곡한 ‘말씀’을 서로 나누었다. 그러면서 자리를 함께한 우리 모두가 ‘한 몸’ 이라는 사실에 문득 소름이 돋기도 했다. 아울러 현실의 두터운 어둠을 찢고 동터오는 새벽 빛 줄기를 얼핏 훔쳐볼 수도 있었다.

이 책에는 독자 여러분이 명심해 둘 만한 문장이라곤 단 한 구절도 없다. 읽으면서 동감되면 고개 한 번 끄덕이고, 이야기가 잘못됐다 싶으면 고개 한번 젓고, 그렇게 읽은 다음 지워버리기 바란다. 다만, 우리가 ‘말씀의 뗏목’을 타고 가서 닿으려고 한 저편 언덕을 독자들께서도 함께 바라본다면,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에 동승하여 그곳을 함께 향할 수 있다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책을 내는 마당에 더 무슨 바랄 게 없다.


道冠儒履佛袈裟 도가의 관을 쓰고 유가의 신발 신고 불가의 옷 걸치니,

會成三家作一家 세 집안이 모여 한 집안을 이루도다.


가톨릭 신자이신 선생님과 개신교 신자인 나는 결과적으로 부대사傅大士의 이문장에서 ‘유儒’를 빼고 그 자리에 ‘기독基督’을 넣은 셈이 됐지만, 짠맛이야 어느 바닷물이 다르랴? 공자께서도 크게 웃으시리라.


세계는 하나다.

인간도 하나다.

그러므로 우리의 소망 또한 하나다.

1993년 3월 1일

관옥목인觀玉牧人 이 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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