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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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3건 조회 5,687회 작성일 07-06-12 11:32본문
내 의식의 지층을 단면으로 짤라 보면, 무엇인가 단절된 지반에 어떤 암모니아
갑충같은 원시 생물의 화석 하나쯤 박혀 있지 않을까.
나는 무척 과거퇴행성 회고주의자이다. 특히 제 2차세계대전의 변방에, 경계에
고착되어 있다.
고착되어 있다.
그 시대의 사람은 어떠했을까. 무척 단순하고 강인하며 어리석고 또한 인간다웠다.
요즘 우리들은 영리하고, 나약하고, 계산적이며, 자아의 개인성 속에 함몰
되어 있다.
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나는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에 무척 보수적 경향을 띤다.
유행이 싫고, 대박이 어렵고, 몰아적 감각에 무디다.
유행이 싫고, 대박이 어렵고, 몰아적 감각에 무디다.
그러다 보니 음악과 미술, 영화를 리바이벌하여 계속 본 것만을 바라보게 된다.
닥터 지바고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눈(snow)은 모두 밀랍이나 대리석 가루로
만든 인공설이다.
만든 인공설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자세히 보면, 모두가 차가운 눈에 젖어 있거나
얼음 물에 방금 잠겼다 나오듯 하다.
얼음 물에 방금 잠겼다 나오듯 하다.
그것은 영화가 러시아에서 촬영 된 것이 아니라 따뜻한 스페인에서 만들
어져, 등장 인물들이 땀을 비오듯 흘린 것이다.
어져, 등장 인물들이 땀을 비오듯 흘린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그것이 모두 차갑게 보인다. 청백 토운의 힘일까.
라라와 지바고는 음영의 실루엣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몸과 얼굴을
그늘 속에 가리고 그들의 눈(eyes)만을 밝게 빛에 비추어......
그늘 속에 가리고 그들의 눈(eyes)만을 밝게 빛에 비추어......
어쩌면 영화 전체가 또다른 눈 빛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영화 전체가 어둠 속에서 진행되다 갑작스레 환한 빛으로 확산하여
흑백영화처럼 어둠과 빛의 강한 콘트라스를 두들어지게 만들었다.
흑백영화처럼 어둠과 빛의 강한 콘트라스를 두들어지게 만들었다.
아버지 찰리 채플린의 선한 눈매를 빼다 박은 정실 부인 또냐.
또냐는 과거의 공통 분모이며, 현실이며, 삶이며, 아내이자 아이의 어머니이다.
지바고는 또냐를 사랑한다.
라라는 운명이며, 정열이고, 미래의 꿈이며, 세 남자의 정부이고, 모험이자
죄악이고, 또한 달콤한 낭만이다.
죄악이고, 또한 달콤한 낭만이다.
지바고는 라라를 사랑한다.
지바고에게 또냐와 라라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하냐고 물어본다면.
차라리 자기가 죽든지, 아니면 차라리 둘다를 부인해야만 할 것이다.
지바고는 재미 있게도 직업상 의사 이자 시인이다.
의사의 신분으로 지바고는 또냐의 세계 속에 있다.
시인의 몸으로 지바고는 라라의 세계 속에 있다.
시인의 몸으로 지바고는 라라의 세계 속에 있다.
삶에서 이탈과 변주과 더 아름다워 보이듯이......
지바고에게 라라는 해바라기며, 라라의 금빛 머리결처럼, 라라가 존재하는
곳에 언제나 노란 꽃이 피어나거나 남는다.
곳에 언제나 노란 꽃이 피어나거나 남는다.
또냐와 라라를 동시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남자.
둘 다를 사랑하는 것이 정상인가.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게 인생인가.
지바고는 이중선율의 인생 변주를 선택하였고 그의 여린 심장은 이것을
견뎌내지 못했다.
견뎌내지 못했다.
'깨달음'이 라라와 같은 이상적 사랑과 만족이라면 우리는 함께 도주를 꿈꾼다.
'일상과 현실'이 또냐와 같이 그것이 진정한 삶이라면 우리는 불만족하지만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한 번은 그러 하고 싶듯이
라라의 테마가 울려 퍼지는 봄의 평원에서 노오란 꽃의 금빛 광휘에 휘감겨
바람처럼 이 지상위를 거침없이 떠올라 창공에 휘날리고 싶어 하지 않는가.
바람처럼 이 지상위를 거침없이 떠올라 창공에 휘날리고 싶어 하지 않는가.
댓글목록
길님의 댓글
길 아이피 (125.♡.4.146) 작성일
기억에 남는 장면들...
지바고가 엄마을 장례를 치르고 난 날 밤
바람에 나무가지가 유리창을 때려 잠에서 깨어나 창문 밖을
바라보는 어린 지바고의 눈...
전장에서 라라와 헤어질 무렵 병원탁자위 꽃병의 해바라기잎이
하나둘 떨어지며 장면이 전환,
바리키노에서 봄이 찾아와 유리창에 녹아내리는 눈의 결정체에 클로즈업 하며 장면이 전환,
시골 도서관에서 라라를 우연히 만나 밴취에 앉아 이야기 하고 있을 때 휘날리는 낙옆들...
데이비드 린감독의 영화마다 보여주는 장면전환의 기술은 모든 영화의 교과서 같은 것이라고 하지요...
본지풍광님의 댓글
본지풍광 아이피 (222.♡.169.122) 작성일
영국의 명감독이죠 <데이빗. 린> - <콰이강의 다리>와 또 하나의 걸작(대작)이 있는데 ?
아시는 분 ?
길님의 댓글
길 아이피 (125.♡.4.146) 작성일
70밀리 스펙터클의 대명사 -아리비아의 로렌스
린 감독의 최고 작품이라고 평하는 사람이 많지요.
스탠리 큐브릭은 자신의 소망이 이영화에 버금가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고
제임스 카메론은 영화의 관한 모든 것이라며
영화감독들의 교과서 같은 영화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