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본지풍광님, 길님 : 아라비아의 로렌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8건 조회 5,258회 작성일 07-06-12 19:34

본문


사람들은 데이비드 린 감독의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기억하고 있다.
고고학을 전공한 영국 젊은이가 중동의 사막에 가서 민족 독립전선에 가담하여
숱한 전설을 남겼다. 최근 국내에서 지혜의 일곱 기둥이란 두꺼운 그의 저서가
번역되어 관심을 다시 여는 듯하다.
사실 로오렌스라는 인간을 이해하기에는 그에 관한 지나친 이미지의 모자이크가
많아, 그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무척 힘든다.
허리우드 영화에서 신비의 이방인으로 그려진 로렌스.
영국 제국주의의 후방 공작전에 참여한 스파이.
중동과 사막에 매료되어 아랍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낭만파.
그는 조작된 영웅일까, 인간 정신의 지평을 넘어선 신비주의자 일까.
인간 로렌스는 어떤 사람이였을까.
특히 그에게 주목할 만한 무엇이 있을까.
그는 내가 알기론 '고통'에 관한 가장 강한 인간이였다. 인간 육체의 고통을
그 처럼 초월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는 육체의 극한을 넘나들었다.
그는 어떻게 육체적 고통에 극도의 한계치 이상을 보여 줄 수 있었을까.
촛불에 손가락을 집어 넣는 내기를 하였을 때, 중동인들은 순간을 견디지
못했다. 로렌스는 촛불에 손가락을 넣고 지글지글 타오를 때까지 참을 수
있었다. 당신은 어떻게 그것을 할 수 있습니까?하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정신으로 어떤 스위치를 켜고 끌 수
있습니다.
모진 고문과 혹독한 사막에서 그가 보여준 육체의 초월 능력은 많은 이야기로
남아 떠돈다.
또 한 가지 그의 특이한 점은.
그 당시 로렌스는 너무도 유명한 유명인이였다. 오늘 날이라면 전 세계의
슈퍼 스타급 반열에 들 정도로 그는 세계의 주목을 당대에 받았다.
하지만 그의 전 생애 절반은 아무도 모르는 무명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처절하게 살았다. 그는 자신의 이름, 존재, 가치.....그 모든 것을
지우려고 애썼다. '유명'에서 끊임없이 달아나고 은신하고 변장하려한
그는 세속의 명예나, 인기나, 관심에 아무런 미련도 없었다.
육체적 고통과 무명인으로 살고자 한 거의 광기에 가까울 정도의 집착을
보인 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는 정신적으로 니힐리즘의 극단, 사막에 서 있었다. 눈부시게 반사되는
태양빛과 노란 모래사이로 베두건에 낙타를 타고 끝임없이 저 無의 세계
속으로 그는 걸어 들어가고자 하였다.
그가 결국 그의 영혼을 머물고 쉴 수 있게 하는 곳은 죽음이라는 오아시스
뿐이였을까.
현대인은 고통에 약하다. 아니 웰빙이라는 것도 죽을까, 아플까 벌벌 떠는
우리 공포를 근간으로 자라난다. 조그만 고통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두려움이
우리를 차츰 나약하게 만들어 간다.
옛날 여자들은 밭에서 김을 매다가 산통을 느끼면 집에 들어가 몸 한 번 틀고
애기를 낳고 잠시 방 안에서 쉬었다가 음식을 장만하고 다시 나와 일을 했다.
이런 삶이 동서양의 그냥 보편적 삶이였다.
하지만 요즘 여자들이 출산에 대해, 그 고통에 대해 가지는 공포를 생각해 보자.
문제는 우리 모두가 이 처럼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져 버렸다는 것에
있다. 이상하게 문명에 의존하면 할수록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져 간다.
그리고 이 인생이란 연극의 무대에서 사람들은 모두가 쇼쇼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조작된 삶을 기껏이 살려고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돌아가
대면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허무주의자에다, 과도한 자아편집증을 앓았다.
그러나 그의 삶이 보여준 특이성에서 우리가 배워 볼 만한 것도 있지 않을까.
여행과 모험을 사랑한 한 소년이 자라나 영겁회귀한다는 사막에서 그가 보았던
인간, 인생, 진실은......모든 게 덧 없다는 것. 그의 초월적 힘이 나온 곳.
아마도 그가 가장 멀리 떠난 곳은 '정신'이란 낯선 나라가 아니였을까.

댓글목록

그래도님의 댓글

그래도 아이피 (203.♡.145.114) 작성일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요?

길님의 댓글

아이피 (125.♡.4.146) 작성일

감탄사는 생략합니다.

실재인물을 묘사했단 애기는 알고 있었지요.
모든게 그러하듯 사실 영화내용도 철저히 서구문명을 우위에 두고
로렌스의 사막인생을 신화스럽게 그려놓았지요.

현대인이 약해 빠진 것은 자연에서 멀어져
인공 문명에 기대 살다보니 당연한 것이지요.
인간이 쓰다버린 슬럼화가 된 도시를 한번 보세요.
그것보다 더 추악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편집증이 행동으로 구체화 되었을때...
가끔은 기적적인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행동하는 허무주의자는 상당히 매력적인
컨셉으로 느껴지는 군요...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꿈꾸고 싶은 아라비아의 로렌스 아닙니까?

무시기님의 댓글

무시기 아이피 (203.♡.145.114) 작성일

그 누가 증오하는 먹물이 여기까지 번졌구랴~~~ㅋㅋㅋ

길님의 댓글

아이피 (125.♡.4.146) 작성일

먹물이 한지에 스며들듯 그렇게 은은히 ...


새학교에서는 새로운 마음으로 깔끔하게 놀아볼까 하니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마시길...

나?술님의 댓글

나?술 아이피 (203.♡.145.114) 작성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간질거리는 뇌의 실타래를 풀 시간이 있으면
밖에 나가 창공이나 한번 더 보슈~(리캉&바우님)

길님의 댓글

아이피 (125.♡.4.146) 작성일

제2의나술은 필요없소.
여기는 정신차려마을이 아니니
언성 높이는 것은 자제해주길 바랍니다.
그런데 님은 누구시오?

가가가님의 댓글

가가가 아이피 (221.♡.58.220) 작성일

우리는 낯선 것에 혼란스러워 하고 혼란이 자극하여 만든 무의식의 세계에 매혹당하게 되니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이 여기에 있고나.

길님의 댓글

아이피 (125.♡.4.146) 작성일

환영해 주어 반갑소.

Total 6,238건 213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938 그냥 6326 07-06-21
937 자몽 5492 07-06-21
936 요청 13546 07-06-21
935 서울도우미 6210 07-06-20
934 문예아카데미 12893 07-06-19
933 둥글이 12885 07-06-19
932 그냥 7803 07-06-19
931 최영훈 13599 07-06-19
930 김미영 5737 07-06-18
929 최영훈 5379 07-06-18
928 현각 14820 07-06-17
927 흥부 5576 07-06-16
926 건달바라임 5097 07-06-15
925 과메기 5434 07-06-15
924 둥글이 5815 07-06-15
923 jay 6329 07-06-15
922 둥글이 8226 07-06-14
921 본지풍광 8601 07-06-12
열람중 자몽 5259 07-06-12
919 구름에 달 가듯 7184 07-06-12
918 둥글이 6195 07-06-12
917 자몽 8705 07-06-12
916 자몽 5688 07-06-12
915 자몽 5188 07-06-12
914 Let's be 6722 07-06-12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13,407
어제
13,437
최대
18,354
전체
5,891,318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