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대일스님 친견 ( 무변허공 각소현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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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냥 (59.♡.87.242) 댓글 2건 조회 7,802회 작성일 07-06-19 14:09본문
또다시 그렇게 시절인연이 손짓하는 대로 마음을 지리산 자락 선지식의 메아리가 깊은 그곳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이제 구면이 되어버린 금대암 환암 스님의 천진스러운 환대로 발걸음과 몸기운은 산뜻하였습니다.
운수단에 여장을 풀고 정성스런 공양 그리고 차공양까지 잘 받았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로 스님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들었습니다.
부탁을 하십니다.'곡차를 마시되 그병을 치우고 가시라고... 담배흠향은 안에서 하지마시고...' 밤기운이 천지 사위를 감고 한기마저 솔솔한 선방 앞 앉을만한 펑퍼짐한 바위위에 막걸리 한통과 안주를 불단에 모시듯 정성스럽게 마련하고 친구와 나는 서로의 법을 주고받았습니다.
귀신새 울음소리가 아픈 가운데 삼법인인 제행무상 제법무아 무생법인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제법무아가 가장 어려워...’ 친구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사실 궁극으로 참구하고 지난한 무생법인 즉 열반적정은 우리들의 근기와 한참이나 멀어져 있습니다.
친구는 경전을 많이 보아 화엄경등 경전 이바구를 하는데 나는 밑천이 딸려 엄한 법문을 술기운을 빌어 너스레를 부렸습니다. 나 모르게 한 이바구에 친구가 무릎을 칩니다. ‘그기 바로 법이다’ 난 무슨 말을 하였는지 다음날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몸은 금대암에 있었지만 마음은 영원사 대일스님 친견으로 덜석 거립니다.
과연 또다시 친견이 가능할까... 한마디라도 법문 비슷한 것을 들을 수 있을까....
2주전에 몸과 마음으로 담아두었던 영원사로 아침 천왕봉을 뒤로한 채 나섭니다.
금대는 남자자리 기운이 강하다고 합니다. 나는 그힘을 받지 못하고 전날 곡차로 덜잔 잠으로 몸이 매우 피곤합니다.
10시 30분경 스님 점심 공양시간즈음 도착하였습니다. 두류선원에 삼배하고 스님 코빼기만 찾고 있습니다. 어슬렁대다가 식당문을 빼꼼 열고 공양주 보살에게 대일스님 거처를 물으니 공양중이시라 합니다.
식당문 앞에서 스님을 기다리면서 하릴 없이 법당앞 꽃 나무이름 맞추기로 친구와 소일을 합니다. 한참을 지나도 아니 보이시기에 준비한 곶감과 한과를 쭈뼛하게 모로 들고 조심스럽게 용감하게 문을 들어서니 스님은 공양주 보살과 수박을 자시면서 한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곶감을 드시라고 하니 손사레를 치십니다. 공양주 보살에게 스님이 무얼 좋아하시냐고 탐문을 한 결과 공양외에는 일체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신다 합니다.
공부때문이라고 사족을 부칩니다. 곶감도 아니 드신다는 이야기에 저으기 놀랍니다.
다음부터 나로서는 기가막힌 시절인연이 다가올 줄은 꿈에도 생가지 못하였습니다.
엉거주춤 삼배를 드리고자하니 또 일배만 하라고 맞절을 하고 어영부영 자리에 앉았습니다. 몇마디 수인사만하고 스님이 자리를 뜨실 줄 알았는데 장장 2시간을 할애 하셔서 친구와 나에게 말씀을 하십니다.
마음은 환희심에 불타고 신심이 저 아래에서 솟음을 느낍니다.
많은 이야기와 간결한 법문을 듣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야기 중간즈음 멀리서 다른 손님이 우리보다 먼저와서 스님 뵙기를 기다리는 듯하여 자리에 일어서려는데 대일 스님은 손을 흔드시면서 다시 자리에 앉기를 권합니다.
공양주 보살이 옆에서 듣다가 한마디 합니다. “처사님 제가 천일 기도하러 여기에 3년째 머물고 있는데 오늘처럼 이렇게 오래 스님이 처사님이든 누구에게 말씀하신 것을 처음 봅니다” 오로지 감사할 따름입니다.
“무변허공 각소현발” 원각경 한구절을 딱 내어 보이십니다.
이 허공계 온 우주가 모두가 내 것이니 마음 턱 놓고 오늘부터 살아라 하십니다.
절을 하든 관세음보살 념불을 하든 “이뭣고”를 뒤에다 딱 부치라고 말씀하십니다.
먹고 사는데 아둥바둥 할 것없이 이도리만 잘 살피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면 두둑하니 무언가 잡힐 것이야....
명예를 탐하는 스님들을 안타깝게 여기시며 스님은 공부를 해야지 신도관리나 돈 이런 것에 마음을 두면 안된다라고 강조하십니다.
그러시면서 그 아랫자락에서 피어나오는 청아한 미소는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의 염화시중의 미소입니다.
예전 동문수학하셨던 큰스님들 이야기 은사 스님이신 인곡스님 이야기를 말씀 하는듯 아니하는듯 잘 풀어 내십니다.
실상사 약사암 후불 목각 탱화가 참 좋다라는 말씀에 나중에 한달음에 다녀왔습니다.
대일 스님은 1931년 경주 건천읍에서 출생해 47년 사미계, 50년 구족계를 수지하셨습니다.
이후 전국 제방선원에서 안거를 성만한 스님은 71년부터 마천 영원사 한 곳에만 주석하고 있으며 은사는 인곡 스님으로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과 사형사제지간이시며 현 종정이신 법전스님과는 동문수학하신 사이이며 한 때 성전암에서 성철스님과도 같이 안거를 하신 선지식이십니다.
한참이나 지난후 나오면서 불민스럽게 소전을 봉투에 넣어 불쑥드리는 망발을 하니 당연하니 안 받으시고 다음에 더 많이 가져와 하십니다.
허나 저는 윗 어른에게 예의로 드리는 것이니 제발 받아 달라고 간청을 눈빛으로 보냅니다.
잠시 생각에 잠기시더니 “고맙습니다” 하시면서 두손으로 합장을 하며 받습니다.
아 아 살아계시는 덕높으신 스님을 뵈옵는 그 시간 나는 아팠던 팔이 아프지 않습니다.
인사를 하고 산문을 나섭니다.
마음은 아직까지 상기되어 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도 차를 타면서도 “무변허공 각소현발”만 되뇌입니다.
지리산 능선이 스님 천진무구한 미소를 닮아 있습니다.
10월달 109분 선승들 기도회에 꼭 참석하리라 마음을 다지며 생초 IC에서 사바세계로 가는 티켓을 받아야만 합니다.
알려지지 않는 숨은 선지식이 보이지 않게 우리들을 보듬어 주고 있음을 느낍니다.
불교신문 공식 취재조차도 거부하셨던 원로회의 추대에 한마디로 손을 내저었던 오로지 참선수행만 60년 하신 그 공덕을 감히 제가 냄새 맡을 수 있었음을 누구에게라도 감사드립니다.
주) 無邊虛空 覺所顯發 이란
원각경 보안장에 보면 '무변허공 각소현발(無邊虛空 覺所顯發)'이라고 있습니다. 무변허공 각소현발(無邊虛空 覺所顯發)이란 무변허공에서 각이 나타났다는 뜻이 아니라 무변허공이 각의 나타난 바라는 뜻입니다.
즉, 원이 그려지는 바탕의 세계와 원을 그리 고 있는 작용의 주체가 바로 깨달음의 자리라는 것입니다. 깨달음은 원이 아니며 원의 시작점도 아니고 원의 테두리도 끝 점도 아닌 바로 원을 있게끔 하는 바탕의 세계와 원을 만들어 내는 작용을 '나'가 함을 아는 것을 말합니다.
(원문)
善男子 此菩薩 及末世衆生 證得諸幻 滅影像故 爾時 便得無方淸淨 無邊虛空 覺所顯發
(선남자 차보살 급말세중생 증득제환 멸영상고 이시 편득무방청정 무변허공 각소현발)
覺圓明故 顯心淸淨 心淸淨故 見塵淸淨 見淸淨故 眼根淸淨 根淸淨故 眼識淸淨 識淸淨故
(원각명고 현심청정 심청정고 견진청정 견청정고 안근청정 근청정고 안식청정 식청정고)
聞塵淸淨 聞淸淨故 耳根淸淨 根淸淨故 耳識淸淨 識淸淨故 覺塵淸淨 如是乃至鼻舌身意
(문진청정 문청정고 이근청정 근청정고 이식청정 식청정고 각진청정 여시내지비설신의)
亦復如是 善男子 根淸淨故 色塵淸淨 色淸淨故 聲塵淸淨 香味觸法 亦復如是
(역복여시 선만자 근청정고 색진청정 색청정고 성진청정 향미촉법 역복여시)
善男子 六塵淸淨故 地大淸淨 地淸淨故 水大淸淨 火大風大 亦復如是
(선남자 육진청정고 지대청정 지청정고 수대청정 화대풍대 역복여시)
善男子 四大淸淨故 十二處 十八界 二十五有 淸淨 彼淸淨故 十力 四無所畏
(선남자 사대청정고 십이처 십팔계 이십오유 청정 피청정고 십방 사모소외)
四無礙智 佛十八不共法 三十七助道品 淸淨 如是乃至八萬四千陀羅尼門
(사무외 지 불십팔불공법 삼십칠조도품 청정 여시내지팔만사천다라니문)
一切淸淨
(일절청정)
善男子 一切實相 性淸淨故 一身淸淨 一身淸淨故 多身淸淨 多身淸淨故
(선남자 일절실상 성청정고 일신청정 일신청정고 다신청정 다신청정고)
如是乃至十方衆生 圓覺淸淨
(여시내지십방중생 원각청정)
善男子 一世界淸淨故 多世界淸淨 多世界淸淨故 如是乃至盡於虛空 圓裏三世 一切平等
(선남자 일세계청정도 다세계청정 다세계청정고 여시내지진어허공 원리삼세 도절평등)
淸淨不動
(청정부동)
댓글목록
길손님의 댓글
길손 아이피 (211.♡.99.154) 작성일
원도 아닌 원을 드러내는 바탕 그바탕이 그려내는원.
그냥님 글로 그대로 선승을 뵙게되었읍니다.그바탕이 이마음을 이손을 움직입니다
글 감사합니다.-()-
***님의 댓글
*** 아이피 (121.♡.146.161) 작성일有邊影像 亦復如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