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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엄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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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1건 조회 5,501회 작성일 07-07-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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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지리산 자락의 하동에서도 후미진 깊은 산골, 대나무가 무성히 우거진
죽전((竹田) 이란 마을의 윗골에 태어나셨다.
열여덟 처녀 시절, 이 땅에 육이오 사변이란 큰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순경이고 공무원이고
선생님들이고 어느새 사라진 조그만 산골에 어느새 무서운 빨갱이라는 인민군이 나타났다.
차마 무서워 고개도 못 들고 벌벌 떨며 도망 다니며 집에 꼼짝없이 숨어 지냈는데
어느 날 인민군 병사가 싸리문을 열고 나타나 “여성 동무, 나래 배가 고픈디 따뜻한 밥 한 끼 주시오”
놀란 가슴에 훔쳐보니 앳된 청년 인민군이였다.
눈매가 선량하고 맑아 보였다. 기장, 조밥에다 토란국으로 정성껏 밥을 지어 주었다.
그 후 간간히 그 인민군 청년이 나타나 “여성 동무 옷이 드러운디 빨래를 좀 부탁하오.”
(엄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인민군의 말투를 흉내 냈다.)
그 사람은 그렇게 말만 던지고 지분거리지도 않은 채 먼 산과 하늘만 망연히 바라보다
사라지곤 했다.
어느 날, 그 청년인민군이 갑작스레 싸리문 안으로 뛰어들며 숨찬 소리로 “여성 동무 여기로
대포알이 날아올지 모르니 날래날래 얼른 피하시라우.” 급히 말을 남긴 채 황급히 가버렸다.
잠시 후 산 넘어 멀리 '쿵...... 쿵......'하며 땅이 울리더니 하늘 위로 쌕쌕이가 급히 나타나
서쪽 산으로 사라졌다.
엄마는 사천을 지나 삼천포로 진주로 마산으로 난리를 피해 친척집을 전전하며
몇 달을 거쳐 부산까지 걸어오셨다. 걸어오는 내내 '그 인민군 청년이 살아 있었으면,
안 죽으면 했다'고 한다.
엄마에게 이런 옛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도 왠지 그 인민군이 살아서 지금 북녘 땅에
살아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낯선 인민군의 생사(生死)를 걱정하며......

댓글목록

길손님의 댓글

길손 아이피 (218.♡.206.84) 작성일

아,참 맞아요.나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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