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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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4건 조회 8,159회 작성일 07-07-24 14:43본문
고양이를 쫓던 개가 차에 치여 죽었다.
허연 이를 드러내고 눈동자는 촛점없이 반쯤 돌아가 먼 하늘을 바라 본다.
죽음이란 갑작스레 더럽고, 추하며, 불경스레 보인다.
한 순간에 축늘어진 고기 덩어리로 변했다.
한 순간에 축늘어진 고기 덩어리로 변했다.
불교 명상법에는,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고름, 피, 똥이 담겼다고
바라보면 욕망이 줄어든다는 生觀도 있고 자신이 죽어 백골처럼 썩어
나뒹구는 육신을 상상해 보는 死觀도 있다. 살아있을 때 부질없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바라보면 욕망이 줄어든다는 生觀도 있고 자신이 죽어 백골처럼 썩어
나뒹구는 육신을 상상해 보는 死觀도 있다. 살아있을 때 부질없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뉴튼' '사이언스' 잡지 들에 나오는 미라 사진 보기를 좋아한다.
미라의 종류는 많다.
피라미드 속에 발견된 바짝 말라 건조한 미라,
알프스나 북극 가까운 곳에서 발견된 아이스맨 형태의 냉동 미라,
아시아의 토굴이나 무덤에서 나오는 진흙 미라.
알프스나 북극 가까운 곳에서 발견된 아이스맨 형태의 냉동 미라,
아시아의 토굴이나 무덤에서 나오는 진흙 미라.
미라는 인형 같이, 마른 낙엽 같이, 반쯤 벌린 입에서
마지막 고통이 새어 나온 흔적이 굳어진 것 처럼, 때론 깊은
수면 속에 영원의 꿈에 빠진 듯, 갖가지 모습을 취하고 있다.
마지막 고통이 새어 나온 흔적이 굳어진 것 처럼, 때론 깊은
수면 속에 영원의 꿈에 빠진 듯, 갖가지 모습을 취하고 있다.
미라를 바라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진다.
때로는 무엇인가 형언할 수 없는 고통, 두려움, 고요함, 안식의 복합적
마음이 일순 일어나기도 한다.
마음이 일순 일어나기도 한다.
지금 두근거리는 나의 가슴과 피의 박동, 떨리는 살, 나를 지탱하는
뼈 등의 살아 있다는 감각이 딱딱하고 말라붙고 차가우며 움직이지 않는
미라와 대비를 이룬다.
자신이 무수한 생을 거쳐 왔음을 觀한 붓다도 그가 태어난 아름다운 고향을
찾았서.....
뼈 등의 살아 있다는 감각이 딱딱하고 말라붙고 차가우며 움직이지 않는
미라와 대비를 이룬다.
자신이 무수한 생을 거쳐 왔음을 觀한 붓다도 그가 태어난 아름다운 고향을
찾았서.....
아~ 살아 있다는 이 놀랍도록 감미로운 감각이란 낮은 탄성을 자주 지르기도 하였다.
그의 최후는, 독버선이 들어간 줄 모른 춘다가 음식을 주었고
그 마지막 공양을 먹고나서 서서히 죽어갔다. 춘다의 두 눈 줄기에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쏟구쳤다.
그 마지막 공양을 먹고나서 서서히 죽어갔다. 춘다의 두 눈 줄기에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쏟구쳤다.
춘다여, 슬퍼 말아라. 마지막 너의 공양을 받고 제도하는 것 조차
나와 너의 길고 긴 인연, 나는 지금 뱃 속에서 퍼져가는 고통을 조용히
음미하고 싶구나
나와 너의 길고 긴 인연, 나는 지금 뱃 속에서 퍼져가는 고통을 조용히
음미하고 싶구나
세계 예술 사진 대상에 선정된 '風葬:Wind funeral'이란 사진이 있다.
티베트의 높은 산악 고원에서 어떤 남자가 큰 망치와 도끼로 인간의
해골, 등뼈, 골반뼈를 부수어 휘 던지면 주변에 날던 새들이 날아 내려와
뜯어 먹는 휑한 풍경이었다.
해골, 등뼈, 골반뼈를 부수어 휘 던지면 주변에 날던 새들이 날아 내려와
뜯어 먹는 휑한 풍경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 왜 내가 울었던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 순간
내 머리 속에는 기묘한 오노 요코의 Who has seen the wind?라는 노래가 들렸다.
내 머리 속에는 기묘한 오노 요코의 Who has seen the wind?라는 노래가 들렸다.
그 노래는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Who has seen the wind?라는 詩에다
곡을 붙인 음악이다.
곡을 붙인 음악이다.
누가 바람을 보았나요.
나도 아니고 당신도 못보았지요
하지만 바람이 나무를 스쳐 지나 갈 때...
나도 아니고 당신도 못보았지요
하지만 바람이 나무를 스쳐 지나 갈 때...
미라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요한 고통과 아늑한 잠이 함께 밀려온다.
먼 옛날 이 세상에 어떤 한 사람이 태어났고, 살았고, 죽었다.
그 사람이 존.재.하.였.음.을 미라는 나에게 증거하고 있다. 존재의 증명서.
그 미라의 뱃 속에 참외씨가 들었고, 손에는 바늘과 화살촉을 꼭 잡고 있다.
약간 헤벌린 입술, 푹 꺼져간 눈자위, 연한 분홍빛의 손톱, 엉클어진 긴 머리......
미라의 모습 속에서 숨겨진 나를 본다.
흔들리는 잎사귀를 보아야 바람이 있음을 아는 것 처럼
生이란 죽음이란 것도 고양이를 잡으려 힘차게 달려나간 그 개의 날렵한 등의
휘어짐 속에 슬쩍 드러났던 것은 아닐까.
휘어짐 속에 슬쩍 드러났던 것은 아닐까.
댓글목록
뜨신밥님의 댓글
뜨신밥 아이피 (210.♡.154.248) 작성일
감탄 감탄!!
한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
시를 감상하듯
음악의 운율이란 이런것이다라고 보여주는듯..
자몽님의 댓글
자몽 아이피 (210.♡.107.100) 작성일
제 글이 모두 데면데면해 보이고 휑뎅그레하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고치려 하면 밑도 끝도 없이 보여 귀찮아서
그냥 올립니다.
그런데 글은 고치고 또 고치면 나중에 증류수 처럼 되어 투명하지만
맛이 없어져 버리고 적당하게, 쓸데 없는 부유물도 좀 끼어 있어야
인간답게, 글처럼 보이더군요.
구름님의 댓글
구름 아이피 (220.♡.196.222) 작성일
와~하~(압 벌어지는 소리)^^
너무 좋은 글이네요..
자몽님 반갑습니다.
글과 친해지고 싶네요..^^
글좀 자주 올려주세요..ㅎㅎ
.
유심님의 댓글
유심 아이피 (125.♡.132.50) 작성일
ggggggggggggg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코메디들 하시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