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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신경 안쓴다면 실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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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시오 (211.♡.73.216) 댓글 6건 조회 6,493회 작성일 15-03-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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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외출 길에 집에 오면서 로또 한 장을 샀다.ㅋㅋ 그리고 집에 와서는 네이년 검색창에서
로또당첨후기 글을 읽으며, '와~난 로또 대면 뭐하지?^^ 우선 병역브로커를 찾아서 의가사 제대부터 하고,
집 한 채 사고..' ㅋㅋ 그러다 동전 던지기를 했다. '자~운명의 신이시여..동전의 앞 면이 나오면, 내가 1등 당첨.
뒷 면이 나오면 낙첨이요.' 라고 정하고 동전을 던졌는데..글쎄 앞면이 나와버린거다.
 
ㅡ.ㅡ;
 
진짜 멘붕이었다. 그리고 연속으로 동전을 던졌다. '앞면이 나오면, 난 경찰간부시험을 패스할거다.'
또 앞면이었다...그래서 또 동전을 던졌다. '앞면이 나오면, 이제 연락 안하는 그 경찰서 누나랑 사귄다'
또 앞면이 나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왜?? 왜??? 말이 돼?' 이 말 한 마디에 내 숨이 막혀버렸다.
그리고 잠시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이윽고 알게 되어 버렸다.
 
내가...나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있었구나~라고...
 
-로또에 낙첨되었을 때, 찾아오는 그 씁쓸함과 안타까움...난 과거에 그걸 맞이하기 싫었다.
-경찰간부시험은 어려운 시험이라고 스스로 규정하고(뭐 실제로 어렵다고 하긴 하더라^^ㅋㅋ)
이 시험에서 낙방하게 되면, 바로 순경공채 준비 루트도 알아보고 있었다.
-예전에 경찰서 민원실 누나랑 단 둘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을 때, 거울을 통해 바라 본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속으로 '우리가 안 어울려 보이네?'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걸 되새겨져 보니...하나같이 나 스스로를 믿어주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믿지 못하는 마음 밑에는...
두.려.움이라는 녀석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바로 느꼈다.
 
아~로또에서 낙첨되면 찾아오는 그 쓰라림을 만나기 무서워서...
아~경찰간부 시험에서 낙방하게 되면 찾아오게 될 그 실패가 무서워서...
아~그 누나랑 잘 되게 되면, 앞으로 짊어져야 할 연인관계가 무서워서...
 
난 내가 즐겨 읽던 신과나눈이야기란 책에서 신이 해준 말이 있는데, 그동안 제대로 오해하고 있었다.
신이 '삶에서 결과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실패란 없다' 란 말을 했었는데...난 이게 겉으로 들어나는
결과인 줄 알았다. 근데, 신이 말한 이 실패란...'나'자신이었다.
 
즐거움? 흥분? 두근거림? 이건 나야^^. 속 쓰림? 분노? 좌절? 가슴떨림? 이건 내가 아냐ㅠㅠ
라고 규정 지었던 나...이거야 말로 실패다. 이런 결과를 신경 안 쓴다면...그거야 말로 성공아닌가?
 
로또 낙첨으로 찾아오는 쓰라림, 시험 불합격에 따른 좌절, 누군가와의 만남으로 오는 다양하고도 복합한
감정들...이 녀석들을 그냥 맞이해준다면, 실패라고 할 게 있을까?^^
 
금도끼,은도끼란 동화에서도 교훈이 있다. 정직한 나무꾼이 호숫가에 쇠떵이 도끼를 빠트리고 우는데,
산신령이 나타나 이게 니 도끼냐? 란 말에 '예'라고 정직하게 답한 나무꾼에게 쇠도끼를 돌려줌은
물론이거니와 금,은도끼를 써비스로 챙겨주지 않았는가? 반면, 이 소문을 들은 욕심쟁이 나무꾼도
쇠도끼 하나 호숫가에 집어 던져놓코는 산신령에게 다짜고짜 금도끼가 지꺼라고 뻥쳐서 아무것도 받지
못했었다.
 
정직한 나무꾼처럼...나 자신에게 정직해지면, 쇠도끼는 물론 금도끼, 은도끼까지 전부가 나에게 찾아온다.
 
이제는 알겠다.^^ 오늘 로또 낙첨되면, 찾아오는 날 당당히 맞이해주리라.
훗 날 경찰간부시험에서 떨어져도...그 때의 나도 당당히 만나주리라. 결과 따위 신경 안 쓰고...
아직 그 누나를 볼 때, 마음이 아파온다. 역시 아파해주련다...봉식이형 처럼, 아파해주련다...
 
혹시 아나?
 
날 만나주면, 금도끼, 은도끼처럼 나머지들이 써비스로 쫙 돌아올지ㅋㅋㅋㅋㅋ
만일, 언젠가 로또 1등이 되면...루시오는 도덕경 게시판에서 유령이 되 버릴 것이다.ㅋㅋㅋㅋㅋㅋ

댓글목록

오로라님의 댓글

오로라 아이피 (61.♡.17.95) 작성일

루시오님 글이 너무 재밌어요....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223.♡.169.103) 작성일

잼게 봐주셔서 제가 감사하지요ㅎ 제가 이리 댓글다는거보니 저 로또 낙첨된거 아시죠잉?ㅋㅋㅋ

박미경님의 댓글

박미경 아이피 (220.♡.220.231) 작성일

로또에 대한 느낌에 100% 공감. ㅎ ㅎ
어린 시절부터 늘 돈이 부족했던 저는 돈에 대한 집착이 아주 강하답니다.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한 만큼 저는 복권 메니아입니다. ㅎ
매주 낙첨에 대한, 그 실망감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로 확인하지 못하고, 일주일 쯤 지나야 확인할 수 있지요. ㅋㅋㅋㅋㅋ
웃기는 건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할 수록 돈을 계획성 없이 쓴다는 것이지요.
한참을 안쓰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이것 저것 사면서 돈을 왕창 쓰기도하고
돈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못내리는 건 물론 다반사고요.
.......글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 매우 공감합니다.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223.♡.169.103) 작성일

돈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못내린다고 하셨는데..그걸 시인하실줄 아는 박미경 쌤이야말로 돈의 에너지를 정복하신것 같은데요?^^  저도 공감해요~ㅋㅋ 어려서 레고를 가지지못한 아픔이 남았는지 ...알바로 모아둔 돈을 안쓰고 있다가 이번에 지름신이 강림하셔서 레고랑 장난감 옷 사는데 270마넌 질렀어요ㅋㅋㅋ 알바해서 모은돈 90프로를 썼네요ㅠㅠ ㅋㅋ 댓글 감사드리며, 전역전 산청모임에서 뵐께요~  굿 주말^^

햇살님의 댓글

햇살 아이피 (175.♡.55.224) 작성일

270만원 통 크게 지르셨네요.ㅎㅎ 지를때는 시원하게~~ㅋㅋ
저도 그랬어요. 지금은 안 그렇지만.ㅎㅎ 억압한 그만큼 방종하는 것 같아요.
긍정적 감정은 받아들이기 쉬운데, 부정적 감정은 참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요.
자동으로 거부하게 되기도 하고, 그래서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다는게 또 다른 묘미이기도 하고요.
매번 잘하는 것보다 안하고 못하던 것을 잘하게 될 때 재미와 기쁨이 더 생겨서 좋기도 하고요.ㅎ
아무튼 도덕경 식구들 글 솜씨가 다들 너~무 좋으셔서 글 읽는 재미가 솔솔 합니다.
좋은 글 잘 봤어요~~^^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210.♡.226.237) 작성일

270마넌을 지른 덕분에 전역하면 다시 알바하러 가야해요ㅋㅋㅋㅋ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다는게 또 다른 묘미이기도 하고요.
=넘 공감되고 와닿네요ㅎㅎ

역쉬 최고십니다~^^

덕분에 기분이 매우 좋아지네요. 감사해용^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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