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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다海 (112.♡.76.8) 댓글 4건 조회 6,742회 작성일 15-02-1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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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35분..출발하는 버스 앞에서
아들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뭘 꺼냈다.
 
"엄마!...이거..."
뭐야?
겉 봉투에 "엄마 화이팅"
이라고 씌어 있었다.
 
"엄마..나 첫월급 받았잖아...많지는 않구
엄마..맛있는거 사먹어!"
 
순간 당황한 나는...
아들을 꼬옥 껴안아 주며...잘가!...집에 가서 빨래 꼭 빨구..!
뭐 그런 잔소리로 대답 했다..
 
아들이 버스 계단에 한걸음 발을 올릴때
겨우 모기만한 소리로...
"고맙데이~~!"
 
아들은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버스가 출발 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손님들의 버스표 확인을 하는 3분 동안 .
 
나는 평생 느껴 보지 못한 묘한 감정을 느꼈다.
 
버스가 떠나가고..
그앞에 멍하게 서 있던 나는 그제야 눈물이 주루룩 흘러 내렸다.
 
훌쩍~
제길...왜 슬픈겨..!
 
슬프면서 기쁘고...기쁘면서 슬프다!
이 묘하디 묘한 감정은 무엇인가..
 
나는 전화기를 들고  밴드.카톡..여기저기 자랑질을 해댔다.
아들이 첫월급 받아서 용돈 주고 갔어요~~
"아이고야~~월매나 좋겠노..!  오늘 돈 안벌어도 배 부르겠데이!"
사방 팔방 자랑질을 하고...
 
그런 나를 보았다..
 
45년 늘 드리기만 했던 용돈
그때 마다 마음속이 상하고..투덜거리고...화가 나곤 했었던
내가 생각 났다.
 
그분들도...이런 기분 이었을까?
매달 생활비를 드리면서 마치 무슨 공과금 보내듯...
마감 임박 해서 인심쓰듯 보내고, 고리대금 업자 대하듯
물빠진 독에 물붓기 라며...나는 엄청난 피해자를 자처 하며
스스로 복도 지지리도 없는 년이라 생각 하며 살았다.
 
내가 생활비를 봉투에 넣어 드릴때 마다
어머님은 돈 봉투를 옆으로 휙!  집어 던지시며..
 
"느그 주는돈 쓸거 하나도 없다.  곗돈 이랑 동창회비 내면~"
그렇게 말씀 하시던 어머님이 참 야속 하고 미웠던 기억들.
 
그런 장면들이...집으로 돌아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버라이어티 쑈를 하며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이...미안한 감정들..고마운 감정들..모르겠다.
 
그분들도 나와 같은 감정인지 나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나는 46년 만에 아들에게 용돈 받는 엄마가 되었다.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온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들이 벗어놓고 간 바지와 셔츠..
이닦으라고 사다준 치솔은 포장 그대로 얌전히 놓여 있고..
 
울고 또 울었다.
 
슬픈게 아닌데 슬프다.
이 허전함...뭔가가..떨어져 나가는 허전함.
 
외로워서 흘리는 눈물과는 또 다른...그 어떤 감정들이
내안을 휘감고 나는 또 펑펑 울었다.
 
아들이 다 커서 자기 앞가림을 하는데..
그토록 그렇게 되길 원하고 원했는데..
 
참...허전하다.
 
그렇게..어른이 되어 우뚝 서...자신의 길을 가는 아들을 보니
나는 허전함 과 동시에 올라오는 알수 없는 감정이...
뭔지 모르지만... 가슴 한편이 아프고 또 아프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들 왔다고 사왔던 딸기가 있었다.
아이고야...까 먹고 안줬네..
 
아들 오는줄 알면서도...반찬 준비도 안하고 있다가
청국장 과 오뎅볶음 달랑 두개만 식탁에 놓아도 아들은
맛있다며 먹었다.. 밥을 다 먹고도 찌게 바닥이 보이도록 떠 먹는 아들!
 
늘 부재중 인 엄마의 자리..
미안하고 미안하지만...이제는 익숙해지는 자리.
 
아들이 준 돈 봉투를 받고 나는 결심 했다.
 
"내 삶을 충실히 살자...아들이 내 삶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삶에 충실 하며 살아가도록!"
 
신경 쓰이지 않는 엄마가 되는것이 내 목표다.
 
오늘도 나는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우리 아들 파이팅!
월욜 이네...오늘도 적당히 개기는 하루가 되자!"
 
끝까지 쿨 하자...못 먹어도 Go~ 아니겠는가~!

 
 
 
 
 

댓글목록

루시오님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210.♡.226.237) 작성일

이햐....넘 감동해서 울컥했어요. 넘 행복하시겠어요...바다해선생님^^



아들이 준 돈 봉투를 받고 나는 결심 했다.
 
"내 삶을 충실히 살자...아들이 내 삶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삶에 충실 하며 살아가도록!"

넘 멋진 말이에요...ㅜㅜ 감사합니다. (울컥..)

바다海님의 댓글의 댓글

바다海 아이피 (175.♡.71.23) 작성일

루시오~~새해 복 많이 받아!  연애전선 이상 없는겨?  까이꺼! 연애 그것이 뭐시라고!  ㅎㅎ  행복한 명절 되어요~~~~땡큐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210.♡.226.237) 작성일

그렇네요..ㅎㅎ 한국인들에게 새해는 내일부터죠?ㅋㅋ^^ 해퓌뉴이여 쌤, 아닝 누나ㅋㅋㅋㅋㅋ~~~^^

연애요?ㅋㅋ 그 소식을 은근 기다리는 분들이 많네요ㅋㅋㅋㅋ 1차적으론 까였는데,
어찌하다 보니 다시 연락을하게 됬어요^^;ㅋㅋㅋ 저 제대하고 만나기로... 곧 설날 특박 나가면
글 올릴께요. 신경써주셔서 부끄럽네용ㅎㅎ 감솨~!!!!

햇살님의 댓글

햇살 아이피 (175.♡.55.224) 작성일

멋진 엄마에 멋진 아들~~
아름다운 모자의 모습..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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