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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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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2건 조회 4,553회 작성일 07-09-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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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물고기를 닮은 포유류이며 현존하는 공룡이다.
창조의 스프에서 지상으로 올라가 다시 바다로 돌아간 종족이다.
혹시 당신은 혹등고래(humpback whale)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깊은 심해에 울려 퍼지는 웅얼거리는 소리는
아기의 옹알이를 거대하게 증폭 시켜 놓은 것 처럼 들린다.
웅웅 울리고 구슬프게 떨리면서 이를 가는 듯 끽끽거리는 커다란
우퍼 스피커 같다.

처음 고래의 노랫소리를 들었을 때 다른 세상의 음악같아
그 저음의 가락은 뼈까지 울려퍼져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고래의 노래는 고독의 심연에서 울려 퍼지는 신음소리 같기도 하고
구슬피 울부짖는 저음의 만가 같기도 하고, 거대한 생물이 내는 웅장한
사랑의 밀어 처럼도 들렸다.
그것은 모든 희로애락의 감정을 담아 합쳐 놓은 듯한
큰 진폭의 스펙트럼이였다.
아니 神은 고래의 몸을 하모니카 삼아 성가를 불러주는지도 모르고
원시 바다에서 울려 퍼졌던 태곳적 자장가를 고래가 낮은 콧노래로
흥얼거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래의 노래는 단. 한. 번. 도. 인간에게 해독된 적이 없었다.
고래는 노래를 끊임없이 변조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노래를 한귀절도 빠짐없이
몇시간 동안 똑같이 재생하기도 하며 언제나 후렴구가 따른다.
인간은 고래가 숨을 내쉬면서 입으로 노래하거나, 물뿜는 등의 구멍을 이용해
노래하는지 알고 있지만, 고래는 머릿 속에서 공기를 순환시켜 소리를 합성한다.
고래가 내는 노래는 공기가 아닌 액체 매체로 전달되기 때문에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이 빨리, 멀리 퍼져 나간다.
1970년대 보이저 우주선은 태양계를 벗어나 끝임없이 우주공간을 떠돌고 있다.
이 우주선에는 혹시 모를 지적외계 생명체를 위하여 지구를 알리기 위해
인간의 모습을 그린 판화와 몇 개의 수학공식, 그리고 고래의 노래를
녹음하여 실었다.
고래의 노래가 암흑 우주 공간 속에서 끝없이 퍼지는 상상을 해본다.
고래의 미묘한 가락을 밤에 듣고 있으면
생명의 양수 바다 속에 떠다니는 태아의 뒤적임 소리, 작은 아이들이 내지르는
까르륵 웃음 소리,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 들녁에서 흥얼거리는 농부의 콧노래,
자정이 지난 시각 어두운 교회에 홀로 엎드려 흐느껴 우는 여자의 울음 소리.
그리고 인간이 태어나 처음으로 들이키는 숨, 이 지상에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 내뱉는 숨소리의 모든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그 외롭고도 즐거우며, 슬프고도 고요한 가락이 밀물처럼 밀려 온다.
당신은 혹등 고래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댓글목록

J(제이)님의 댓글

J(제이) 아이피 (121.♡.37.54) 작성일

젓대를 배우던 시절, 정말로 내기 어려운 가장 낮은 저음을 내었을 때의
기억이 생각납니다. 소리는 너무도 낮고 부드러워 들릴듯 말듯 하지만,
대를 잡은 손바닥이 터져나갈 것 같은 엄청한 압력!! 벅찬 포만감!!
......

긁고 나직한 저음은 참 신비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등 고래인지는 몰라도 TV에서 고래의 울음소리는 들어보았지요.

흰거북이님의 댓글

흰거북이 아이피 (211.♡.124.57) 작성일

..........웅~~생각만해도 좋심더~

....나가 물 속에서 호흡만 할 수 있다믄 을매나 조으까요잉..

..... 이짝으로 함 뒤집어 보고 저짝으로 함 뒤집어 봄서 해 떨어지는 줄도 몰리고 놀아볼것인디...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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