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의 만화를 그린 사람 : 김민 - 외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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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0건 조회 8,464회 작성일 07-09-20 09:59본문
삼십여년전 본 만화를 선명히 기억한다는 것은 나로서도 놀라운 일이다.
아마 한글도 채 떼지 못할 무렵부터 학교보다 만화방을 좋아했고
장판지를 오려놓은 전표 하나를 내밀고 다시 돌려 주기 아까워
만화방 구석에서 만화 한 권을 여러번 보고 난 후에야 주인에게
돌려 주었던 기억이 난다.
장판지를 오려놓은 전표 하나를 내밀고 다시 돌려 주기 아까워
만화방 구석에서 만화 한 권을 여러번 보고 난 후에야 주인에게
돌려 주었던 기억이 난다.
어릴 적 본 만화들이 자라고 난 후에야 그것이 명작을 기반으로
각색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기묘한 느낌.
각색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기묘한 느낌.
'김민'이란 만화작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지만, 기억을 더듬어면
주로 70년대 활동을 하다가 80년대 초반에 사라진 것 같다.
주로 70년대 활동을 하다가 80년대 초반에 사라진 것 같다.
남자들은 주로 '불나비' 라는 이상한 검객을 떠올리면 그를 추억할 분이
몇 분 계실지 모르겠다.
몇 분 계실지 모르겠다.
김민은 명랑, 순진, 모험, 유모어, 동물우화, 전쟁과는 거리가 멀다.
어쩌면 김민은 염세주의적 블랙 유모어에 능한 작가에 속한다.
그런데 그것이 어린 유아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소화되었을까를
생각하면 괴이하기 짝이 없다. (그는 아담스 패필리 영화의 원조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이 어린 유아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소화되었을까를
생각하면 괴이하기 짝이 없다. (그는 아담스 패필리 영화의 원조 같기도
하다)
김민이 다루는 만화의 주인공은 절망하고, 고통스러워하고, 몸부림치면서
우는 장면이 많다.
우는 장면이 많다.
배경 컷으로는 갈대밭, 노을이 지는 황혼 무렵에 날아오르는 새떼, 깊은
동굴이나 장독에 갇힌 어둠 속이다.
동굴이나 장독에 갇힌 어둠 속이다.
다음은 내가 9살이나 10살 때 본 '외투'라는 만화의 스토리이다.
구급 말단 면서기 같은 주인공은 작은 키에 꺼벙한 눈에 안경을 쓴
성실하고 선량한 인간이다. 직장의 상사와 동료들은 그를 조소하고,
비웃고, 놀리며, 터무니 없는 일을 시킨다.
성실하고 선량한 인간이다. 직장의 상사와 동료들은 그를 조소하고,
비웃고, 놀리며, 터무니 없는 일을 시킨다.
그는 차가운 겨울밤
혼자 사무실에 남아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여러가지 서류와 대필을
하며 혼자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에게는 걸레 같은 외투 한 벌
뿐이다. 그의 소망은 따뜻한 새 외투 한 벌 사서 입어 보았으면 한다.
하며 혼자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에게는 걸레 같은 외투 한 벌
뿐이다. 그의 소망은 따뜻한 새 외투 한 벌 사서 입어 보았으면 한다.
쥐꼬리같은 월급을 모아 그는 새 외투 한 벌을 간신히 산다.
그리고 파티장에 간다. 사람들은 잠깐 관심을 보이다가 이 보잘 것
없고 어리석은 인간을 곧 잊어 버린다. 주인공은 파티가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강도를 만나 외투를 빼앗겨 버리고 만다.
없고 어리석은 인간을 곧 잊어 버린다. 주인공은 파티가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강도를 만나 외투를 빼앗겨 버리고 만다.
소심하고 멍청한 주인공은 자기의 외투를 찾기 위해, 경찰서장,
고급 공무원을 만나러 다니며 절망적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고급 공무원을 만나러 다니며 절망적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그가 만난 모든 인간은 하잖은 이 인간과 외투에 대해 어떤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놀려 먹는다. 이윽고 그는 미쳐서 얼어
죽든가, 자살을 해 버린다. (기억이 선명치 않다). 그가 죽은 이후로
차가운 겨울밤의 거리에는 내복 바람으로 '아 추워,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아' '혹시 그것이 내 외투 아닌가요?'하며 작은 키에 시신처럼
창백한 주인공이 유령이 되어 나타나는 것을 사람들은 목격하게 된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놀려 먹는다. 이윽고 그는 미쳐서 얼어
죽든가, 자살을 해 버린다. (기억이 선명치 않다). 그가 죽은 이후로
차가운 겨울밤의 거리에는 내복 바람으로 '아 추워,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아' '혹시 그것이 내 외투 아닌가요?'하며 작은 키에 시신처럼
창백한 주인공이 유령이 되어 나타나는 것을 사람들은 목격하게 된다
나는 이 외투라는 만화가 고골리의 단편 외투를 각색하여 만들었다는
것을 몇 십 년 후에 알게 되었지만, 아직 원전은 찾아 읽어 보지 못했다.
것을 몇 십 년 후에 알게 되었지만, 아직 원전은 찾아 읽어 보지 못했다.
며칠전 신문에서 도스토예프스키가 우리는 모두 외투에서 나왔지요라는
한 줄을 읽고, 잠시 회상에 빠져, 몇십년 전으로 돌아가 한 컷 한 컷의
만화 장면을 선명히 머리 속에서 떠오리며 재생해 보았다.
한 줄을 읽고, 잠시 회상에 빠져, 몇십년 전으로 돌아가 한 컷 한 컷의
만화 장면을 선명히 머리 속에서 떠오리며 재생해 보았다.
인생의 비애, 한 인간의 절망과 고독, 냉혹할 만치 가혹한 현실,
사람의 눈물.....그런 주제만을 즐겨 그린 만화가는 어린 아이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줄 지 알고 그린 것일까.
사람의 눈물.....그런 주제만을 즐겨 그린 만화가는 어린 아이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줄 지 알고 그린 것일까.
만화라면 총을 빵빵 쏘우든지 킬킬 거리며 웃든지 공상의 나래 속으로
빠져드는 나이에. 그런 것을 어린 아이들이 이해 하였을까?
빠져드는 나이에. 그런 것을 어린 아이들이 이해 하였을까?
놀랍게도 나의 세대에 아직까지 김민이 그린 만화를 잊지 못하고
가슴 속에 담아두고 사는 사람이 많다.
가슴 속에 담아두고 사는 사람이 많다.
어릴수록 아이들은 삶의 깊이를 본능적으로 받아들이고 더 깊은 감수성
으로 사고할 수 있다.
으로 사고할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에 비견할 만한 만화가가 한국에도 있느냐고 묻는다면
어쩌면 당신네들보다 더 깊은 주제와 철학을 그린 사람이 한국에도
있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교 일까.
어쩌면 당신네들보다 더 깊은 주제와 철학을 그린 사람이 한국에도
있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교 일까.
이 세상은 왜 이렇게 아름답냐고 고뇌하며 우는 불나비와 손가락과
발가락을 낙엽에 태우며 우는 문둥이 시인과 '아 추워' 하며 밤마다 외투를
찾아다니며 우는 인간, 자신의 운명에 절망하며 우는 이상한 드라큐라.......
발가락을 낙엽에 태우며 우는 문둥이 시인과 '아 추워' 하며 밤마다 외투를
찾아다니며 우는 인간, 자신의 운명에 절망하며 우는 이상한 드라큐라.......
김민의 모든 만화에는 눈물을 흘리는 인물로 가득 차 있었다.
참 이상한 만화가였음은 틀림 없다.
또한, 우리 모두는 김민이 그린 외투에서 나왔지 않는가.
* 김민은 외투, 데미안, 한하운 일대기, 드라큐라, 이상한 가족,
불나비, 떠도는 집시, 각혈하는 시인 이런 이미지와 작품을
주 대상으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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