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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요요 강아지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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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7건 조회 5,049회 작성일 07-09-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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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는 흔한 발발이 잡종견으로 자태가 곱고 황갈색 반점이 몸에 그려져 있었다.
산기슭 아래 야트막한 야산과 맞닿은 너른 마당과 뒤란의 작은 텃밭에 삽사리처럼
털이 뒤덮인 '뭉치'라는 작은 개와 함께 살았다.
(털 '뭉치'는 나중에 사고 '뭉치'로 바뀌었다)
바둑이는 부지런히 새끼를 배고 낳고 하여 그 집을 찾아 갈 때 마다
갓난 아기의 살처럼 보드라운 발바닥과 까만코의 강아지들이 마당을
아장아장 기어다녔다. 젖을 뗀 바둑이 새끼들은 행상꾼에게 거두어져 시장이나
시내의 육교 아래 큰 대야에 담겨져 팔려나갔다.
바둑이도 나이가 들어 수염이 희긋희긋해지고 몸이 무거워져 예전처럼 날렵
하게 뛰지도 못하면서 계속 새끼를 낳았다. 바둑아, 너도 몸 생각하여
이제 그만 낳아야지
바둑이는 온순하고 영리하여 간혹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는 것 처럼도
보였다. 내가 집에 돌아갈 무렵이면 아랫 동네 골목길까지 따라내려와
마중을 나왔다. 바둑아, 이제 그만 돌아가 하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다가 간간히 뒤를 돌아 보며 집으로 돌아갔다.
간혹 바둑이와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는 야산에 올라 함께 노을지는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황혼이 감나무와 밤나무을 노오랗게 물들이다 붉은빛으로 사라지면
어둠이 곧 내려왔다.
나는 사람이 없을 때 바둑이에게 말을 걸어보곤 했다.
바둑아, 세상에 숱한 생명이 몸을 받아 태어나는데, 너는 왜 개로 태어났냐.
이런 말을 하면 바둑이는 쫑긋한 두 귀를 누이면서 손등과 팔뚝을 혀로
잠시 핥다가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져 가는 땅거미를 응시 하는 듯 했다.
때론, 개들이 장염이나 황달같은 질병을 앓으면 주사기와 약을 사서
치료를 해주곤 하였다. 그 무렵 바둑이는 또 한 배의 다섯마리 새끼를 낳아
거의 젖을 뗄 시기였다. 그런데 다섯마리 중, 유난히 한 마리가 몸집이 작고
한배 새끼의 다른 놈에 치여서 비실거리는 게 눈에 띄었다.
이상히 여겨 그 어린 강아지를 들어 찬찬히 살펴보니 특이하게도 똥구멍이
없었다. 기형 강아지인 셈이다. 어떻게 지금껏 살 수가 있었을까.
며칠을 지켜보니 질 사이로 변이 조금씩 묽게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나올 길이 없어 그리로 흘러 나오는 게이다.
어미의 젖을 먹고 변이 무르게 나올 때는 그런대로 살 수는 있었는데 차츰
딱딱한 먹이를 먹고 단단한 변을 보게되니 맥을 못 출 정도로 그 강아지는
연약해져 갔다.
마당에 나와 뛰어 놀지도 못하고 개집 안에 숨는 시간이 잦았고,
한시라도 어미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낑낑...끙끙 밤이면 처량하게
끙끙거리는 놈이 있어 플래쉬로 살펴보면 그 여린 강아지만 홀로 앉아
울고 있었다.
밤새 배가 몹씨 아팠던게 였다. 사람이라면 수술을 하여 살려 볼 수도
있을터 이지만 오천원도 채 나가지 않는 잡종 강아지에게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그렇게 일주일이 더 지나고 난 후, 그 강아지는
마른 잎새가 바람에 날아와 장독 뒤간에 떨어진 것 처럼 장독들 사이 틈에
힘없이 떨어져 발견되었다.
거름이나 하자고 삽으로 뒤뜰의 양파 밭에 묻었다.
이틀후 놀랄 일이 벌어졌다. 바둑이가 어느새 구덩이를 발로 파서 죽은 새끼를
꺼내어 입에 물고 다녔다. 더럽고 찢어져 썩은 걸레 같은 새끼를 한사코 입에
놓지 않으려 하였다. 그 집안 식구들이 가까이 다가가 뺏으려 해도 달아나 버리고
으르렁 거릴 뿐이였다.
한사코 자기 입에서 새끼를 떼어 놓지 않으려는 바둑이는 그렇게 이틀을 물고 다니
며 새끼를 콧등으로 툭툭 치거나 문질러 대었다.
다음날 바둑이를 뒤터에 몰고가 말했다.
바둑아, 새끼는 배가 아파 죽었다. 너의 마음이 아프더라도 이제 놓아야지
이제 그만 놓아라. 더 좋은 몸 받아 또 태어날게야
그 때 나는 한갓 미물이 보여준 깊고도 슬픈 눈빛을 잊지 못한다.
바둑이는 입에서 가만히 죽은 새끼를 발 아래에 내려 놓았다. 바둑이가 보는
앞에서 구덩이를 파고 강아지를 다시 묻었다. 잠시 지켜 보던 바둑이는
야산의 어둠 속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그 후 바둑이 주인댁은 집을 처분하고 아파트로 이사하였다. 어쩔 수 없이
키우는 개들을 처분하고 바둑이는 친척이 사는 먼 시골로 내려 보내야만 했다.
그 이후 세월이 흘러 나는 다시 바둑이를 보지 못했다.
어느 저녁 무렵 우연히 만난 주인 내외가 바둑이 소식을 들려 주었다.
바둑이는 시골집에서 갑자기 어디론가 나가서 사라졌고,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인적 드문 산마루 대밭에서 발견되었다.
바둑이는 낙엽에 몸이 반쯤 파묵힌 채, 땅바닥에 엎드려 대나무 숲에 이는
바람 소리를 듣는 것 처럼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날 밤 한밤중에 일어나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달은 흰구름을 타고 흐릿하게 흐르며 마치 꿈을 꾸는 듯 하였다.
잠시 가을의 따뜻한 햇살 아래 바둑이와 무덤가에 앉아 낙조를 바라보며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그 말들은 이제 밤 하늘로 올라가 별빛이 되어
울려 퍼지는 말이 되고 말았다.
어디선가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고 담벼락 아래 강아지풀
한 무더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나지막히 '대방광불화엄'을 읊조렸다.
바둑아, 내생에 원하는 몸 받고.......대방광불화엄!

댓글목록

심술이님의 댓글

심술이 아이피 (121.♡.28.200) 작성일

이사람 정체가 뭐요 ?
여기 전세내셨수 ?
허구헌 날 빠짐 없이 이바구나 까구...

자몽님의 댓글

자몽 아이피 (210.♡.107.100) 작성일

심술 님의 말씀에 너무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늘 내로 제 글 다 지우고
 내일부터는 글을 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나무님의 댓글

나무 아이피 (59.♡.47.219) 작성일

자몽님 심술님의 글 때문에 충격이라니요?

우리는 모두 사랑만 받도 인정만 받아야 되나요?

이런 놈도 있고 저런놈도 있는거지요..

내보기는 심술님도 자몽님 글이 휠씬 좋소.

글 많이 올려주시요 재미난께

심심이님의 댓글

심심이 아이피 (121.♡.37.54) 작성일

심술님 왠 심술이슈?

텅빈 자게판이 좋수!!

재밋는 산문보고, 감동먹고 있구만.......

자몽님!! 게속 글올려 주세염!!!!!!!!!!!

무식이님의 댓글

무식이 아이피 (121.♡.37.54) 작성일

심술님 에구레영??

자몽님 글보고 배우는 것 많구만,

무식이 오데가서 요런 지식 배워욤....

爭子手님의 댓글

爭子手 아이피 (124.♡.194.86) 작성일

재있구만요

자몽님 글

요즘 자몽님 잘 삐지는 듯함니다

자몽님의 댓글

자몽 아이피 (210.♡.107.100) 작성일

진담은 아니고........

 그냥 사람의 마음을 떠보는 교묘한 응수타진 수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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