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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문신을 한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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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2건 조회 5,647회 작성일 07-10-0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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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날 무료하여 동네 사우나에 들렀다.
그기서 깍뚜기 머리에 근육질의 한 사내를 보았다.
수호지에 나오는 구문룡 사진 처럼 몸통에 퍼런 용의 문신이
빼곡히 수놓여져 있었다. 탕안에 들어갔다 나올 때 청룡 아홉마리가
일시에 쏟구쳐 오르듯 물이 출렁 거렸다.
목욕하던 사람들은 흘낏흘낏 그 사람의 등을 쳐다보았다.
눈매 조차 매서워 어떤 위압감이나 살기 같은 것도 느껴지는 듯 보였다.
형광등 아래, 수놓인 파란 용이 뛰쳐 나와 언제 불을 뿜고 목욕탕을
휘감아 오르지 모를 일이었다.
용의 문신을 한 사내는 다섯, 여섯 나이쯤 보이는 어린 아들을
목욕탕에 함께 데려왔다. 바위 같은 몸채에 어린 아이의 가날프고 앙상한
몸이 대비되어 꼭 어린 양을 데리고 노는 맹호 같이 보였다.
그런데 용 문신의 사내가 어린 아들의 몸에 비누칠을 하고 때를
베겨 줄 때 정말 사랑스럽고 다정한 눈길이 그 아이의 주변으로
아지랭이 수증기 처럼 모락모락 피어나는 듯 느껴졌다.
저 푸른 용의 사나이도 제 자식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사나운 용의
비늘이 그 순간 은애로운 빛으로 흔들려 보였나 보다.
왜 저 사나이는 자기 몸에 푸른 먹물을 아프게 물들였을까.
이 세상이 힘들어 맹룡과강하는 기세를 보여주고 싶었을까.
저 푸른 용들이 어디선가 칼침을 맞아 피를 토하며 떨어지지 않기를......
한 낮의 조용한 사우나 목욕탕 안, 푸른 용이 꿈틀 거린다.
이 세상도, 자기 자신도 저 아이처럼 그가 사랑할 수 있으면 좋으려만.
그는 도대체 어디를 날아올라 승천하고 싶었을까.

댓글목록

J(제이)님의 댓글

J(제이) 아이피 (121.♡.37.54) 작성일

그렇게 애써 그려놓고는, 다시 지운다고 헤집어 놓은 건, 더 징그럽지요!!
젊어서는 자랑스레 그리고, 나이들어서는 부끄럽다고 지우고,

도병이 깊을 때는, 자랑스레 경전을 인용하고, 도인다운 말 남발하다가,
병이 치유되면, 같은 말도 가급적이면 평범하게 하려고 하지요.

어디든 사람사는 모양은 비슷비슷 한 것 같습니다.

자몽님의 댓글

자몽 아이피 (210.♡.107.100) 작성일

이 외로운 우주가 아닌 게시판에서
 제이님과 나누는 대화가
 재미 있네요.

 옛날 어떤 여자의 몸에 '경민 사랑해'라는 글자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는데.....
 담배불로 이름 부분이 좀 짓이겨져 있었습니다.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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