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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줄과 뱀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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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 (211.♡.116.109) 댓글 4건 조회 4,612회 작성일 08-06-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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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락미에서 세 달만에 서울 도덕경 모임이 열렸습니다.
이번에는 유난히 새로운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다들 어떠셨는지요.
저도 낯선 모임에 처음 가면 많이 어색해서 적잖은 용기를 내어 가는 편인데,
이번 모임에도 그런 분들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김기태 선생님은 목이 편치 않은 상태인데도 늘 그렇듯이 목이 터져라 열강을 하셨습니다.
뒤따라오는 이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그만큼 크신 거겠지요.
이번 모임에서 김기태 선생님은 라마나 마하리쉬의 '새끼줄과 뱀의 비유'를 들려주셨습니다.
김기태님의 평소 말씀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비유라서
안 그래도 언젠가 한번 소개하고 싶었는데, 마침 말씀해 주셨으니 강의 내용을 참고하여,
아직 들어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오리지널 버전에 가까운 스토리를 소개할까 합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스름한 저녁, 장터에 갔던 남자가 오솔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길가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누런 뱀을 보게 되었습니다.
남자는 무서워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어떤 사람이 오다가 남자를 보고
왜 거기에 서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남자가 뱀이 무서워서 이러고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그건 뱀이 아니라 새끼줄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본 남자는 정말 새끼줄임을 알고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비유는 우리의 내면에서 거의 항상 일어나고 있는 일을 묘사한 것입니다.
뱀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내면의 모습들입니다.
때로 그것은 두려움일 수도 있고, 불안일 수도 있고, 불안정함이나 혼란일 수도 있으며,
부끄러움, 비참한 기분, 외로움, 소외감, 초라함, 미움, 분노, 질투일 수 있겠지요.
우리가 싫어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 숨기고 싶은 것, 없애버리고 싶은 것...
비유에 나온 남자는 아마 뱀을 보자마자 고개를 돌렸을 것입니다.
흠칫 놀라 뒷걸음질쳤을 수도 있고, 아니면 뒤돌아서 멀리 도망쳤을 수도 있습니다.
장터까지 돌아가서 딴청 피우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녔을지도 모릅니다.
겉으로는 물건을 구경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음속으로는 계속 갈등하고 있었겠지요.
그는 할 수만 있다면 무한정 뱀을 피하고 싶었겠지만 불행히도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다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두려운 건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차마 뱀을 제대로 바라볼 수도 없었습니다. 갈등만 하면서 제 자리에서 맴돌고 있었겠지요.
그의 간절한 사정을 하늘이 알았는지 마침내 맞은 편에서 한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뱀이 아니라 새끼줄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요.
하지만 그래도 다시 보면, 여전히 그의 눈에 그것은 뱀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정말 새끼줄이 맞느냐고 재차 물어봅니다.
몇 번이나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서야 조금씩 믿음이 생긴 그는
용기를 내어 한 발짝씩 조심스레 뱀에게 다가갑니다.
웬걸, 두려움은 여전했고.. 다가갈수록 심장은 미친듯이 쿵쾅거렸습니다.
가까이 갈수록 뱀에게 물릴 가능성은 그만큼 커질 테니까요.
앞으로 몇 발자국 나아가다, 다시 물러서고, 다시 나아가다 다시 물러서고,
그러면서 조금씩 그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뱀이 무서워 감히 바라보지도 못했던 그가 조금씩 바라보기 시작했고
한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뱀을 피해 도망다닐 때보다 두려움은 오히려 훨씬 커졌지만
그가 끝내 포기하고 돌아설 수 없었던 이유는
집에 가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자
마침내 뱀은 새끼줄로 변했습니다.
장애물은 사라졌습니다.
동시에 그의 우주를 온통 가득 채우고 있던 두려움과 갈등, 긴장도 사라지고
그만큼의 안도감과 평화, 기쁨이 그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라마나 마하리쉬가 우리 고통의 원인을 '무지'라고 본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뱀이 새끼줄임을 모르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지요.
김기태 선생님이 한결같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소리는 이것입니다.
그것은 뱀이 아니라 새끼줄입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이 가슴속 깊이 갈구하는 그것입니다.
그것을 외면하지 마세요. 저항하지 마세요. 거부하지 마세요.
우리가 할 일은 하나뿐인 것 같습니다.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
두려움을 무릅쓰고 한 발짝씩 다가가는 것.
그것을 '받아들임'이라고도 하지요.

댓글목록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210.♡.101.36) 작성일

윤아 고맙다. 강의를 듣지 못한 내게 마치 선생님의 강의를 직접 듣는 것과 꼭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게 잘 전해주어서 고맙다. 그래 맞아. 그것은 새끼줄이야. 그러나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그것은 영원히 뱀이지. 그렇게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야만 새끼줄임을 알게되지.  가까이 더 가까이............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211.♡.174.128) 작성일

권보님, 날씨가 제법 더워지네요. 잘 지내시는지요.
늘 환한 웃음을 짓던 권보님의 얼굴이 그립습니다.
노력한 만큼 좋은 소식이 있겠지요..^^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211.♡.174.128) 작성일

김영대님, 잘 지내시지요?

동화를 써보라는 말씀을 듣고 보니, 동화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글솜씨가 좋다는 말씀은 좀 거시기합니다.
백일장에서 상 한번 타 본 적도 없는 제가 무슨 글솜씨씩이나..?
그냥 생각날 때마다 용감하게(?) 글을 써서 올릴 뿐인데,
사실 별 내용은 없고 그저그런 말들이 아닌가 싶군요.
그래도 전 제 글의 팬이랍니다. 공감하니까 그런 걸까요?

어느 분이 <다양한 눈으로> 메뉴의 <떠도는 섬> 코너를 소개해 주셨던데,
그 코너를 자유게시판의 하위 메뉴로 옮겨서 추천게시판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싶네요.

전에 올리신 글을 읽고 아주 좋았는데,
그렇게 가끔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분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대원님의 댓글

대원 아이피 (211.♡.76.9) 작성일

내면의 부정적인 면을 긍정적인 면으로 보라고 하는것 같군요.우리의 의식은 긍정과 부정을 갈라놓고 거기에서
하나을 버리고 하나을 취하는 버릇이 있습니다,부정적인 면을 긍정으로 바꿀려고 하는것 그것은 유의행 입니다.
억지로 바꿀려고 하나 그것이 나의 의지되로 되지가 않으니 거기에서 갈등이 오는 것입니다.
우리는 평화로우려고 하고 안정되고 싶고 그런 마음이 깔려 있어요.그런데 바같 경계는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그럼 안정이 깨지고 화나고 합니다. 그럴때 우리는 상대방을 향하여 화을 냅니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방이 무엇인줄 몰라서 그렇습니다. 대상이 마음 이예요.
자기 마음에서 모든 것이 일어 나는 것인데 그것을 상대방으로 돌리는 것입니다.그것은 의식의 장난입니다
그래서 선사들은 속지 말라고 한것입니다. 의식의 활동에 속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뱀과 새끼줄은 흔히쓰는 비유법입니다.뱀을 새끼줄로 보라는 것이 아니라.
뱀이라 하든 새끼줄이라 하든 그것이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대상 경계로 보면 뱀과 새끼줄은 다르지만
근본에서 비추면 다른 것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대상 경계가 나의 마음을 어쩌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 스스로 지어놓고 스스로 무서워 하는 것입니다.
무서워 하고  안심하는 이것 을 보라고 비유법으로 쓴 것이지요.
뱀. 새끼줄. 하는 이것. 변하지 않고 늘 여여한 이것의 정체을 밝히는 것이 근본을 통달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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