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닥터 한니발이 마지막 남긴 말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3건 조회 4,992회 작성일 07-09-13 09:28

본문


영화 양들의 침묵의 닥터 한니발과 스타워즈의 다쓰베이더의 목소리를
무척이도 사랑하여 한참을 흉내내었던 시절이 있었다.
무엇보다 닥터 한니발의 '독심술'에 대한 매력은 아마도 대인 심리 분석가
들의 꿈의 경지 일 것이다. 엄청난 지식과 탁월한 지능, 독심술을 가진
이상적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인간의 살을 뜯어 먹는 엽기적 본능이
있다니......영화는 공포스러운 그의 모습과 말과 행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
기억이 조금은 혼미한데, 마지막 장면 닥터 한니발이 FBI 요원 주디 포스터에게
연쇄 살인범의 단서를 알려주고 그도 형무소를 유유히 빠져나와 주디 포스터와
짧은 전화 통화를 하고 그는 군중속으로 사악한 미소를 머금으며 사라진다.
그가 주디 포스터에게 마지막 남긴 말은 이러 하였다.
I am having a guest for dinner, good bye
영화의 자막이 어떻게 번역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광기의 닥터
한니발이 엉뚱하게 평범한 말을 던져 버리고 전화를 끊어 버린다.
여기서 be동사 + ing 형태를 그냥 이미 계획된 미래의 약속이라고 일단
생각하자. (현재 진행중인 과정이 아님)
첫번째 have 라는 광의적 단어의 의미에서 'having a guest' 우리 말로
'손님을 맞이할 것이다' 라는 평범한 뜻풀이가 나온다. 여기서 'have'
는 'meet with a guest' 정도의 의미가 된다.
두번째 have 라는 동사는 'eat'라는 단어보다 더 자주 사용되는 동사로서
대부분의 영미인들은 'I had a hamberg'라고 하지 'I ate a hamberg'라고
하지 않는다. '점식 무엇을 먹었어요?'는 'What did you have for lunch?'
라고 말한다.
세번째 'have' 가 'for dinner'라는 구문과 밀접히 의미 연결을 가지게
되면, 'have'의 형질이 이상하게 변질된다. 특히 닥터 한니발이 이런 말을
하면 더욱 음산한 느낌을 불러온다.
이렇게 설명하여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분을 위하여 닥터 한니발이
마지막 남긴 말을 번역해 본다면.
1) 저녁 식사를 함께 할 손님을 맞이하기로 되어 있어.
2) 저녁 식사용으로 손님을 한 번 먹어 볼까.
하나의 평범한 문장이 닥터 한니발이 하게 될 경우 '2)'로 의미 번역될 경우를
생각해 보면 아마도 이 전화를 받은 주디 포스터의 간담이 서늘해지거나
아니면 모호함 속에 감추어진 잔인함에 전율 했을 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모든 언어에서, 모든 언어는 때로는 이중의미(double meanings)를
내포 할 수 있으면 나는 간혹 삼중의미 까지도 즐겨 시도해 보았다.
특히, 한국어에는 많은 한자 의미의 중복이 발생한다. 예를들어,
'내 주위에 무성하게 자라나는 음모'는 성기 주변의 털을 의미할 수도 있고,
흉악한 함정이나 조작을 동시에 의미 할 수도 있는데, 두가지 모두 '감추어진
비밀'이라는 묘한 뉴앙스가 묻어나게 된다.
이중의미의 말장난 재미에 빠져들게 되면, 세상이 기이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성역 없는 수사'의 성역은 '성기 주변'도 되고 '성서러운 종교의 안식처'도
된다. 그런데 무척 괴로운 것은 사회에서 말하는 모든 단어와 표현들이 본래의
의미가 퇴색해져 버리고, 이차적 의미가 더욱 진실에 가깝게 들리게 될 때는,
나 또한 역시 죠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double meanings society:
이중 의미 사회'에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가진다.
나는 언젠가 어떤 여인과 밤늦게 채팅을 하다가 졸음이 쏟아져서
이제 함께 잡시다라는 말을 두들긴 적이 있다.
물론, 멀리 떨어진 공간에서 '함께 잡시다'는 이제 채팅을 그만두고 각자
알아서 수면에 들자는 분명한 뜻을 표상하고 있다.
그러나, 모니터의 파워 스위치를 꺼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 순간.
나는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이차적 이중의미를 발화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회사 간부의 말, 신문과 텔레비전의 말, 어떤 누구인가 올린 게시물.
나는 하나의 말이 이중, 삼중의 의미로 무한히 겹쳐지는 착란 상태에
빠져든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도 어쩌면 겹겹히 비밀 코드로 싸인 방에
나홀로 열심히 무엇인가를 해독하거나 어떤 렌즈에 비추어 보고 있지 않는가.
그런 상상을 한다.
무엇보다 내가 닥터 한니발을 사랑하는 이유는, 어떠한 사소한 말이나 단서도
놓치지 않고 무한히 해석하는 능력과, 그리고 평범한 말을 비틀어서 괴이한
느낌을 불러오는 이중의미 사용하기. 또한 나와 같이 이중의미를 사용하는
인간들과 함께 숨기고, 찾아내는 게임을 즐기게 한다.
대인 심리분석가 꿈의 경지라는 한니발 박사. 그런 힘을 갖기 소망하는 것은
또한 악마의 유혹이지 않을까.

댓글목록

송재광님의 댓글

송재광 아이피 (210.♡.229.2) 작성일

의미의 다중구조는 양자적으로 불확정성원리인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희미하고 확률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의미도 나의 인지구조가 하나로 캣취를 할때까진 그렇게 안개처럼 존재하다가 캣취하면 하나로 존재하고 또 다른 관찰을 하면 다른 의미가 되고 그런것같습니다.
그런데 언어가 그럼 의미를 표상하는 한 수단이고 우연적인 것일뿐이다..라는 의견은 맞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말의 변천이라든가 의미의 불확정성이라든가 여러 언어의 존재..같은 것들이 그 근거가 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음모..를 생각해보면..
음모..라는 두 글자는 성기의 털..컨스피러시..그런 두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단순하면서도 아주 독창적인  생각은 무엇이냐 하면.
으 ㅁ ㅁ ㅗ 라고 적인 이 검은 것들의 배열구조 그러니까 둥근원의 돌아감이라든지 ㅡ의 형태 네모의 형태. 그런것들의 적절한 사이..간격 그리고 ㅗ 의 직각구조..이런 것들의 조합 그자체속에 의미 그 두의미가 동거하고 잇다는 것입니다.
글자속에 의미가 있다! 는 것입니다. 글자의 형태속에.
이것은 한자라면 몰라도 한글같은 경우 언뜻 납득하기 힘듭니다.
이것은 하나의 새로운 통찰입니다.
그런데 하나의 형태속에 두 의미.가 있다는 것은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그냥 그 둘이 한 집에 사는 것처럼 그렇게 있으면 됩니다.
여러 형태가 한 의미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영어로 bag이나 한자로 囊이 그렇습니다.
의미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의 형태속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자형태로 정보로 바꿔 생각해보면 정보의 다양하고 무제한적인 변환이 우리 주위에 있고 그것은 문자적인 것과 문자가 아닌 것들이 있는데 문자적인 것은 뇌로 흡수되고 문자가 아닌 것은 감각을 통해 몸으로 흡수됩니다.
이것은 그렇지만 둘 다 정보로서 우리가 찬 것을 마실때 차다..라고 하면 차다라는 정보가 몸으로는 느낌으로 전달되고 차다..라는 형태을 통해 뇌안으로는 차다라는것의 의미가 들어옵니다.
이 때 의미는 정보의 뇌적인 표현입니다.

그런데 뇌도 몸이고 몸도 뇌이기 때문에 의미정보나 느낌정보나 같은 것입니다.
그 의미는 정보들이 몸안에서 교합하고 조합되고 새로 짜여지고 분기되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몸은 정보들의 터미널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어떤 정보에게 다가갈때 그 속도를 욕망이라 할 수 잇습니다.
우리가 맛있는 곰탕을 생각하면 입에 침이고이고 곰탕을 먹고 싶습니다.
이때 머릿속의 곰탕의 의미정보는 몸의 정보인 느낌의 정보를 끌어당깁니다.
그러면 우리는 노가다를 해서 일당을 벌어 저녁에 곰탕을 사먹음으로써 곰탕의 느낌정보를 우리뇌의 의미정보로 끌어당깁니다. 그래서 곰탕을 먹으면 뇌의 의미정보가 으응? 너 왔니? 난 의미정보인데 넌 느낌정보 몸정보구나? 반갑다! 인사합니다.
이런 정보들의 만유인력이 욕망이라는 것이지요.
이런 것들은 저의 사유입니다.
저는 책에서 본 는 글로 거의 안 씁니다.
그래서 여러 독창적 아이디어가 있는데 일단 인터넷에 남겨둡니다.
뇌속에도 저장되지만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철학자들과 경쟁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이런것이 놀이의 측면이 있고 또 어려운 것이 아니고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어서 경쟁한다거나 널리 확산시킨다거나 하는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철학적 소질이 있기에 철학교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저보다 뛰어날 겁니다.
철학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직관적으로 주로 생각하기에 철학의 영역보다는 놀이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자몽님의 댓글

자몽 아이피 (210.♡.107.100) 작성일

저는 어릴 적 곰탕을 보고 진짜 곰을 잡아 국밥을 만들었구나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계하러 간다고 할 때, 개(dog)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몇 년을 궁금해 하였습니다.

 송재광님은 직관적인 분 같으시네요.

 저는 직관과 논리가 꽈배기 처럼 꼬인 사람 입니다.

爭子手님의 댓글

爭子手 아이피 (124.♡.202.176) 작성일

그  게(crab) 그 거지(beggar)?

Total 6,194건 204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119 그냥 4910 07-09-19
1118 아리랑 4945 07-09-19
1117 자몽 4154 07-09-19
1116 다정 4402 07-09-19
1115 자몽 5202 07-09-19
1114 자몽 5912 07-09-18
1113 자몽 5464 07-09-18
1112 자몽 4684 07-09-18
1111 식객 4264 07-09-17
1110 둥글이 13392 07-09-17
1109 자몽 4950 07-09-17
1108 소오강호 5089 07-09-17
1107 구름 4378 07-09-16
1106 구름 5760 07-09-16
1105 미내사클럽 13227 07-09-15
1104 아리랑 5911 07-09-15
1103 참사람 4758 07-09-14
1102 식객 5082 07-09-14
1101 爭子手 7324 07-09-14
1100 뜨신밥 4685 07-09-14
1099 자몽 6614 07-09-14
1098 서울도우미 4670 07-09-13
1097 5433 07-09-13
1096 loveismust 14710 07-09-13
1095 김영대 4469 07-09-13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11,889
어제
15,921
최대
16,082
전체
4,026,954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