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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사내 상궤를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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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0건 조회 5,463회 작성일 07-09-1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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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TV 채널에서 일본 NHK 방송 프로그램으로 나온 '세키하가라 전투'를
우연히 보았다.
우리나라의 역사 스페셜 탐방과 유사한 프로그램이였는데 홀쭉이 교수와 뚱뚱보
사회자가 나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삼각 병정모에 반달 문양 깃발을 등에 꽂은 병사들이 세키하가라 평원을 달리는
모습이 나왔다.
한 시간 가량 토쿠가와 이에야스가 천하통일의 향방을 가늠하는 건곤일척의 대회전을
나누는 당시 상황이 급박한 작전도의 시뮬레이션과 함께 영상으로 펼쳐졌다.
토쿠가와 이에야스는 인내심이 뛰어나지만 음유하면서도 잔인하다.
그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을 제거하려 집요할 정도로
트집과 음모를 꾸미는 것을 보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오히려 흥미가 가는 인물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이다.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목을 비틀어서라도 울게 하라'는 말의
주인공 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항상 모자라는 행동으로 바보로 소문난 남자.
헝클어진 머리에 엉망인 옷매무새로 표주박을 열여덟개나 매달고 다녀
원숭이에게 재주를 부리케 하고 돈을 받는 사람처럼 행동했다는 노부나가.
그의 초반기 시절, 이마가와 대군이 성을 공략하러 쳐들어 오자 작전회의가 열렸고
노부나가는 헛된 잡담만 늘어 놓고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잠 오는데 잠이나 잡시다하고 회의를 끝내자 모두 실망하여 그를 조소하고 절망하였다.
다음날
노부나가는 적군이 점점 다가 온다는 말을 듣고 부채를 펼치고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인생은 천하만물과 비교하면 덧없는 꿈,
한 번 생을 얻은 자
이 세상에 죽지 않는 자가
누가 있으리오!
세 번의 춤을 끝내고 갑주를 입고 선 채로 식사를 마치고 출진 명령을 내리고
혼자서 말을 타고 달려 나갔다. 그를 간신히 따른 것은 오기의 군사 뿐이였다.
급히 가신과 병사가 따라왔지만 겨우 이천명 뿐, 그는 산그늘과 지형을 이용하여
이마가와의 2만 5천명 본진으로 급습을 한다.
적의 총대장이 오다 노부나가임을 알아본 대군은 혼비백산하여 괴멸당하고 말았다.
선교사 루이스 프로이스는 노부나가를 이렇게 평하였다.
명예욕이 강하고 과감한 행동가. 제멋대로 행동하고 횡포스러웠다.
神佛은 물론 모든 우상과 상식을 경멸하였다.
이해력과 판단력이 뛰어나고 대담하여 현실이 있을 뿐 죽음 후의
세상은 생각치도 않았다.
그는 철포부대를 창안하여 천재 병법가 다케다 신겐의 무적 기마군단을
초토화 시키고, 쾌속정을 만들어 비와호를 건너 단숨에 이동, 적을 공략하는
기동력의 대가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또한 부하의 배신으로 혼노사(本能寺)에 여장을 푼 순간,
그토록 용맹과 지략이 뛰어난 그였지만 본대와 떨어져 어쩔 도리가 없었다.
타오르는 혼노사의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최후를 마감한 풍운의 남자였다.
그후 일본에서는 토쿠가와 이에야스와 같이 음유하고 치밀한
사람만 생산하게 되자......
요즘 일본에서는 노부나가의 카리스마적 경영이나 진정한 혁신가,
변화의 조율자 등으로 그를 재조명하여 그리워 하고 있다.
전쟁터에서 태어나고 자라 냉혹한 현실만 체험했기에 내세를 믿지 않고
현실을 극적으로 바꾸는 것, 상궤를 뒤집어 보기를 예사로 했던 사람.
뜨거운 철포탄환 처럼 자신을 작열시켜야만 했던 불나비 같은 사람,
그의 눈에 섬광이 반짝이면 천하영웅의 풍모와 천하통일의 포석이
기묘하게 펼쳐졌다는 예측불허의 인물.
인생은 천하만물과 비교하면 덧없는 꿈,
한 번 생을 얻은 자
이 세상에 죽지 않는 자가
누가 있으리오!
어쩌면 그 자신 한마리 부나비가 되어 덧없는 꿈 속에 뛰어 들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인생, 그 자신이 부여하는 의미 이외에는 삶과 죽음 조차 초연했던 인간.
행동하는 혁명가에게는 그 길 뿐이였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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