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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인근에 아침마다 산책가는 체육공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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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대 (59.♡.72.37) 댓글 0건 조회 6,077회 작성일 07-10-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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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인근에 아침마다 산책가는 체육공원이 있다.
그 곳 한 켠에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제목의 시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김춘수 시인은 내가 다닌 고등학교의 국어 교사로 근무하셨던 분이고(그후 경북대 교수로 가셨다함) 또 이 분의 시를 국어 시간에 공부했던 기억도 나고 해서 유심히 읽어 보았다. 그 당시엔 입시위주로 공부하다 보니 이 시의 진정한 의미가 마음에 들어올 리 없었다. 그런데 이 시를 여러 차례 읽어보고 또 갖고 있던 엠피스리로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육성으로 녹음을 해서 집에 와서도 반복해서 들어 보았다.
그렇다. 이분은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無名 天地之始,

有名 萬物之母

(이름없음은 하늘과 땅의 비롯함이요,

이름있음은 만물의 어머니이다)


라는 이 구절의 의미를 정확히 아시고 또 이렇게 아름답게 시로 표현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여기 옮겨 본다.



- 꽃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기태 저 “지금 이대로 완전하다” 제1장에서는(p36)


어! 저건……, 저건 파가 아니다!

저건 파가 아니다!


아아, 그랬다, 그것은 파가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파라고 믿었던 그것은 파가 아니었다. 참으로 희한하게도, 바로 그 순간, 내가 무심히 바라보고 있던 그 '파'에서 '파'라는 이름(名)이 딱! 떨어져나갔다. '파'라는 대상과 '파'라는 이름은 아무런 연관이 없었던 것이다! '파'라는 이름은 단지 우리가 <붙인> 이름일 뿐 그것은 '파'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나의 대상에서 하나의 이름이 떨어져 나간 바로 그 다음 순간, 아아 내 눈앞에 펼쳐진 모든 대상들에서 모든 이름들이 한꺼번에 다 떨어져나가 버렸다! 이럴 수가……!

그렇구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본래 이름이 없다![無名] 모든 것이 본래 이름이 없는 그냥 그것일 뿐이구나……!

나는 그 순간의 전율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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