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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에 굴러 다니는 계산서 : 잡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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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1건 조회 6,789회 작성일 07-10-0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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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은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냐는 질문에 혹자는 몇 마디 말을 나눠보고
무형의 기를 느껴서 안다고 하지만
사실 깨달음이란게 머리 속에 피어난 허령한 꽃이기에 그걸 말하고, 안다는게
좀 이상하다.
하지만 사람에겐 도저히 떨쳐 버리지 못하는, 자기가 안고 태어난 성품과
기품이란게 있다. 타고난 성품과 축적된 삶이 결처럼 아롱져 품격으로 들어난다.
대체로 수주워 하고, 말을 아끼며, 솔직 담백하다. 이러지 않을까요?하고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다가 자신의 생각을 간략히 말한다. 어딘가 고요한
정적이 배회하는 듯 하다.
말법시대에, 근기가 박한 시절에, 과학과 문명의 이기가 날 뛰는 시절에
사람 마음이 계산적이고 나약한 요즘에 깨달은 이가 드물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깨달은 이가 드물어진 근본 이유는 어느 듯 계량, 산술적 지표가
많아져 분석은 날카로워지고 분류는 더욱 세밀해져 포착하는 양이 많아져
지금은 누가 섣불리 깨달았다고 하면, 그 사람을 통채로 스캐닝 하는 기법이
다채로워졌기 때문이다.
옛 사람, 古人에 깨달은 이가 많이 나왔던 이유는 그 시절이 순박하고,
주먹구구식에, 그냥 주변의 몇 사람이 도장찍어 전설로 띄워 주면 금새
각자로 행세하고 또 무난히 그렇게 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철학, 과학, 심리, 인지, 비교문명론의 먹물식 해체나 통합장
이론이 너무 많아.
한 사람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낱낱히 드러나 버린다.
이 때문에 요즘 각자는 '존재' '인식' '삶'이란 광의적 모호한 개념에
자신을 숨긴다. 왜냐면 아직 숨을 구석이 그기에 많기 때문이다.
깨달았다고 선포하면 일체지자로 주변에서 여기기 때문에 그 자신도 그렇게
연기해야 하는 삶을 살아 내야 하는게 요즘의 피곤한 각자들이다.
세상에 자기 깨달음으로 모든 걸 안다는 시절은 이미 로케트 타고 우주로
떠났다.
어쨌든 각자 행세는 해야 하고, 주위에서 물어보는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아는 척 해야 하기 때문에, 각자 나름대로 답안지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일체유심조'로 무조건 우기기도 하고
때로는 '오직 모를 뿐'으로 모로쇠 작전이고
때로는 '아전 인수식' 해석으로 알쏭달쏭하게 만들어 버리고.........
기법이냐 많은 것 아닐까.
문제는 자기가 모든 걸 안다는 걸 불가능 한데, 그걸 스스로 인정하기엔
깨림직하여 끙끙거리며, 질문을 피해가는 교묘한 대답을 자꾸 찾는데
시간을 보낸다.
나도 도판의 게시판에서 글을 읽고, 드물게 사람을 만나보지만
이 분야, 이 계통에 오래 몸을 담다 보니 '관심술' 비슷한게 생겨나더라.
대기업에서 신입사원 채용을 오래하다 보니 어떤 인사 부장은 5분만
이야기 해 보면, 저 놈이 튈 놈이고, 몇 년 근무할 놈이고 감이 나온다고
하는데... 뭐 그런 식이다.
바둑 18급이지만 이 세돌과 구리 나오는 해설판 실황전은 빠짐없이 본다.
바둑 해설자가 1/3 경과 시간이나 중반 쯤에 오면
아, 이 세돌 계산서가 나왔나 보네요. 그럼 집 차이가 힌 둘 미세한
계가 바둑으로 간다는 말인가요
이상하게 나도 이제 계산서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어떤 고리에 메달려
지금 어떻게 허우적 거리고 있는데 그걸 극복하면 엄청난 진보가 있겠구나.
내가 포착하는 연결지점은 결국 그 사람이 강하게 집착하는 어떤 부분이자
또한 그 사람의 최대 약점 부근이다.
사슬의 가장 약한 고리가 그 사슬의 강도이다
대체로 도판에서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은 고집이다.
나는 그것 죽어도 못해, 그것은 절대로 아냐, 그것 만이 진리이냐 하고
누구나 깊숙히 쳐들어가면 자기의 마지노 선이 걸려 있다.
결국 떼기장이나 삐치거나 악을 바락바락 써며 자기의 뜻과 믿음을 절대로
양보하지 못하는 어떤 Sensitive Kind 한 구석에서.
하수는 불퇴전이고, 고수는 능굴능신이다. 능히 굽히고 능히 펼 줄 안다.
자기를 안다는 것이고, 죽어도 싫지만 에고를 어느 정도 제압하는
힘이 있다는 증거이고, 자기 밑천을 들여다 보는 자라는 것이다.
최근에 인산진인님이 소개하여 만난 스님이 사람 머리 에서 나온 생각이나
현상은 대부분 90%가 아니라 99.999% 착각이란 말을 하더라.
그 착각을 가지고 죽으라고 메달린 필요가 없다는 걸 고수는 안다는 말이
혹시 아닐까.
계산서. 그 계산서의 정밀함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지만. 이젠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계산서가 나온다.
그렇다면 내가 몰래 뽑아내는 상대의 계산서가 이토록 척척하고 나오는데,
그렇다면 어떤 고수가 나를 만나, 그가 뽑아내는 나의 계산서는 어느
정도일까?
그것을 생각하면 나는 그냥 '쪽팔린다'
그런데 나는 쪽팔릴 것도 아무것도 없고, 숨길 것도 아무 것도 없다.
내가 깨달았으면 뭐하고, 안 깨달았으면 뭐하고.
내가 고수이면 뭐하고, 내가 하수이면 뭐하냐.
나는 나일 뿐인데.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감추는 것도 많고, 선전하는 것도 많고, 어찌
그리 자기 생각과 믿음도 많고.........
때로는 인간의 육체, 인식의 한계를 초월했다고 불가능한 것을 넘어섰다고
그렇게 과장하는 지 모르겠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타인에게 정직하고, 결국 속이지 않으면 모든게
심플해져 버리고 만다.
요즘 세상에 '나 깨달았소' 내세운다는 것 오히려 병에 가깝다.
정말로 깨달은 사람은 자기가 깨달은 것 조차도 혹시 모르는 것 아닐까.
그런 사람의 계산서는 어떻게 나올까. 어이~ 아줌마 여기 싸인하면 되나요~

댓글목록

J(제이)님의 댓글

J(제이) 아이피 (121.♡.37.54) 작성일

그것을 생각하면 나는 그냥 '쪽팔린다'
 
 그런데 나는 쪽팔릴 것도 아무것도 없고, 숨길 것도 아무 것도 없다.

요 말이 젤 맘에 드네요.

뭐, 쪽 좀 팔리면 어떻겠습니까? 사람 꼴 그기서 그기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내가 별 거 아니란 것을 알면 젤 편하지요. 가끔은 넘 솔직하여
눈총받을 때도 있지만, 안 팎이 다르지 않으니 소탈하여, 일부러 체, 척,
할 것도 없고,  얼마나 편합니까? ㅎㅎㅎ 편한 게 장땡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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