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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호루라기를 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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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시오 (118.♡.165.186) 댓글 0건 조회 6,446회 작성일 14-02-1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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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한민국 의무경찰이다. 이 의무라는 단어를 빼버리면, "경찰" 이다.
의경(의무경찰 줄임말)들이 왜 경찰이냐고? 그야 당연히 경찰청 소속이니까ㅋㅋㅋ
물론 진짜지만 농담이고, 의경들도 직업경찰 못지 않게 활동을 한다.
 
새벽에 실종자, 미귀가자, 강간범, 폭행범 등을 잡으러 출동도 나가고
교통의경들은 직원들과 같이 교통딱지 떼러 나가고(다음달에 교통의경으로 발령 예정인 루시오^-^)
행정 의경들은 경찰서를 위한 행정 작업을 직원들과 같이 하고, 무.엇.보다
수천, 수만명의 시위 집회를 절대적으로 막아내는 훌륭한 집단이 의경들이다.
 
이렇게 경찰의 일부로서 묵묵히 군 생활을 하는데, 어제 내가 겪은 일화를 꼭 나누고 싶어 글을 적는다.
 
어제 나는 불법주차하는 차들을 통제하는 일을 했는데, 엄연히 경찰 제복을 입고 견장을 차고
호루라기를 삑삑 불며 불법차량들을 길가에 대지 못하게 하는 일을 부여 받았는데...
 
차 주인들이 너무 무섭게 생겨서 차마 호루라기를 불지 못했다. 한 대만 그런게 아니라,
10분, 20분, 1시간....계속 불법 차량들에게 호각을 부르지 못하고 지켜만 보고 있었다.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때 밀려오는 씁쓸하고 착찹함의 내가 또 나를 찾아
왔다....난 그냥 받아들였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했노라.
 
"괜찮아. 주환아...억지로 호루라기 불지 않아도 돼. 바보 등신같이 있어도 돼...호구가 되어도 돼"
 
그리고 바로 나에게 부는 강한 바람... 그 바람은 마치 나에게 "그래, 잘 했다 주환아" 라고
하늘이 나에게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어 너무 감사했다. 오르가즘을 느끼는 성관계 중인 남녀처럼
엄청난 위로와 환희를 맛 보게되었다...(표현이 넘 야했나요?^_^:)
 
그리고 바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나를 부정하고자 담담하고, 강한 척 하면서 호각을 부는
건 반대다. 그러나 난 지금 경찰이다. 벌벌 떨 때는 벌벌 떨 되, 내 할 일을 위해서 호각을 부리라."
 
넘 신기했다. 날 긍정하고 나니, 벌벌 떨어도 호각을 불 용기가 생겨난 것이다. 넘 감사했다...
 
근데 근무 교대가 되어서 호각을 불지는 못하고 퇴장했다.ㅎㅎㅎ 근데 이제는 호루라기를 불 수 있다....
 
감사....
 
마지막으로 전쟁드라마이자 미국드라마인 "밴드오브브라더스"의 대화내용을 적으면서 마무리하겠다.
 
전쟁에 처음 참여한 신병이 무서워서 총을 못쏘고 벌벌 떨자, 스피어스 중위가 그 신병에게 말했다.
 
"전쟁이 두려운가? 신병? 넌 군인이야. 사람의 인정, 도덕성 따위는 잊어버려. 넌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
군인이고, 전쟁에 참여중인 군인이야. 넌 이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 그 사실을 인정하고 빨리
받아들여. 그러면 넌 진정한 군인으로 거듭날 것이고, 그리되면 이 전쟁에서 승리하게 될 거야.
그러면 살 수 있어. "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나지 않아 나의 기억과 약간의 덧붙임이 있었는데,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라는 스피어스 중위의 말이 나에게 어제의 호루라기를 불지 못하는
의무경찰 루시오에게 큰 위로가 되었노라.
 
모든 것이 다 배움이다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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