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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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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냥- (121.♡.214.69) 댓글 0건 조회 4,925회 작성일 07-10-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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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 잔 마시고 담배 비스듬히 물고선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쓴다는 자체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시간은 남아 도는데도 글 쓰는 일엔 선듯 나서지지가 않는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밋밋한 일상을 느긋이 바라봄 또한 이것 역시 행복이라 정의한다.
희망도 바램도 이미 퇴색하여 마치 대웅전 뒤 텅빈 적정한 모습이다.
그러니 더이상 무언가 쓸려는 그무엇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늘 들여다보는 공간이 있어 따문 따문 빈 여백을 채움은 작은 내 몸짓이다.
이 몸짓마저도 가라앉기를 바라지만 어디 마음대로 되겠는가.

근처 공원에도 벌써 나뭇잎이 서서히 물들어지고 있다.
구불구불 동넷길로 나서던 할아버지 상여도 저러히 현란하게 단풍색으로 흐드려졌음을 기억한다.
만물도 스러지기에 앞서 저러히 몸단장을 제알아서 하는 것을....
나 역시 오색으로 물들여지기를 기대한다.
열심히 존재해야한다. 들여마시고 내쉼을 한순간이라도 소홀하여서는 아니된다.
허나 제대로 그리한적이 없었음을....
아쉬워하는 시간들이 늘어가매 세월을 건너뛰어 훌쩍 너무 멀리 와있음을 실감한다.

날이 갈수록이라는 노래가 나온다.
'가을잎 찬바람에 흩어져 날리는... 캠퍼스 잔듸위에 또다시 황금물결...'
아무래도 단조의 애잔한 음조가 가을엔 제격이다.
'학교 애들이랑 한잔하고 있어요 내일 갈께요'
아들 메시지가 새벽 한시에 와 있었다.
아들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이 가을의 알알한 쓸쓸함을.
그리고 지금이 너무 행복한 시간임을....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소탈하게 허허 웃으며 이러히 읖조려야한다.
비록 갈림길에서 늘상 어긋나는 길만 찾았던 어리석음 조차도 용서하여야한다 나만이라도.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가을엔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자.
사랑한다고 나는 얼마나 그대에게 이야기 했을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단지 그대가 떠나고 나는 혼자 읍조렸다 사랑했었다고.....
지문처럼 지워지지 않는 사랑.

감기가 떠나지 않는다.
아침에 따끈한 추어탕을 아내가 내어 놓는다.
두터운 바지랑 폴라 회색빛 티를 내어 놓는다.
구운 소금물로 목을 축여 내라고 한다.
이것이 아내의 현재진행형 사랑이다.
이야기로 표현하지 못하는 몸짓의 언어이다.
무언의 살가운 손짓을 늘 외면하였던 내 모습도 용서하자.
서로가 그러히 존재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웅얼 거리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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