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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실(實)한가, 허(虛)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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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183.♡.236.40) 댓글 7건 조회 6,669회 작성일 13-11-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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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유교사상은 그 당시 중국의 난잡하고 비참한 사회상을 개선하기 위한 도덕 지침이었

다. 인간은 어떤 심성을 가져야 하고, 왕은 어떤 자세로 백성들을 다뤄야 하는 등의 원리를

공자는 그 속에 집어넣었다.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일도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권력 있는

자들이 힘없는 이들을 가축 다루듯 하던 당대의 참혹한 현실에서 ‘서로 존중-화합할 수 있

는 인간성’을 기술했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혁명’이었을 것이다. 이에 중국 각국의 왕들

은 자신들의 통치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너도나도 유교를 받아들였는데, 한국에는 삼국시대

때 당나라의 학제인 ‘국학’을 받아들인 것(기원후 300년 경)을 그 기원으로 삼는다고 한다.


하지만 유교가 ‘지배자의 철학’이 되자 문제가 발생되기 시작했다. 서민의 종교, 박해받던

이들의 종교였던 기독교가 로마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서 ‘국교’로 공인된 후에 지배이데

올로기가 되어서 오히려 서민을 탄압-갈취하는 종교가 되었던 것 처럼, 유교를 받아들인 각

국의 왕들은 그것을 철저히 지배자의 학문으로 만들었다.


'인의예지'를 배우지 못한 이들을 금수만도 못한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식인들의 지배권

력을 확보하는 방편이었고, 윗사람에게 도리를 다하고 군주에게 충성을 바쳐야 하는 덕목은

그 자체로 권위주의적 통치제제의 확보를 가능케 했다.


그렇게 유교는 십수세기 동안 지배자의 통치철학으로 교묘히 다듬어졌는데 이의 집대성은

‘주자학’(송대 주희가 집대성)에 의해 이뤄졌다. 주자학은 인간의 정신의 구조, 우주의 원리

등에 관해 (주희의 관점에서)밝힌 형의상학 체계였다. 하지만 조선시대는 그 ‘주자학’을 절

대진리로 받들었다. 유교가 이렇게 교조화되자, 지배계층들은 서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향상

을 위한 고민은 하지 않고 이러한 형이상학 논쟁에만 매달리게 되었다.


한국 철학사의 ‘굵직한 논쟁’으로 일컬어지는 ‘4단칠정’ - ‘이기론’논쟁은 그 대표적인 사례

이다. 서양의 경우에 이미 기원전 5세기에 플라톤이 성취해 놓은 형이상학의 중국판을 뒤늦

게 수입한 한국의 지배층들은, 서양에서 봉건왕조에 대항하는 민중의 자각이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려 할 때(프랑스혁명)까지도 그러한 뜬구름 잡는 관념론 논쟁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

다.


물론 ‘이와 기는 따로다.’라는 이이의 주장에 맞서, ‘이와 기는 하나다.’라고 주장했던 기대

승과 퇴계의 사상은 ‘이상과 현실이 떠나서는 안 된다.’는 사회실천적 이념을 강변하고 있었

고, 그 이후의 한국 실학의 태동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하지만, 왕을

비롯한 대부분의 재상, 지식인들은 ‘명분이 아닌 실제의 것을 쫓는’ 그러한 학문을 좋아하지

않았다. 고매한 원리를 말하지 않는 실학은 천한 학문인 동시에 통치체제를 뒤흔들 위험한

혁명성이 내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실학의 풍토는 천대, 박해받았던 것이고

그만큼 주자학이 제공하는 논리는 신성시 되었던 것이다. 이에 따른 맹목적 명분론과 관념

론은 국내문제는 물론 국제정세를 파악할 시야까지 잃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빚어진 참화

가 ‘병자호란’이었다.


떠오르는 별 후금(이후의 청나라)을 보지 못하고, 쓰러져 가는 명에 대해 일편단심 사대하

려는 조선 지식인들의 안일함은 결국 50만의 민중들이 청나라 노예로 팔려가는 고통을 겪

게 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서도 배우지 못한 조선 말기의 왕을 비롯한 재상들과 지

식인들은 사대명분론에 입각해 청나라를 ‘오랑케’라고 여겨 계속 하대했으며, 이후에 등장한

서양세력 역시 ‘금수만도 못한 놈들’로 규정하기까지 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유학을 한번

도 접해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읽어내려 하지 않고, 명분만 쫓으며 뜬구름을 잡던 민족의 말로는 그 이후 ‘비참한

기록’을 역사에 새겨 놓았다. 한민족은 외세에 의해서 강제 개항되고, 신분해방(민중혁명)도

일본에 의해서 이뤄졌다.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스스로의 ‘주체’와 ‘민주’를 획득하지 못한

것이다.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실’을 일본에 의해서 강제로 배우게 된 것이다. 작금의 민주

주의가 반쪽짜리인 것은 그 영향이다.


문제는 과거가 아니다. 지금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한민족이 역사 속에서

뜬구름만 잡던 습관은 지금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한국인들이 여느 나라에 비해서 유난

히 종교적인 것은 ‘사대-명분만 일삼던’ 민족성의 반영이다. 우리 민족의 피 속에 흐르던

‘현실과 실천을 등한시하고 그 어떤 거창한 명분과 이상만 추구하던 지향성’이 종교를 만나

서 그렇게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종교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교조주의적 종

교가 한국사회에 심하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사회문제를 대하는 민중들의 반응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대부분의 민중들은 부당

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 술자리에 앉아 그야말로 거창한 ‘거대담론’만 투덜거릴 뿐이다. 고작

해야 가끔 한차례씩 만들어지는 대중집회에 참석해서 그 울분을 토로할 뿐, 작금의 사회의

문제를 구체적인 일상 속에서 어떻게 세세하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자잘한 실천방법에 대

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다른 표현을 해보자면 ‘술자리에 앉아 나라와 국가를 위한 거창한 고민하는 사람들(명분론)’

은 많은데, ‘내일 아침에 1인 시위나, 전단지 뿌리러 나갈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

(구체적 실천론)’은 없는 것이다.


또한 유별난 허례허식과 ‘용의 꼬리가 되느니 뱀의 머리’가 되고자 하는 출세욕 역시 유교

주의의 영향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어 폼 나게 살기를 갈구할 뿐, 일

상에서의 작고 비루한 실천의 문제나 묵묵히 누군가를 조력해야할 일들은 아예 안중에도 없

다. 이는 우리민족의 정신에 삼투되었던 성리학(유학-주자학)적 관념론이 빚어낸 폐해일 것

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몇 세대가 지날 때까지는 좀 심각하다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경험적

이고, 실질적이며, 자잘한 문제를 논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럴싸하고, 수려

하며, 시적이고, 마냥 이상주의적인데다가 너무 지당해서 아무런 이론의 여지가 없는 ‘좋은

말들의 남발’ 속에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헤쳐 갈 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한기는 1800년대 사람으로서 실학과 개화사상의 맥을 잇는 지식인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현대인들에게는 주자학을 남발했던 사상가들(관념론자들)의 손톱만큼도 알려져 있지 않다.

그것은 아직까지도 ‘그럴싸한 것(관념론)’만 추구하는 우리 국민성의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하여간 그는 자신 사상의 핵심을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학문이 사무에 있으면 실(實)의 학문이 되고, 사무에 있지 않으면 허(虛)의 학문이 된다.”


우리는 200년 전 지식인의 외침을 몇 번이건 되새겨야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까지도

그가 제기하던 시대정신의 근원적 문제를 전혀 파악조차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


* 불교와 도교가 지배자들의 손에 들어와 '뜬구름 잡는 얘기', '관념론'으로 전락한 것도 비슷

한 맥락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만 손에 쥐고 있는 '현대적 불교도, 노장사상가'들은 자신의

'허'의 실체를 볼 여력을 잃고 여전히 뜬구름만 잡고 있다.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알려면, 내

자신은 물론 내 조상들이 걸어온 역사까지를 살펴야 한다.


* * 구체적, 경험적, 실질적인 것들에 대한 지향은 ‘실용주의’, ‘물질주의’, ‘자본주의’를 추구하

자는 말이 아니다. 그러한 것들까지를 혁파하고, 평화, 생명, 자유가 조화롭게 구성되는 세

계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 정신’을 말하고 있음이다.

댓글목록

명도abcd님의 댓글

명도abcd 아이피 (1.♡.209.58) 작성일

둥글이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지난 더운 여름철에 호남방랑 생활에 고생하셨지요?

장자 덕충부 편에 이런 말이 있는데요,,

 장자와 친구 혜시가 無情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장자왈 ~
"내가 감정이 없다고 하는 것은 좋고 싫음에 대해서 자신의 천성(본성)을 해치지 않는 것이라네. 그래서 항상 자신의 자연스러운 상태에 순응하는 것이지 애써서 살아가지 않는다네" 하였네요.

이쪽은 마음공부다 보니 밖의 일에 대해서는 사실 잘모르며 관념이 아니고 '구체적'인 일이 맞습니다.
자신의 내면에 올라오는 너무나 구체적인 여러 감정들이 다만 공(空)하여 그대로 여여한 삶을 사는게 공부의 목적이지 바깥의 현상은 잘 모른답니다.

안의 삶이 평화로워지면 바깥의 현상은 문제는 그대로 있겠지만 보는 시각은 달라진다고 봅니다.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210.♡.41.2) 작성일

^^ 잘 지내시지요.
제가 드린 말씀을 오해하시고 있는 듯 합니다.
위에도 말씀드렸지만, "기독교가 지배자의 종교가 되면서 민중들을 수탈하는 도구가 되었듯이, 유교 역시 그렇게" 된 것입니다. 위의 글은 유교 자체를 비판하는 글이 아니라, 유교가 지배자의 학문이 되면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를 보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불교와 도교'를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학문이 역시 지배자들의 손에 들어와 '뜬구름 잡는 얘기', '관념론'으로 극화된 부분이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기의 앎에만 매달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맹목적인 종교가 아닌 이상, 이러한 과정은 기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합니다. 저는 단지 그 얘기를 했을 뿐입니다.

명도abcd님의 댓글

명도abcd 아이피 (14.♡.11.225) 작성일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보면 선이나 도덕경 공부를 보면 전부 자기를 찾는 공부(본래면목)라고 합니다.  석가도 새벽 별을 보고 자기를 깨달았다고 하고요.

둥글이님이 말하는 것과 같이 '세상에 태어나 자가가 누군인지도 모르면서 살아가면 안된다고' 그분들은 말하는데요 ㅎㅎ

불성, 본성, 자성, 본래면목은 다 자기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요?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210.♡.41.2) 작성일

'불성, 본성, 자성, 본래면목'에 대한 깨달음의 필요성과 이에 대한 앎은,
부처가 직접 명도님께 가르쳐주신 것인가요? 아님 2500년의 세월을 통해서 그것이 지배자의 종교가 되고, 관학화 되고, 문화에 삼투된 결과로 명도님에게 와 닿은 것인가요?

명도abcd님의 댓글

명도abcd 아이피 (14.♡.11.225) 작성일

그러니 보통 선에서의 가르침인데요~  그때 부처가 말했다~하면 2500년전의 부처로 생각하면 망상이고 그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합니다.

항상 지금을 가리키며, 금강경 첫머리에 <여시아문>- 이와같이 들었다' 하면 아무런 뜻이 없고 그냥 이와같이, 요렇게, 지금 이대로~라고 설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부처, 하느님, 중생, 해탈, 선악과, 사탄~ 다 말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가 주인공이고 그외의 여러가지 잡다한 이름과 개념은 망상이지요.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210.♡.41.2) 작성일

북한이나, 아프리카나, 미국이나 남북극에 사는 사람이 부처를 접했다면 명도님과 똑같은 개념이 떠오르고 생각을 했을 까요? 2000년전, 1000년전 500년전 100년전 부처를 접했던 개념과 지금의 개념이 똑같을까요? 한국인들 중에서도 명도님이 아닌 사람이 접하는 부처는 명도님이 접하는 부처와 똑같을까요?

아니지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분들에게 물어보십시오. 명도님과 약간씩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차이를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명도님은 계속 다른  얘기를 하고 계십니다.

명도님이 하시는 말씀은 기독교인들이 '오직예수' '예수천국불신지옥'이라는 말과 한치가 다르지 않은 맥락에서 나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명도abcd님의 댓글

명도abcd 아이피 (14.♡.11.225) 작성일

어쨌거나~ 둥글이님 덕분에, 저도 전에 잠시 관심을 가졌지만, 최한기 선생의 기철학을 다시 보는데요.
 좀 어렵지만 그래도 우주와 인간의 삶에 대해 설해 놓았는데, 재미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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