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있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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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얀나비 (125.♡.198.190) 댓글 5건 조회 12,934회 작성일 10-09-26 23:00본문
내 안에 있는 아이가...나타났다...내 생애 늦게, 나에게 자기의 비밀을 말하기를 원하면서.
그녀는 알아들을 수 없이 중얼거리면서 많이 머뭇거리며 나에게 왔지만, 두려워서 평생 피해오기만 했던 삶의 영역으로 내 손을 잡아 나를 인도했다. 나는 그곳에 가야만 했다. 나는 계속 되돌아볼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오래전에 잊으려 했던 곳, 스스로 나의 어린 시절을 내던져 버렸던 바로 그곳이었다. 그곳에서 어린아이인 나는, 내가 아는 것만으로 홀로 있어야 했다. 최소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믿어줄 누군가가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이제 나는 준비도 되지 않은 어른으로, 어둠에 대한 두려움과 과거로부터의 위협으로 가득한, 열린 문 앞에 서 있다. 나는 문을 닫을 수도 없고, 다시 그 아이를 홀로 남겨둘 수도 없다. 대신에 나는 내 삶을 뿌리째 변화시킬 결정을 내렸다. 그 아이가 나를 이끌도록, 수십 년간의 외로움을 버텨내며 살아온 거의 자폐아가 된 이 존재를 신뢰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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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인 아픔이라는 투쟁을 견뎌낼 유일한 무기는 바로, 우리 아동기의 고유역사에 대한 진실을 감정적으로 발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영(幻影)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일이 가능할까? 환영은 어느 곳이든 끼여들고, 모든 삶이 환영들로 가득하다는 것은 역사에서도 나타난다. 그것은 아마 때때로 우리가 진실을 견딜 수 없어 하기 때문이리라..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오랜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 진실을 발견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 진실은 우리에게 새로운 자유를 주기 전에 고통을 일으킬 수 있는 진실이다. 만약, 우리가 진실을 발견하지 않고 지적인 ‘현명함’으로 스스로를 만족시키려 한다면 우리는 환영과 자기기만의 영역에 머물러 있게 될 것이다.
아동기에 우리에게 가해진 상처는 없던 것으로 할 수 없다. 과거에 일어난 어떤 일도 변화시킬 수 없으므로. 그러나 우리는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 몸 안에 쌓여진 지식을 보다 가까이 보려고 함으로써, 또 이 지식을 우리의 인식에 보다 가까이 가져옴으로써 우리의 잃어버린 통합성을 다시 얻을 수 있다.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이 길은, 아동기의 눈에 보이지 않고 잔인한 감옥 뒤에 있는 바로 그 길이다. 우리는 자각하지 못하는 과거의 희생자에서 현재에 책임감 있는 개인, 과거를 자각하고 그것과 함께 살 수 있는 개인으로 자신을 변형시킴으로써 자유로워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확히 반대로 행동한다. 그들은 과거가 계속해서 자신들의 현재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을 자각하지 않고, 자신의 역사에 대해 그 어떤 것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무시하면서, 계속 그들의 억압된 아동기 상황 안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한때 진실이었으나, 오랜 시간 더 이상 진실이 아니었던 위험들을 두려워하고 피한다. 무의식적인 기억에 쫓기고, 그들이 하는 일 또는 실패한 모든 일을 괴상한 방식으로 결정해버리는 억압된 느낌과 욕구에 휘둘리게 된다.
지난 한 주간, 명절이라고 소소하게 부산하던 짬짬이 읽어내린 책인데, 마지막까지 읽고도 손에서 놓아지질 않아 다시 들춰보다가 작가의 말을 인용합니다. ‘서양의 김기태’라고나 할까..정신분석하던 분이데, 자신과 환자들의 삶을 면밀히 관찰하여 기존의 분석적 틀이 오히려 아동기의 상처를 공고히 한다는 결론을 얻은 후, 1988년 국제정신분석협회를 탈퇴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저작활동을 해 온 분입니다(올해 돌아가셨더군요). 끝까지 읽어보니 정말 많이 닮았어요..말씀하시는게. 동서양의 차이인지, 남녀의 차이인지 뭔가 색다른 매력을 얻긴 했지만.
이 책은 '천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드라마'라고 번역된(원제:The Drama of the Gifted Child, 1996)것으로, '천재'라는 단어는 특정분야에 재능이 있는 아이를 말함이 아니라, 단순히 적응할 수 있도록 타고난 능력 덕택에 학대로 인한 고통투성이의 아동기에서 생존한, 스스로를 마비시킴으로써 형언할 수 없는 잔인함에서 생존한 우리 모두를 의미하는 거랍니다.
댓글목록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27.♡.109.206) 작성일
흐흐흐(^^)
미처 추위를 대비해고 오지 못한 덕에서
감기에 걸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콧물을 줄줄 흘리고 다니다가
결국엔 이 밤에 바지 몇 겹, 웃도리 몇겹을 걸쳐입고
머리는 숄로 둘둘 싼 몰골로
이웃에 사는 착한 언니집에 갔습니다.
똑똑!!흑~~
언니보다 덩치는 몇 배 더 큰 내가
아프다고 어리광을 피우니 언니가 한 짐을 챙겨주십니다.
제 모습을 본 동네 친구들이 ㅋㅋㅋㅋ 웃어대면서 한마디씩 합니다.
나도 함께 웃으며 수다를 떨다가
집에 돌아와 문든 홈피를 여니
크크크(^______________^)
하얀나비님의 글을 맨 첨으로 보는 영광을 누릴 줄이야. 야호~!!!!
오랜만에 온 다람살라..
얼굴을 알고 지낸지가 10년이 넘은 사람들이 많은데,
마음으로는 이제야 처음 만나는 이들도 많더이다.
옛날에는 미처 못했던 이야기들, 이제는 술술 나오는데..
야, 이 빈 깡통아
(^_____^)
문득 몇 몇 이들이
10년전에 해주고 싶었던 말을 꾸~욱 참고,
그저 인연을 끊지 않고 묵묵히 바라봐주다가
이제야 토해내는 말들에
데끼는 사랑의 갑옷을 입은 듯 든든해집니다.
그 말이 어떤 말이든 그것이 모두 한 곳에서 나옴을 알기에
바보라도 해도 좋고, 잘했다고 칭찬해주면 뭐 더 좋고(^^)
모두 피해갈 필요 없는 나이기에,,,,
그나저나 기쁜거는 기쁜거고,
감기는 빨리 나아야
훨훨 날아다니며 일을 다 마치고 돌아갈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오늘밤
햐안나비님의 따듯한 기도가 큰 약이 될 것 같사오니...
부탁하나이다. _()_
(^______*)
하얀나비님의 댓글
하얀나비 아이피 (125.♡.198.190) 작성일
우리 데끼, 따뜻하게 해주세요..호~호~
등도 배도 가슴속도 함께 데워 주세요(머리는 작업해야 되니깐 시원해야하구요^^)
이렇게 하믄 되는 거야요?
무조건 마이 먹고 마이 자기!!
흐르는 콧물이 말라 딱지로 앉았을 모습이 선~하구먼^___^
공자님의 댓글
공자 아이피 (211.♡.131.51) 작성일
Alice Miller( http://www.alice-miller.com/)의 책을 읽으셨군요
저는 책이 어려운건지 번역에 문제가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읽고나서도 명확히 개념이 잡히지 않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언제한번 하얀나비님과
이책에대한 상세한 리뷰도 듣고 심리치료에관한 의견을 나누고 싶군요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아이피 (124.♡.177.20) 작성일
반갑습니다, 하얀나비님.
건강하게 잘 계시죠?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데끼도 멀리서 고생하는구나.
나도 따뜻한 기도 보낼께~~
감기 얼른 나아 일 무사히 마치고 얼른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그래서 10월 전국 모임 때 하얀나비님과 함께 볼 수 있도록..._()_
하얀나비님의 댓글
하얀나비 아이피 (115.♡.88.38) 작성일
아쉽게도 토요일 저녁에 일정이 있어, 전국모임 참석은 어렵게되었어요-.-
멀리서나마 모든 분들께 따뜻하고 흥겨운 순간들이길 바랄께요..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