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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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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리랑 (222.♡.115.89) 댓글 2건 조회 6,208회 작성일 07-11-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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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 놓은게 고등학교 때였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골목 어귀에 자리한 허름한 막걸리집으로 가방을 들고 성큼거리며
육삼집 문을 열곤 했다.
늘 모이던 멤버들이 있었는데 대략 일곱명 정도 된것 같다.
다니는 학교가 다르다 보니 늘상 늦게 오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타도에 있는 학교니
가다가 다시 돌아 오면 지각생 처럼 육삼집 문을 슬그머니 열고 들어 오곤 했다.
주인 아줌마는 외상도 잘 주셨고 외상을 빨리 가지고 오라 재촉하는 법도 없었다.
술집 안을 질러 들어가 주방을 지나면 방이 나오는데 그곳이 아지트처럼 사용되곤 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넘치는 에너지를 맘껏 발산하던 어설푼 곳이었다.
아침부터 막걸리를 먹다보면 저녁이 다가오고 빗방울은 창문을 시원하게 두들겨 대고
우린 낄낄거리며 시간을 죽이곤 했다.
아마도 답답함과 이루어지지 않는 그무엇이 고통스러워 육삼집에서 술을 마시곤 했던 것 같다.
넘치는 힘을 발산할수 있는 적당한 곳이 없었던 것 같다.
공부를 하지, 하면 할말은 없었지만 정말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헤메이며 산 것 같다.
다들 왜그리도 술을 퍼먹으며 시간 속에서 괴로워 했는지 ...
육삼집에 가면 맘이 편했다.
술에 머리를 담그면 온갖 중압감으로 부터 잠시 해방된 느낌을 만끽한 것 같다.
공부에 재주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잘하는 것도 없으니
앞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대학시험은 육개월 남았고, 내신등급은 십오등급이니 막막하기가
말로 다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르다고 ㅋ
가고싶은 곳이 육삼집이다.
온갖 수식어를 다 갖다 붙이고 낄길거리던 장소
마음을 완전 오픈하고 히히덕거리며 놀던 곳
육삼집처럼
내가 이곳을 알게 된 것에 고맙고 감사하다.

댓글목록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211.♡.56.37) 작성일

을수야 반갑다.
네 글을 읽다보니 90년대말 두 차례 청주에 발령이나서 도합 1년 겨우 넘는 기간이지만 그곳에서 지낼 때
객지생활의 곤고함을 달래며, 처지가 비슷한 이들과 자주 들르던 율량동 순대집이 생각난다.

허름한 식당에 지나지 않지만, 그곳에 가면 따뜻함이 있고 정겨움이 가득했었지.
지금도 상경하여 지내는 생활이 그때와 다를 바 없지만 그때 그 순대집같은 곳을 아직 이곳 서울에선 만들
지 못하였기에 네 글을 읽으며, 율량동 그 순대집이 많이 생각난다.

그리고, 올갱이국 잘 하던 상주집, 버싯찌게 잘 하는 경주집, 칼국수 맛나게 하던 옛터미널 건너편 뒷골목의
큰손칼국수집, 옛날식 통닭이 맛있던 청송통닭집.... 청주하니 생각나는 식당들....다시 한번 가보고싶구나.

아리랑님의 댓글

아리랑 아이피 (222.♡.195.140) 작성일

형님 오시면 막걸리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율량동에서 술을 잔뜩 먹고 걷다  안기부요원들에게 잡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옷도 교련복에 비틀거리지ㅡ- 걸으며 도로가 한산한게 사람도 없어 이상했는데
알고보니 전통이 왔다고 경호원 안기부요원들이 쫙 깔려있으니
그날 잡혔으면 아작이 났을텐데 ㅋㅋ
그래도 그런날들이 고맙기도합니다.
형님도 하시는 일들이 모두 대박이 나시고 웃음이 넘쳐 늘 행복하십시요.
선생님 출판기념날 가겠습니다.
그날 오시면 소주한잔 드리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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