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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속에 갇힌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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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125.♡.233.150) 댓글 2건 조회 6,448회 작성일 10-10-2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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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한 숙고를 해오는 이들의 상당수는 흔히들 거창하고 대단하며 특별한

것을 숙고해야한다고 믿고 있다. 이에 따라 그들은 타인에게 거창한 생의 원리와 우주의 진

리를 거침없이 쏟아내곤 한다. 이러한 이들에게는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 사회의 문제, 실천

의 문제는 논외로 취급된다.

이들이 그러한 거창함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러한 생각이 스스로가 대지위에 발을 뻗고 있

는 유한하고 별 볼일 없는 존재임을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 영원하고

무한한 관념의 세계 속에서 끝없이 넓은 나래를 펼친 봉황이 되어 오늘도 구만리 장천을 날

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꿈꿔오던 자유와 평온의 세계를 타인과 공유하면서 그것을

‘객관적 실체’라고 믿을 수 있는 ‘공동 이해의 장’을 얻어 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이를 이야

기 해댄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결코 올 리 없음은 자명하다. 더군다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이상

향에 너무 집착하고 그들이 행했어야할 사회에 대한 책임을 등한시한 결과 오히려 세상은

더더욱 흉흉해지기까지 한다.

물론 ‘나’의 존재가 어우러져 그 안과 밖으로 조화를 이루는 이 온우주를, 경외하는 마음으

로 받아들이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 무한성 영원의 세계가 제공하는 그 끝없는 자유와

평온은 분명 땅에 발 디디고 살아가야할 인간의 몸에 날개를 달아주고 그간 경쟁-물질사회

에 적응해서 사는 와중에 만들어낸 편협한 자아의 껍질을 깨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자유감과 평온이 주는 감상적 환희에 빠져서 더 이상 그 앞으로 한발을 내디

디지 못한다면 이는 병 안에 갇힌 봉황의 꼴이 된다. 실로 그 무한과 영원의 세계가 주는

환희, 거창하고 대단하며 특별한 것만 찾는 편협한 정신의 특성은 그 병 안에 안주하는 결

과까지를 가져오게 된다. 문제는 이를 스스로 만들어 냈음으로 자신을 가둔 병의 실체를 확

인 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한과 영원의 세계가 주는 감성적-관념적 자유감은 인간의 영혼에 상당한 부조화

를 빚어내는데(병속의 자유), 이는 오직 비루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의 자잘하고 별 볼일

없는 것들과의 대면과 부대낌을 통해서만 치유할 수 있다.

아니 이는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치유가 아니라, 합일이다. 순간과 영원의 합일, 부분과 무

한의 합일, 비루한 것과 고귀한 것의 합일….

그간 많은 이들은 인간의 보잘 것 없는 일상에서는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들 얘기해왔

다. 그리하여 거창하고 대단하며 특별한 것을 숙고하고 영원과 무한을 이야기하는 와중에서

만이 그 진리가 눈앞에 드러나 보이는 것이라고 믿어 스스로를 병 안에 갇힌 새로 만들어

냈다.

더군다나 그 이야기를 듣고 ‘혹’한 이들의 무리가 집단을 이루고, 종파를 이루며, 문화를 만

들고, 역사를 세우다보니 일단 이 병 속에 갇힌 이들은 이 함정을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둘째 치고 빠져나올 필요조차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간 철저히 이분화해서 구분했던 하늘과 땅, 신체와 영혼, 앎과 실천을 이제는 하나로 봉

합해야 한다. 색즉시공만 찾을 것이 아니라, 공즉시색임을 알아야 하고, 이 땅에서 하늘나라

의 영생만을 쫓을 것을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이 땅에서도 이뤄내야 할 것이다.

나눠져서는 안됐던 이 하나의 덩어리들은 이제 하나로 모여져야 할지니, 이는 우리 자신의

영성 치료의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고, 이 사회의 병리를 치료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며,

국가 간의 분쟁을 중단시키고, 온생명의 조화를 이뤄내는 가장 바람직한 기회가 될 것이다.

기실 무한과 영원이라는 것은 따로 존재하지 않고, 거창하고, 특별한 것이란 그렇지 않은

것으로부터 나눠져 있지도 않다. 내 손안에 영원이 들어와 있고, 저 광활한 우주는 순간순

간 깜빡이는 백열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 모든 살아 숨 쉬거나 그렇지 않은 것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서,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어

우러져서 조화를 이뤄내는 이 온 우주. 이곳에서 경계면이 없는 상호 소통하는 존재로서의

‘나 자신’을 상정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이 스스로 ‘우주’임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

다. 하지만 여기서 그 관념적 선언이 주는 달콤한 희열감에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한다

면, 그는 병속에 갇힌 봉황신세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를 넘어서서 비루한 일상의 문제에 대한 고민, 실천, 부대낌, 갈등과 봉합...

을 통해 그 비루함 자체가 영원이고 무한임을 확인할 기회를 얻는다면 그는 그 속에서 지극

히 단순한 하나의 원리를 발견한다.

기쁨과 고통, 생과 사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고, 진리라고 불리던 것도 애당초 존재하지 않

았던 허구임을 직시하게 될 터인데, 이 순간 그는 그 직전까지 자신이 병 속에 갇혀있었음

을 확인하면서, 하지만 이제는 푸른 창공을 마음껏 날고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아니

그 자신이 이미 푸른 창공이 되어 어느새 자신을 가뒀던 병을 품에 안는다.

자... 또 이런 이야기의 마무리가 지극한 관념론과 초월론의 아류로 수렴될 위험을 미리 경

고하고자 한다. 나는 거듭 얘기하지만 세상의 지극히 자잘한 문제..., 인간의 굶주림, 질병,

헐벗음, 부조리, 부정, 부정의, 사회문제, 환경 등등의 문제에 대한 고민과 구체적 실천이 없

는 상태에서 빚어지는 ‘우주론적 고민’이라는 것은 기실 개에게나 내 던져 줘야 할 먹고 남

은 닭 뼈라는 것을 위에서 말했던 것이다.

개 줘야할 닭 뼈에 그간 입맛 많이 다셨으니, 이제 우리는 살 좀 붙은 닭다리를 쥐어야 하

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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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둥글이는 이러한 마음으로 유랑을 있는다...

-

댓글목록

뜨신밥님의 댓글

뜨신밥 아이피 (210.♡.154.14) 작성일

둥들이님
새가 독수리과만 있는게 아니랍니다
병아리과가 그 숫자적으로 압도적으로 많구요.
너 왜 독수리가 아니니?하고 윽박지르면 병아리 다 도망가요.~
병아리과중에 독수리 새끼가 자신이 병아리인줄 알고 삐약거릴수는 있겠네요.
자신이 병아리과인줄만 알아도 병아리는 아닌데~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211.♡.137.33) 작성일

ㅋ 정말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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