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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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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222.♡.240.38) 댓글 0건 조회 5,429회 작성일 07-12-0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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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에 묵으면서 동물병원원장님으로부터 본인의 경험담을 하나 듣게 되었다.

어느 날 성난 노인 한분이 병원에 찾아와서 자신의 며느리 때문에

소의 윗니가 다 빠졌다며 치료약을 달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며느리가 소여물을 식혀서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뜨거운 상태로 덥석 주는 바람에

윗니가 두 빠져버렸다며 험담을 하며 노발대발 하셨단다.


원장님은 진정하시라고 하면서 ‘해부학사전’을 보여드렸다고 한다.

원래 소는 윗니가 없고 풀을 혀로 말아서 어금니로 씹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노인은 며느리가 워낙 밉게 보이다 보니 원래 없는 소의 윗니가 며느리가 여물을

잘 못줘서 뽑아 놓은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원장님은 그 노인에게 ‘며느리가 밉죠? 왜 미워요?’하며 물으셨고,

그 노인은 부인과의 사별 후에 자신을 제대로 챙겨주지(섬겨주지) 않는 심경 등을

토로하셨다고 한다.


원장님은 말씀을 듣고는 어차피 가지고 오신 돈으로 약 산 샘 치고

손자손녀들 사탕과 며느리 선물이나 하나 사가지고 들어가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 노인은 반색을 하며 ‘어떻게 그런 것을 할 수 있냐?’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자기 평생 단 한 번도 선물을 사서 다른 이에게 건네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독히 가부장제적인 시대를 살아 온 가장이 그 아내와 자식들의 섬김을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발상으로 보면, 자신이 하대해야할 사람들에게

그렇게 아양을 떨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여간 원장님은 그래도 꼭 해보시라고 신신당부 하셨는데 그 한 달쯤 후에 싱글벙글한

노인께서 마늘 한 접을 들고 찾아 오셨다고 한다.


한 달 전에 원장님이 제안했던 대로 아이들 사탕과 며느리 선물을 사가지고 갔었는데,

손자 녀석들은 그 사탕을 받아들고 기뻐하며 사탕이 다 떨어질 때 까지

‘할아버지가 사줬다’며 자랑하면서 먹어댔다는 것이다. 항상 근엄하며 훈계만 할 줄 아셨던

할아버지로부터 난생 처음 선물을 받은 아이들의 기쁨이 오죽했겠는가?

며느리의 태도도 전과 바뀌어져서 밥상에서 맛난 것이 있으면 우선 할아버지 자리에

올려놓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른을 공경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위신도 선다고 하셨다.

이렇게 서로서로 위하고 배려해주는 분위기가 가정에 만들어지다 보니

생활하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자 그 노인은 갑자기 자신의 사별한 부인을 생각하면서 끝없는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꼈단다. 단 한 번도 자신으로부터 친절하고 따스한 애정표현을 받아보지 못했던

그 부인은 평생 종노릇만 하면서 힘겨운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한평생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행복을 맛보면서 과거를 뒤돌아보니

죽은 부인에게 그리 죄스럽지 않을 수 없었단다.


자기 가족, 친구들과의 나눔은 물론 이웃과 인류 전반에 대한 나눔...

그리고 생태-환경에 대한 배려는 우리에게 더 큰 자유와 기쁨과 평안을 선사할 것이다.


그것들은 결코 ‘나’와 괴리되거나 적대적인 것들이 아니라,

나의 일부이고, 나의 뿌리이고 한편으로는 나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편협한 자아의 껍질을 깨고 ‘타인’(인류-생명)과 나누는 만큼 그에 따른 행복과

풍요는 우리의 삶을 따른다. 그것은 내가 타인에게 뭔가를 건네는 행위 자체가

내 자신의 억압된 사고와 자아를 자유롭게 해방하고 확장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후회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타인(인간-생명)과 나누고 있는가?

* 나눔의 행위에는 생활속에서의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나눔의 행위'가 자연스럽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를 불가능하게 하는

'대중사회기반'(자본과 권력추종의)을 무너트릴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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