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나눔과 자유

페이지 정보

작성자 둥글이 (222.♡.240.38) 댓글 0건 조회 5,277회 작성일 07-12-09 08:25

본문

서산에 묵으면서 동물병원원장님으로부터 본인의 경험담을 하나 듣게 되었다.

어느 날 성난 노인 한분이 병원에 찾아와서 자신의 며느리 때문에

소의 윗니가 다 빠졌다며 치료약을 달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며느리가 소여물을 식혀서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뜨거운 상태로 덥석 주는 바람에

윗니가 두 빠져버렸다며 험담을 하며 노발대발 하셨단다.


원장님은 진정하시라고 하면서 ‘해부학사전’을 보여드렸다고 한다.

원래 소는 윗니가 없고 풀을 혀로 말아서 어금니로 씹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노인은 며느리가 워낙 밉게 보이다 보니 원래 없는 소의 윗니가 며느리가 여물을

잘 못줘서 뽑아 놓은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원장님은 그 노인에게 ‘며느리가 밉죠? 왜 미워요?’하며 물으셨고,

그 노인은 부인과의 사별 후에 자신을 제대로 챙겨주지(섬겨주지) 않는 심경 등을

토로하셨다고 한다.


원장님은 말씀을 듣고는 어차피 가지고 오신 돈으로 약 산 샘 치고

손자손녀들 사탕과 며느리 선물이나 하나 사가지고 들어가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 노인은 반색을 하며 ‘어떻게 그런 것을 할 수 있냐?’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자기 평생 단 한 번도 선물을 사서 다른 이에게 건네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독히 가부장제적인 시대를 살아 온 가장이 그 아내와 자식들의 섬김을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발상으로 보면, 자신이 하대해야할 사람들에게

그렇게 아양을 떨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여간 원장님은 그래도 꼭 해보시라고 신신당부 하셨는데 그 한 달쯤 후에 싱글벙글한

노인께서 마늘 한 접을 들고 찾아 오셨다고 한다.


한 달 전에 원장님이 제안했던 대로 아이들 사탕과 며느리 선물을 사가지고 갔었는데,

손자 녀석들은 그 사탕을 받아들고 기뻐하며 사탕이 다 떨어질 때 까지

‘할아버지가 사줬다’며 자랑하면서 먹어댔다는 것이다. 항상 근엄하며 훈계만 할 줄 아셨던

할아버지로부터 난생 처음 선물을 받은 아이들의 기쁨이 오죽했겠는가?

며느리의 태도도 전과 바뀌어져서 밥상에서 맛난 것이 있으면 우선 할아버지 자리에

올려놓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른을 공경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위신도 선다고 하셨다.

이렇게 서로서로 위하고 배려해주는 분위기가 가정에 만들어지다 보니

생활하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자 그 노인은 갑자기 자신의 사별한 부인을 생각하면서 끝없는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꼈단다. 단 한 번도 자신으로부터 친절하고 따스한 애정표현을 받아보지 못했던

그 부인은 평생 종노릇만 하면서 힘겨운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한평생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행복을 맛보면서 과거를 뒤돌아보니

죽은 부인에게 그리 죄스럽지 않을 수 없었단다.


자기 가족, 친구들과의 나눔은 물론 이웃과 인류 전반에 대한 나눔...

그리고 생태-환경에 대한 배려는 우리에게 더 큰 자유와 기쁨과 평안을 선사할 것이다.


그것들은 결코 ‘나’와 괴리되거나 적대적인 것들이 아니라,

나의 일부이고, 나의 뿌리이고 한편으로는 나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편협한 자아의 껍질을 깨고 ‘타인’(인류-생명)과 나누는 만큼 그에 따른 행복과

풍요는 우리의 삶을 따른다. 그것은 내가 타인에게 뭔가를 건네는 행위 자체가

내 자신의 억압된 사고와 자아를 자유롭게 해방하고 확장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후회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타인(인간-생명)과 나누고 있는가?

* 나눔의 행위에는 생활속에서의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나눔의 행위'가 자연스럽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를 불가능하게 하는

'대중사회기반'(자본과 권력추종의)을 무너트릴 필요도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221건 196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346 침묵의향기 5771 07-12-14
1345 놀부님 6229 07-12-14
1344 배경 6267 07-12-14
1343 둥글이 5626 07-12-13
1342 끄냥 4426 07-12-13
1341 배경 4856 07-12-13
1340 그냥 4715 07-12-13
1339 윤양헌 5541 07-12-13
1338 공자 5483 07-12-13
1337 김기태님의글 8979 07-12-12
1336 배경 5262 07-12-12
1335 윤양헌 4761 07-12-12
1334 내숭이 4810 07-12-12
1333 이디아 4748 07-12-11
1332 과메기 6320 07-12-10
1331 원주노자 4959 07-12-10
1330 배경 4659 07-12-10
1329 ren 5146 07-12-09
1328 아리랑 7740 07-12-09
열람중 둥글이 5278 07-12-09
1326 놀부님 5075 07-12-08
1325 배경 4953 07-12-08
1324 동동이를 위하여 4460 07-12-08
1323 놀부 5002 07-12-07
1322 백셩 4695 07-12-07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7,669
어제
13,557
최대
18,354
전체
5,315,688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