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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의 외출,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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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주노자 (211.♡.96.2) 댓글 9건 조회 4,958회 작성일 07-12-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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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쓰고 집앞 눈덮인 산을 바라보고 있으니 자꾸 눈물이 납니다.
제가 원래 마음이 여리고 센시티브해서 남몰래 잘 운답니다
조금만 슬픈영화를 봐도 엉엉 울고, 깊은 밤에 내 자신이 너무 싫어서 잠 못이루다가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에 밤새 웁니다.
왜 이 아침에 빨래를 하다 말고 여기에 앉아서 이렇게 울고 있는지......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시작된 내가 왜 살까로 시작된 끝없는 방황과 목마름...
6년전 세상을 등지고 강원 산골로 들어와 심각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그리고 알콜중독에 시달리며, 나를 이렇게 만든 세상과, 한번도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따뜻하게 들어주지 않았던 아버지, 나를 인간쓰레기 취급했던 박사 지도교수, 철저히 나를 왕따시켰던 직장상사, 내땅 사는데 사기쳐서 2년동안 법정투쟁 하게 만든 놈, 20년을 친형 이상으로 모셨는데 배신한 놈, 내 전재산을 빌려가 갚지않는 사촌동생 등 수많은 사람을 증오하고, 특히 내 자신이 너무 싫어 내 자신을 저주하며, 나를 깨닫게해줘 인생역전 시켜줄 거라고 믿었던 책 1000권과, 마시면 잠시마나 모든 것을 잊게해준 술 속에 빠져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 우주는 간절한 소원을 들어준다더니, 그렇게 갖고 싶었던 따뜻한 형, 따뜻한 아버지, 따뜻한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5년반만인 지난 8월 17일 처음으로 대구에 내려가, 정말 너무 오랜만에 낯선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를 만나고 그의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이 내게 닿고,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과, 그와 나의 진심이 서로 하나가 되어, 그 다음날부터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이 괴로울 때마다 도망갔던 책, 술, 인터넷, 영화 등으로 가지않고, 108배를 하고 그분께 전화를 해서 하고 싶었던 얘기를 막 쏟아내고, 커텐 내린 마루에서 미친 놈처럼 왔다갔다 하고 대가리 찧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하루에 두세번씩 마시던 술을 끊고, 내게 깨달음을 주리라 철석같이 믿었던 책들을 하루에 수십권씩 불사르고, 서툴지만 내 안에 있는 불쌍하고 여린 나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도덕경 전국모임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 또다른 전투가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너무 가고 싶은 마음과, 가면 안된다는 창피하고 자기부정적 마음이 매순간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정말 큰 용기를 내어 대구로 내려가는데, 6년만에 세상속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눈물이 흐르는지..
4시 정각에 그곳에 도착한 뒤로 계속된 창피하고 낯선 마음에 집으로 도망가고 싶어서 얼마나 차로 내려갔던가! 차를 가지고 간 이유도 여차하면 도망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기태형님 이외에는 반겨주는 사람도 없고, 내가 왜 저 사이비교주(한sea)의 횡설수설을 들어야 하고, 낯선 사람들 속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어야 하고, 끼여들수 없는 술판 속에서 술취한 자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너무 싫어서 끊임없이 마음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너무 짧아 아쉬웠지만 처음으로 듣는 형님 강의와, 개인적으로 말씀해주신 이재하님과 들빛님의 말씀은 너무 좋았습니다.
형님과 개인적으로 대화하기 위해 2시간을 기다리다 3분정도 얘기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총무님의 거대한 태클...너무 화가 나서 그 새벽에 또 집에 가려고 내려가서 서성거렸습니다.
예민한 탓에 밤새 술주정을 듣다가 아침이 되고, 산에 간다고 하면 집에 갈려고 하는데, 일정이 변경되어 빙 둘러 앉게 되었습니다. 내 눈앞에서 계속 혼자서 뭐라고 떠들어대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의 사회자가 내 마음을 미친듯이 휘몰아치다가, 어렵게 얘기한 내 말끝에 한 그의 말이 예전에 알콜중독 때의 마음으로 돌려놓아 증오가 극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빨리 이 시간이 끝나고 저 인간을 처리(?)한 후 다시는 도덕경모임을 쳐다보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렇게 쭈그리고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데, 갑자기 내옆의 약하게 생긴 여자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토록 읽어대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고승들의 할~인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는데, 그렇게 싫었던 그 사회자가 완전히 달리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사랑스럽게 보이고, 나를 화가 나게 했던 총무님, 술주정한 분들, 잘난 체한다고 느꼈던 여러 사람들이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내게 오는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은 뭐라 설명하기가 힘든 게 제 언어의 한계입니다...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는 소심한 내가 손을 들고 뭐라고 마음을 열어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고, 여러분들의 따뜻한 격려가 너무 좋았습니다.
아침식사를 하며 할소리를 내주었던 일혜님의 좋은 말씀을 듣고 이제 헤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도망가려고 애썼던 집이 가기가 싫은 것이었습니다. 참, 우스운 일이죠...
한 분 한 분이 너무 사랑스럽고, 모두 다 나의 좋은 스승인 것 같았습니다.
악수하고 뜨겁게 포옹하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집에 가려는데 아직 마지막으로 문을 열지 못한 단 한 사람, 예의 없고 자기 마음대로일 것 같은 조폭같은 사람이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절대 안 태울 그 사람을, 조금 마음이 좋아진 상태라 태우고 오는데, 옆에서 형 형 하며 뭐라고 얘기하는데, 빨리 안동만 가고 내려주자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처음부터 그렇게 싫었던 그가, 그렇게 갖고 싶었던 사랑스런 남동생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과거의 나의 창피한 이야기를 미친듯이 쏟아내며 울고 있는 것 아닙니까! 벌써 석한동생이 보고싶다...
즐겁고 벅찬 마음으로 산골 집으로 돌아왔는데,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들이 마당까지 나와 반겨줍니다. 매일 집에 있던 아빠가 어딘가에 가서 자고 오니, 아이들도 신기한가 봅니다.
그러고보면 난 참 행복한 사람인데... 그렇게 싸우면서도 언제나 내옆을 지켜주는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와, 이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훌륭하고 멋진 줄 아는, 아빠가 없어 잠못잤다는 사랑하는 세 악동들, 그리고 언제나 따뜻하게 그래 상규야, 괜찮아 해주는 기태형이 있고, 또 오다가 좀 이상하게(?) 생겼지만 멋진 동생도 생기고, 벌써 보고싶은 도덕경 선배들도 있고, 그리고 내가 술을 마시고 하루종일 중얼거릴 때나, 혼자 증오와 외로움에 사로잡혀 대가리를 찧으며 울거나 할 때도 언제나 나를 바라봐주던 저 멋진 앞산이 있는데.....
빨래를 하다 말고 앉아서 3시간을 울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글을 누간가가 보고 미친 개소리라고 해도 이제는 예전처럼 화가 안날 것 같습니다.
이런 용기가 어디서 왔는지, 못쓰는 글을 많이도 썼네요.
여러 선배들께서 부족한 저를 널리 이해해주시고 앞으로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짧은 순간 많은 가르침을 주신 기태형님, 이재하님, 들빛님, 일혜님, 귀환님, 석한동생, 모임을 위해 애쓰신 총무님, 공자님, 이여사님 등등 많은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너무 보고싶습니다...
우연히 강원도를 지나게 되면, 전화주세요.
늘 꼭꼭 잠궜던 대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겠습니다...
이제 눈물을 닦고 빨래와 청소를 하고 많은 집안 일을 하고, 저 멀리 길 위의 버스에서 내려 도란도란 얘기나누며 걸어올 세 악동들을 기다려야겠습니다.
감사, 감사드립니다.............

댓글목록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211.♡.56.37) 작성일

원주노자님, 고마운 글 읽으며 눈물도 나고 많이 웃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기쁘고 즐거운 나날들이 이제 다시 시작되실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원주에 계시니 서울모임이나 대구모임에라도 참석하시어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근데 항상 보아도 좋은 석한이가 어떻게 조폭같이 이상하게 보였을까? ㅎㅎㅎ ( 전 이대목에서 젤로 많이 웃었습니다...)

원주노자님의 댓글

원주노자 아이피 (121.♡.6.96) 작성일

기태형님이 맘대로 이쪽으로 글을 옮겼네요  조금 창피할것같은데^^
권보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똑같은 얼굴인데 조폭이 너무 사랑스러운 동생얼굴로 바뀌다니 참 우습죠
다시 뵙기를 바라며 아내가 집에 오기전에 이제 그만 눈물이 멈춰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옆에머물기님의 댓글

옆에머물기 아이피 (58.♡.124.19) 작성일

좋은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무리해서라도 갈걸 그랬습니다.후회 TT

아리랑님의 댓글

아리랑 아이피 (222.♡.195.153) 작성일

님에 글을 읽으니 가슴이 따뜻해 집니다.^^
저도 기태형님과의 만남이 참으로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알며 사는 사람입니다.
기태형님의 넉넉함과 배려가 가슴을 울리기도 하고 그냥 기쁘기도 했습니다.
님과의 만남도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악수를 하며 편안해 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청주에 오시면 연락 한번 주십시요.
몇번을 읽어 보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원주노자님의 댓글

원주노자 아이피 (121.♡.6.96) 작성일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고 10년을 공부하고 가르쳤던 청주는 제게 사랑과 미움의 도시입니다.
처갓집에 갈때 연락하겠습니다
님 덕분에 내년 모임때는 세악동들을 데리고 가고 싶은 꿈을 꾸어봅니다
사진 올리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소군님의 댓글

소군 아이피 (124.♡.102.98) 작성일

원주노자님 안녕하세요?
제천 김양희 입니다.
원주노자님이 오셔서 반가웠습니다. 저희 동네와 가까이 계시는 회원이 생겨서요.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번 전국모임때는 혹여라도 도망못가게 제차로 모시고 가야겠습니다.
글구 전 가끔 대구모임에 참석하곤 했었는데(두번 갔었지만^^)
이번 방학 중에도 시간이 될 때 대구모임에 가려고 합니다.
갈 때 전화 드릴테니 혹 가실 여건이 되시면 같이 가면 좋겠습니다.

원주노자님의 댓글

원주노자 아이피 (121.♡.6.96) 작성일

제가 사는곳에서 200미터만 가면 제천 경계선입니다
오늘 또 이렇게 기쁜소식이 오는군요.
제발 저좀 데리고 가주시면 그 은혜 잊지않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둘이 힘을 모아 2달에 1번이라도 도덕경강의를  이근처에서 듣게 되길
기원합니다.
소군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천으로 장보러갈때 만나는 날이 오겠죠...^^

규리님의 댓글

규리 아이피 (211.♡.153.118) 작성일

김기태 선생님을 만나.. 이렇게 기뻐하는 사람이 또 한 사람 늘었네요.
저도 님과 같은 기쁨의 눈물이 흐릅니다.
우리 김기태 선생님의 사랑이 정말 이곳 저곳으로..  온 누리에 사랑을 전하는 듯 합니다.
우리 식구만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미안하고.. 미안했는데...
다음엔 꼭 아이들과 함께 참석해 주세요.
그러면 저도 기죽지 않고 도덕경 식구들께 조금 덜 미안할 것 같고...그럴 것 같아요.^^
함께 얘기는 못나눴지만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는 점점 더 좋아질 것입니다. 점점...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222.♡.240.38) 작성일

와우~
저는 마치 님의 이야기가 세계를 가로막고 있는 큰 방벽을 넘은 영웅의 이야기로 들리는 군요.
대단하십니다.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단점이 있는데,
님은 님의 '단점'을 극복하셨습니다.

이제 편히 사시는 길만 남으셨군요.
부럽씀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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