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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을 자꾸 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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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림 (121.♡.111.112) 댓글 3건 조회 5,993회 작성일 13-04-10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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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져나오는 걸 잘도 참는다. 나는...
예전엔 눈물이 너무 많아서 놀림도 받았는데..
언니가 늘 그랬다 울순이라고...언니는 그런 말도 비꼬는 듯 말한다.
놀리며 비웃는 것처럼..사람들 앞에서도 늘 그랬다. 얘는 울순이야.. 툭하면 울어..
그게 싫어서 언제가부터 꾹 참았다.
가족 아무나에게도 존재감을 보이기 싫어서
책 잡힐 일따위는 하지도 않았다.
완벽해 보여야 언니가 나를 꼬집어서 비웃지 않으니까
그냥 표정없이 하라는 거 하고 하지 말라는거 안했다.
 
8살 차이가 나서 언니가 고등학교때 나는 초등학교를 다녔다,
언니가 사진찍는걸 좋아해서 사진사를 불러서 친구들과 늘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사진 찍을 때 나를 몇번 데려갔다.
이유는 날씬해서..그리고 내가 웃을 때 이빨이 몇개 보여서
영화배우 누구같다고...그나마 이쁜 여벌의 옷까지 가져가서 갈아입혀가며
그게 다였다. 나를 마음으로 챙겨주거나 이뻐해주거나 하는 거 없이
친구들에게 날씬한 동생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그 사진속에서 나는 어색하게 웃고 있다
언니가 정해준 포즈를 취하고 영화배우 누가 웃을때 드러나는 이빨 갯수를 억지로
드러내느라 입을 찢으채로...웃으라니까 웃는 표정을 지었다.
언니는 사진이 나왔을 때 이빨 수를 세었던것 같다. 입꼬리가 이렇게 올라가니까 미스코리아감이라고..
상대적으로 날씬했고 웃을 때 이빨수가 누구와 같았던 나는
언니친구들에게 늘 그 내용으로 소개가 되었다.
그게 정말 죽도록 저주스러웠다. 사랑스런 동생이 아니라 같이 사는 날씬한 애...처럼 소개하고
평소에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던 그 이중인격...같은 학원에 다녔어도 선생님이나 친구들은
언니가 내 언니인걸 몰랐으니까...학원에서 아는척하면 언니는 대답도 없이 친구들과 가버리고..
내게 정을 주는 언니가 아닌 냉랭한 옆집 여자같이... 그래서 몇번 하다가 나도 아는척을 안했다.
사람들 보는데서 창피하고 쪽팔리고 해서...초등학교 2학년때...
 
내가 친구집에 놀러가서 가서 5분도 안되어 동네방네 소리지르며 이년저년 어딨냐며
찾아내라며 친구집을 뒤지던 그 언니가...난 정말 챙피했다.
내 존재가 너무도 초라했다 친구들 보는데서...
그런일이 반복되자 친구들은 내가 자기집에 가면
그 걱정부터 했다. 니네 언니가 또 찾으러 올텐에 어쩌냐...
나는 아마도 씁쓸한 듯 미소를 지었거나 자신만만한듯 걱정말라거나 했을거다.
속으론 너무 무서웠고 끔찍했다. 갈데라곤 그 친구집밖에 없는데..
한번은 그 친구네 화장실에 숨었다. 내가 안됐던지 숨으라고 친구가 했다.
문도 없이 거적으로 만들어진 문안에 재래식 화장실...그 안에 얼마나 있었던지..
없다고 걸리면 죽는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더니 사라지고 금새 다시 나타나서
진짜 없냐고 확인하고 갔다...그 안에 있을때 화장실 냄새.. 역한 냄새.. 몸에 배어서
한참을 맡았던 그 냄새...난 아직도 그 냄새를 기억한다..그 공포.. 깜깜한 곳..잘못 디디면 구덩이에 빠질까봐
소리나지 않게 .. 숨도 멈추고...온갖 상상을 다하면서..집에가면 죽겠구나...어떤 핑계를 대지...집에 가지 말까...
왜 찾으러 다녔냐면 방 청소 시키고 가게 보라고... 어딜 놀러다니냐고 너만 팔자 좋게...
결국 얼마 못가고 나는 모든걸 포기하고 외출을 안했다.
그리고 낮잠을 잤다. 그러면 팔자좋게 낮잠 잔다고 난리난리...
아버지까지 보시는 날엔 어린것이 어른들이 일하는 낮에 낮잠이나 처잔다고
부부싸움...방 청소하다가 책이 있어 보다 잠이 들면 청소하기 싫어서 자는척 한다고 발로 툭툭 차고...
(지금도 우리집에서는 책을 좋아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얘는 책보는걸 좋아해 라는 인정..그딴거 없고 다만 사람들에게 자랑할게 정 없으면 얘는 책 많이 봐하고 얘기한다.)
나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못했다. 다 내 잘못같아서 작은방 구석에 앉아
입안으로 들어오는 천장, 솜뭉치가 목구멍을 틀어막는 고통, 천장이 나를 깔아뭉개서 질식하는 환상을
겪으며 숨을 못쉬고 괴로워했다. 울지도 못했다. 울면 놀리고...울면 내가 너한테 뭐라고 했다고 우냐고 크게 혼나고...
그렇게 고등학교까지 살았다.
나한테..어리고 여린 나한테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초등학교때 나는 늘 집 마루에 혼자 앉아 있었다. 친구네 집에 가지도 못하고..
친구들이 와서 놀자고 해도 언니도 엄마도 나가게  못하고...잔다고 거짓말까지 하고..
어릴때 기억이 없지만 그나마 몇개의 남은 기억은 생생하다...
나는 심심하기도 했고 창피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고 괴롭기도 했고...
 
어쨌건 내가 우는건 대부분 상대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서러워서 우는것이다.
영화를 보고 우는것도, 집없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고 우는 것도
그냥 나 자신이 서러워서 우는것이다...
그 누가 불쌍해서 우는게 아니다. 그 불쌍한 상대를 나라고 생각해서 우는 것일뿐이다...
 
그것조차 이젠 안한다.
자동으로 참아지니까...한줄씩 흐르는 것을 닦다보면 내 이성이 나를 수습하는것 같다.
나는 이성이 발달한 사람이라서 그런가...
으~하고 작은소리로 울면 코에서 뜨거운 김이 나간다. 그러다 이내 수습을 시작한다.
참으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눈물을 수습만 할 뿐이다.
 
이젠 언니와 같이 산다. 어쩔 수 없었다. 엄마도 같이 산다. 이 역시 어쩔 수 없었다.
같이 살기 전에 한번 싸운적이 있었다. 그때 어릴때 얘기를 했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난단다. 내가 너한테 그렇게 모질게 했는지 기억이 안나다고...
억울했다. 나는 사과를 받고 싶은것도 아니었고 다만 그때 왜 그랬는지 그게 궁금했고
내가 얼마나 초라하고 죽고 싶을만큼 고통스러웠는지에 대해 이해를 원했을 뿐이다.
그런데 기억을 못한다고 내가 그랬으면 진짜 미안하다고 하고 끝냈다.
그러면서 자신이 막 울었다. 어릴때 기억이 없다고...
언니 역시 어릴때 기억이 없나보다..그런데 언니를 비롯한 가족이 준 고통땜에 기억을 못하는 나를 붙들고
자신도 기억이 없다고 우는걸 보니 싫었다..나한테 신세한탄을 하는거..너무 싫다.
한풀이... 나를 붙들고 자신의 신산했던 삶의 한풀이를 한다.
언니가 불쌍하지 않다. 그럴때... 그 한풀이를 안듣고 싶을뿐이다.
내게 고통을 준 사람이 나를 붙들고 한풀이를 한다는건 너무한거라고 생각했다.
나야말로 한풀이를 좀 해야하는 사람인데...언니의 한풀이 이젠 정말 듣기 싫다. 끔찍하게 싫다.
역겹기도 하다...자신의 결혼 이후의 삶이 어렸웠던건 자신이 선택한거지 누가 어렵게 한건 아니잖아.
평생을 나같은건 동생으로 취급도 안하고 돌봐줄 생각도 안하고 오직 자기 남편과 자식만 알고 살던 사람이
이제와서 가족이라고 같이 살자고 하고...한풀이까지...
일이 고되서 밥도 못먹고 남편이나 오빠나 죽을것처럼 힘들어서 언니 아들 하루만 우리 가게에서 알바시켜달라고 사정사정해도 별스럽지 않은 핑계를 대며 절대 들어주지 않던 사람이다. 오로지 자기 가족만 알던 사람이...
 
사실 이런 일방적인 욕을 써도 되는걸까 너무도 망설여졌다. 내 한풀이 공간인가 이곳이...그러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 여긴 욕을 쓰는 공간이어서는 안될것 같은...그래도
생각나는 고통스런 기억을 어딘가에 기록하고 싶었다. 생각이 나는대로 얼기설기 나열하기로 했는데
이곳이 그곳이 되었다. 공책에 기록을 남기는건 가족에게 들킬까봐 싫다. 이곳이 안전하다. 이곳은 어쨌건 증인이 되어줄 사람도 있는 것 같아서 좋다...생각이 나서 괴로울때마다 올리고 싶다...---
정말 그래도 될까...
내 인격 제대로 뽀록나는구나...
여기엔 좀 제법 좋은 내용의 글이 쓰여져야 하는게 아닐까...
이곳에 피해를 주는건 아닐까...
나의 전전긍긍은 한이 없다..마음이 두근두근한다.
욕 먹으면 그만두지라는 생각으로 일단 올려본다. 내 유서같은 글...
 
 

댓글목록

오응준님의 댓글

오응준 아이피 (115.♡.105.162) 작성일

여긴 이런 종류의 욕을 쓰는 공간 맞습니다. 맞고요...
계속해서 올리면 저도 좋겠네요.
제게 많은 위로가 됩니다.
산다는 것이 그런가 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서정만1님의 댓글

서정만1 아이피 (221.♡.67.24) 작성일

소설처럼 쓰여져서 공감가며 읽었어요 여림님...
'일단 올려본다'란 마음이 작은 한걸음이 용기가 멋져요..
아기새가 창공에서 날개의 방향을 조금만 틀어도 나중에 자신이 원하던 그리던
고향으로 가있듯이 작은 용의가 그리 인도해줄거라 믿어요..

제목을 보고 나도 그런데..또 누가?하고 글을 보기시작했어요..
눈물을 보이면 두렵더라구요..그래서 혼자서도 울지못하는경우도 많아서..
가슴이 답답하고 슬픔이 많아서 작은일하나도 무척 힘들어하는 저자신과 다르지않아서
읽는대 울컥하네요..

제겐 아주 소중한 친구가 있어요..그 친구는 남들이 보기엔 좀 모자라요..
표정도 그리 밝지도 않은경우도 많고 말에는 생기가 없고 두려워서 남들앞에 나서는것에
매우 힘들어하고 외로워하고 작은일하는데 손을 떨면서 매우 힘들어하고 그래요..
그 친구는 실패할까바..욕먹을까바 어릴적부터 그랬어요..

전 그 친구가 매우 싫었어요...겉모습은 어른인 친구지만 하는 행동은 어린아이같아서
무척 싫었어요..그래서 거울을 보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왜 저도 신세한탄을 ^^

수백명의 친구보다는 그 어린친구와 친구가 되는게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인듯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여림님..

덕이님의 댓글

덕이 아이피 (210.♡.14.202) 작성일

글 올리신다고 머라고 하실분 여기에는 없으실꺼에요
저도 일기나 글을 쓸려고 해도 가족이 읽거나 들킬까봐
전전긍긍했었어요 실제로 부모님들은 몰래 읽으시잖아요 ㅡ.ㅡ;;
글올리신다고 욕하거나 하시는분 절대 없을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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