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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들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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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B (121.♡.111.112) 댓글 3건 조회 6,121회 작성일 13-03-30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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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랫글에서 무감정이라고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근데 그 무감정을 한번도 사람들에게 드러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표정을 잘 만들줄 압니다.
그만큼 사람들을 잘 속였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모임에 가면 나는 무척 '사람좋은 사람'이라 불립니다.
또 어느 모임에 가면 나는 '유머로 좌중을 흔드는 사람'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어느 모임에 가면 '열정적인 진지한 학구파'로 불려집니다.
또 어느 모임에 가면 '무겁고 어렵고 힘들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다른 모임에 가면 나는 '친절하고 순수한 사람'입니다.
 
나는 이렇게 여러가지로 나를 보여줄 수 있는데
어쨌건 본질은 같습니다. 진짜 나를 보여줄 수가 없어서 만들어낸
가면이라는 것.
근데 참 무서운건 이렇게 연예대상 뺨치게 연기를 했는데도
묘하게도 나를 제대로 꿰뚫어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모임은 피하게 되지요.
좀 속아주는 모임...그런곳에만 다녔었습니다.
 
산청모임을 말씀하셨었는데요...
나를 제대로 꿰뚫어보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무섭습니다..들키는거...
 
나를 들키는거.
나의 꼼수를 들키는거. 
내가 상대방에게 '진짜 관심'이 없음을 들키는거.
나의 앞과 뒤가 다른 이중성을 가졌다는 걸 들키는거.
내 감정을 내가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는것.
내가 당신들을 아무도 믿지 못하고 있다는 걸 들키는 거.
내가 실은 눈을 못마주치는 사람이라는 거.
내가 안절부절 몹시 불안한 상태의 사람이라는거.
그리고 나는 언제든 상대방이 나를 비난하면 주눅이 들어 꼼짝도 못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실은 비난당하면 주눅이 들어 꼼짝 못하지는 않지만 내 속은 이미 주눅이 들어있다는 거)
내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유치하다는 거.
내가 사람들을 내 기분내키는 대로 상처를 주고 차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
나는 너무나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라는 거. 
나는 촉수가 너무 발전해서 어마어마하게 예민한 사람이라는 거.
아무때나 누구에게나 튀어나올 수 있는 분노를 숨기고 있다는 거.
내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거.
내가 우울증이라는 거.
내겐 진심이라는 게 없다는거.
내가 자신감이 없다는거.
내가 돈을 좋아한다는거.
내가 이랬다 저랬다 잘 하는거.
내가 내 자신을 드러내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거를 들키는 거.
내가 지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가면을 쓴다는 걸 들키는 거.
나는 게으른 사람이라는 거.
난 언제든지 당신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거.
내가 절망속에 빠져있다는 거.
내가 엄마를 엄청 싫어하고 미워하고 분노하고 죽이고 싶을만큼 죽여버리고 싶을만큼 짜증이 나 있다는거.
나는 감정이 없고 그래서 사이코패스처럼 언제든 돌변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거.(나는 내가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이 있고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질문해 보았더니 아니라더군요.) 
내가 나에 대해 진심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듯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거.
아무튼 나를 숨겨야 내가 사는 습성을 배웠는가 숨겨야 편하니 원...
 
결국엔 세상 어디에도 관심이 없고
세상 어디에다도 발 붙일 곳이 없고
그냥 이 복잡하고 힘들것들을 가뿐히 넘어서
소리없이 사라지고만 싶은 생각들...
 
한가지 원하는 삶이 있다면
눈은 땅을 보고
눈 마주치지 않으며 말하고
서로 무표정하게(웃지 않아도 된다는 게 아니라 웃으면 안됨)
일부러 친절하게 굴면 안되고
'상황에 맞는 자동표정'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그렇게 사람들 속에서 있지만 없는 것처럼 살고 싶을뿐...
 
나는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온 것일까 궁금합니다.
나는 들키기 싫은 것은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을 양심과 도덕, 인간의 도리,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점잖음과 강직함등의 잣대로 평가하여 정답과 오답을 내려주신 엄마에게서 주입된 것들로, 이미 없어진 내 인간적인 모든 감정과 생각 그것이다.
오직 성공만이 최고로 잘난 것이며 못난것들이 못난짓 한다고 우리를 꾸짖던 아버지, 남들을 배려하게 병신.. 나만 생각하라고, 세상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믿는 게 병신이라고 우리를 가르친 아버지, 병신, 병신,,,말끝마다 병신들,,.
서울 사는 사촌들과 비교하며 못난것들이라고 비웃어대던 할머니,,,사촌들 쓰던 축축한 수건은 아무말 없이 쓰면서우리가 쓰는 수건을 더럽다고 따로 빨아서 쓰던 할머니..돈을 훔쳐 사촌들에겐 용돈도 주면서 우리에겐 십원한푼 안주던 할머니..
세분의 각기 다른 어른들의 삶이 다 내 속에 있어.
양심과 인간의 도리만이 살길이다와 양심은 무슨 얼어죽을 양심이냐 성공이 최고지, 시골것들은 서울것들 보다 못하다던 할머니..이중구속+알파...
최근엔 '너만 잘 먹고 잘사냐. 언니랑 오빠들은 다 고생하는데..라며 그나마 최근에 편안해지려던 나의 일상을 죄로 몰아넣어주신 엄마. 내가 고생을 시킨것도 아니고 나야말로 경제적(남편몰래), 정신적, 실질적으로 모든 도움을 다 주었는데도 본인들이 그렇게 사는 걸 나더러 어쩌라고 ..내 편안함에 죄의식을 쏟아부어주신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해야하나. 내가 인간의 양심을 저버리고 살았는데 그걸 알려주셔서. 참고로 내가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살고 있지는 않을겁니다.
밑에 많은 글들을 지웠습니다...구구절절 억울한 얘기들...
 
 

댓글목록

말돌이님의 댓글

말돌이 아이피 (112.♡.244.40) 작성일

할머니는 확실히 똘아이시네요.

님은 억울한 얘기를 지웠다고 했는데,,,
성장기의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을 너무 쉽게 이해하거나 용서하거나 모른척 무마해야 한다고 교육받은겁니다.

저도 하루도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는 영세민(기초생활수급자) 가족의 막내아들로 성장했습니다.
상처받아서 이미 맘이 망가진 사람들은 집안 서열이 젤 낮은 사람한테(막내 또는 여자)
모든 더로운 감정을 토해내지요.

절대 용서해서는 안됍니다.
용서가 아니라 땡깡을 부려야합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억지로 용서할려고 할때 지옥문이 열립니다.

억지와 땡깡을 많이 부리시길 기원합니다~!

깨달음의 완성은 억지와 땡깡입니다!(새우깡은 아님)

myh님의 댓글의 댓글

myh 아이피 (175.♡.72.243) 작성일

속이 후련하네요
역쉬  말돌이님  ㅎㅎㅎ^^

덕이님의 댓글

덕이 아이피 (112.♡.118.54) 작성일

강해야한다 힘이 있어야한다는 일념에 격투기수련에 매진했었습니다
그곳에도 불우한가정환경과 어떤상처로 격투기를 시작한 사람이 많았었죠
근데....대련을 핑계로 자기 맘에 안드는 제자나 동료를 기절시키고 "킥킥..웃기도하고" (기절해서 거품을 무는모습에 웃더군요)
동료의 팔이나 다리를 모른척 비틀어 꺽어버리고 기부스나 수술할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주었습니다
본인은 들키지않게 모른척 하더군요
자기의 상처,괴로움,환경을 이렇게 타인을 상처주고 괴롭히면서 풀더군요


BB님이 들키는게 무엇이 두렵습니까
남을 상처주고 괴롭히고 싶은 마음입니까
아니면 속여서 사기치고 싶은 마음입니까

자신의 상처,아픔을 위로하기위해 더 약하고 상처받은 타인을 괴롭히고싶습니까
상처로인해 사랑에 목말라있는 사람들을 이용하고 사기치고 싶습니까

BB님의 글에서는 전혀 그런마음을 찾아볼수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아픔을 자신에게 돌리는 BB님이 보입니다

돈을좋아하고 가면을 쓰고 불안하고 게으르고 자신감없고 유치하고 세상에 관심이 없는게 무슨 죄입니까
또 그러면 어떻습니까 죽을 죄를 지은것도 그렇다고 타인을 괴롭힌것도 아니잖아요
BB님 자신만 괴로우신거잖아요

BB님은 본인에게 상처를 준 가족에게도조차 괴롭힐마음도 상처줄마음도 없으시잖아요
그냥......본인이..괴로우신거잖아요

BB님이 살아온 환경, BB님의 지금모습들
들킬것도 없고 잘못하신것도 없습니다




PS. 저도 BB님처럼 제 자신이 들키는게 너무 두렵습니다...
    그래서 그냥 눈 별로 마주치지 않고 표정별로없고 억지표정으로 웃기도 하고
    사람들 속에서 존재감없이 살고 있습니다 ㅡㅡ;
    글만 왠지 당당한거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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