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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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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정만1 (221.♡.67.24) 댓글 5건 조회 7,396회 작성일 13-03-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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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날 갈구던 고참이 나에게 자주했던 말이고 군대를 나와서 만난형이 나에게 자주했던말이다..
 
'넌 딱히 잘하는게 없고 넌 모호해..계륵같아..어디 쓰기엔 모자란듯하고 그렇다고 완전바보도아니니
 
애매해'라고 이야기했다...잘하는것처럼 생겼는데 막상 시키면 실수를 많이한다고 했다..
 
그래서 형이 나에게 자주했던 질문을 할때면 머리를 긁으며 말꼬리를 흐리곤했다..
 
'너의 장점이 머야?넌 무얼 가장 잘한다고 생각해?' 물어보면 덜컥 겁이나서 '아..그게...저도 잘..'
 
하고 얼버무리면 혀를 끌끌 차던 형의 모습이 떠오른다 ㅋㅋㅋ
 
그래도 곰곰히 생각해서 억지로 만들어서 대답했다..'그게 말도 좀하고 리더쉽도있고 등등'
 
그러면 대답이 '야..장점이 너무 모호하잖아..그게 머야?확실히 몰라?'하면..다시 '그게..나도..잘...'
 
하고 대답하곤 했다.ㅋㅋ
 
그래서 나는 어디에 쓸모가 있고 나의 장점을 자신있게 이야기하지못할까 해서
 
피터드러커,장점,강점계발서를 많이 읽었다...'그래..나도 장점이 있을거야..찾아보자..'생각했고
 
나름 누가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야지..하곤 장점을 외우고 했지만..왠지..아닌듯하고 자신감이
 
없었다...그리곤 형을 만나서 형이 '이제 너의 장점을 찾았어?'하면 자신있게 '네'라고 대답하곤
 
머리를 굴렸다..'이렇게 이렇게 대답하리라..'생각했지만 내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니
 
갑자기 머리가 맨붕되고해서..'제 장점은....제장점은...'하다가...'야..자신있게 대답하지않으면
 
니 답이아니고 책에서 빌려온거야..너 책보고 빌려온거지?'하면 난 화들짝 놀라서 '아니다..이건 내
 
답이다..'이야기하곤 비장의 카드를 꺼내듯이 이야기했다..'제 장점은..제장점은...'
 
'앗.!제장점은 바로 경청이에요..!'하고 떨리는 입술로 이야기하면 사람들의 표정이 또 추상적인
 
대답을 했다며 이상하게 쳐다보곤 했다...그것말고 다른것없냐?라고하면 더욱 겁이나서..
 
'제 장점은 배려에요!'라고 말하곤 스스로 쓰디쓴 가슴으로 씁씁해했다...
 
'난 내가 무얼 잘하는지..무엇에 쓸모있는지 왜 잘모를까?'하고 씁쓸해했다...
 
대부분의 과거의 베스터셀러는 다 읽어서 잠깐 유행하던 용어들이 나의 장점이 되곤했다 ㅋㅋ
 
'배려..경청''리더쉽'소통''멀티플레이어' 그렇게 책제목처럼 나의 장점도 그때 그때 바뀌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그런 모습이 귀엽지만 그땐 절박햇다...어느날 또 질문이 나올걸 대비해..준비했다.
 
내가 대답하면 가장 두려워하던 말이 나왔다..
 
'니 장점이 머야?'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제 장점은 멀티플레이어에요!!한가지를 딱 잘하진않지만..
 
이것저것 조금씩 잘해요..!'그떈 형 두명이 대답했다..
 
'그건 현대사회에서 필요없어..현대사회에서 필요한건 한가지 재능이 극대화된사람이야..'
 
'정만아..그건 책제목아냐?' 나는 헉했다..책제목이란 말에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ㅡㅡ;;
 
'젠장..극대화..그놈의 극대화는 젠장..' 슬슬 짜증이났지만 표현하지는 못했다..
 
이제 부터 그게 두렵고 지겨워서 대들기 시작했다..'전 극대화든 장점이든 필요없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나의 장점...을 극대화시켜야한다고 믿었기에 불안했다...
 
다른사람들은 나름 각자 한가지씩 재능이 있는것처럼보였고 각각의 쓸모대로 나름 사는듯했다...
 
나는 다듬지않은 통나무처럼 쓸모가 있는줄 모르겠고 아리송하고 쓸모가 없어보였다...
 
어느날 형이 나에게 '너에게 큰기대를 했는데 생각만큼 아니다...'란 말을 들었고 거부에 대한 두려움에
 
장점찾기에 혈안이되었지만 오리무중이었다...그래도 대답하기위해 스스로 느끼기에 '경청'을 장점으로
 
믿고 그대로 암시하곤 했다...
 
그땐 내가 거부에대한 두려움이 있다곤 상상해본적이없기에 왜 물어보면 그리 대답하지못하는지
 
이해할수가 없었다...'제 장점은...제장점은..'하면서 말꼬리를 흐리곤했다...
 
내가 그때 느끼기엔 형들은 다들 곧게 선 소나무같고 나는 구부러진 흔해보이는 그런 나무같았다..
 
구부러져보여서 고칠때도 많아보였다...
 
'젠장 이렇게 장점을 못찾아서는 쓸모없는 나무처럼 버려질건데..'하면서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보곤했다..
 
4~5년전 일이지만..어제 일처럼 선명했다....
 
'그래..쓸모없어도 괜찮잖아...쓸모가 없으니 이것저것 할수있고 주목을 덜 받아서 부담감도 적고..'
 
아!하고 최근에 생각이 들었다..쓸모없다는 여겼졌던 나의 과거가 다르게 보였다...
 
쓸모있을수록 방어적이고 특별히 한가지일에만 국한될수있는데..쓸모가 없을수록 쓸모가 많잖아..
 
대단하진 않을수도 있지만 ㅋㅋ
 
'딱히 쓸데가 없는 나무는 아이들 장난감으로쓰기도하고 다시버려지면 길바닥에 차일수도 있고
 
그러다가 행인의 의자가 될수도있고 그러다가 누군가의 장작이될수도있고 쓸모없는 모습을 가진
 
나무가 다양한 쓰임새를 가지는구나..'
 
'쓸모있을수록 곧게 선 우렁찬 고급나무는..음...고급가구로 쓰일수있지만 길가의 장작으로쓴다면..
 
'야..내가 누군지 알아..난 엄청 귀한 나무라구...나를 감히 어떻게 보고 장작으로 쓸려고..난
 
오직 고급가구에만 쓰일거야'그렇게 대답하겠지..?ㅋㅋ
 
쓸모없다..흔해빠졌다..평범하다...못남..구부러졌다..에대해 다르게 다가왔다..
 
 

댓글목록

덕이님의 댓글

덕이 아이피 (112.♡.118.54) 작성일

그 선배는 정만씨를 은근히 낮추고 자기는 으쓱해지는 느낌을 갖으려 한거 같아요
(이사람은 그릇이 크다 작다 하면서 타인을 평가하는 사람은 본인이 무언가 남을 평가하면서
 자신은 큰 사람이고 대단한 위치에 올라와있다는 느낌을 갖는거죠)

제가 본 정만씨는 장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다만 그 선배는 정만씨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찾고
거기서 본인이 나은사람,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거죠

저와 친했던 사람도 저를 정만씨 선배처럼 대했죠 처음에는 몰랐어요
왜냐면 자존감이 낮고 또 상대방에게 맞추는데에만 급급한 저였기에 누군가에게 버림받을까
전전긍긍하면서 떨면서 살았기에....
많이 들엇던 말이 저역시 ... 넌 장점이 거의 없다..아마추어 같다...
의리가 없다.. 소심하다 ... 이기적이다 ...화통하지 못하다...등등
근데 황당한게 제가 그런 사람을 만날때마다 밥도 매일 사고 돈도 빌려주고 희생도 엄청했다는 거에요
밥도 사주고 돈도 빌려주고 희생도 하지만 그런사람에게  항상 듣는말은
 "넌 좀 궁색한거 같아 "
 "너는 능력이 없어 " " 너는  계산적이야"

저는 제가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나는 왜이리 궁색하고 쪼잔할까...아 ..나는 왜이리 소심할까..남자인데 화통하지 못하고
쫌생이 같고 이기적이고....계산적이고 매력도 없고 능력도 없고..

어린시절 아버지는 저에게 그러셨어요
넌 너무 내성적이다 소심하다 친구를 왜이리 못 사귀냐
당당하지 못하고 주눅들어 있는 제모습이 그런제가 창피했나봐요
성인이 되어서는 대학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저를 보시면서
얼마나 속이 상하셨겠어요 ㅡ.ㅡ;;; 이해는 가요
아버지도 저에게서 그런 모습을 나쁘게 보셨던거같아요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있는데 그친구는 저를 만날때마다 이러더군요
너에게 참으로 배울께 많아...넌 참으로 능력이 있어....
너는 사업적으로 뛰어난거 같아
너는 의리가 있어 너는 남자다워 .. 어....머지????
"왜 나를 이리도 높이 볼까..나 능력도 없는데
이기적인데..의리도 별로 없는데.."
이친구 한테는 특별히 잘해준것도 없는데.. 그냥 저를 항상 좋게 보더라구요

어느날 시간이 지나니.. 이친구가 고마웠어요
정말이지...

한사람은 저에게서 단점만을 찾으려하고 
한사람은 저에게서 장점을 찾으려 한거죠
한친구는 저를 무시하고 낮추는 것을 통해 자기를 높이려하고
한친구는 저를 높이고 존중하며 배울점을 찾으려 했어요

어느순간 저를 바라보니 저는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이고 소심하면서 대범하고
의리가  없으면서 의리있는
단점도 많지만 장점도 많다는것을 ....

"다행이다...나 그렇게 못난놈이 아니었네...."

눈물이 났어요 항상 괴로웠거든요
내자신이 너무 싫어서요

정만씨... 정만씨는 정말이지 장점이 많고 또 배울게 많은 사람이에요
절대 그 선배 말처럼 못난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본 정만씨는 경험도 많고(젊은나이에 중개소개업도 하고 혼자서 많은 일도 했잖아요
저는 아마 겁이나서 시작도 못할꺼에요 ^^)
힘든일도 헤쳐나가는 당당한 사람이에요
------------
ps. 그 선배는 어떤면에서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한가지 재능이 극대화된사람인지 궁금하네요 ㅡ.ㅡ;;;

서정만1님의 댓글

서정만1 아이피 (221.♡.67.24) 작성일

울컥 글을 보는데 눈물이 나네요...근데 덕이님 글이 좀 변하신듯해서 좀 놀라기도 하구요..

꼭 제가 처음 실험끝나고 선생님한데 글적을때 그때 느낌이랑 똑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놀라기도하고 감동받기도하고 고맙기도하고...이전과 달라지신듯해서 놀랍고 기쁘고 좋고..^^

서정만1님의 댓글

서정만1 아이피 (221.♡.67.24) 작성일

과거를 적었지만 그 형도 저랑같은 아픔을 가진사람이라고 최근에 많이 느꼈어요..
외롭고 늘 혼자이고 그래서 성공지향적이 되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형 과거를 좀 어쩌다 듣게 되었는데 아버지한데 매일 야단맞고 친구들한데도 그렇게 멸시를
당했데요...그래서 그토록 강해지려했구나 그토록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려했구나 약간 이해가
되더라구요...그래도 같이있음 불편함 ㅋㅋㅋ

과거에 제눈에 그렇게 보였는데 지금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스스로 그런 자신을 싫어하는듯해서
그것이 안타깝지만...

주관적으로 요즘엔 사람들중에 그리 잘난사람없구나 느껴요...저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리 포장하고 꾸며도 오십보 백보 그렇지만 나름 그대로 사랑스럽고 귀엽고 이쁘더라구요..

서정만1님의 댓글

서정만1 아이피 (221.♡.67.24) 작성일

최근에 저도 시간관념이 점점 사라져가면서 행복감을 많이 느껴요...
과거에 기억을 막 떠올리고 있는데...어?과거의 기억도 지금여기에서 떠올리는거잖아..
현재의 기억도..미래의 기억도 지금 여기에서 떠올리는 거잖아..그런 생각이 문득들더라구요..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는데...실제로 과거란 있지않구나 생각이 들면서 놀랐어요...
과거의 기억,현재의 기억,미래의 기억이라고 나누어놓았는데 그 셋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깜짝 놀랐어요..제가 많은 고통을 받고 내 인생 왜이러나..왜이리 힘든가? 저도 제가 참 맘에 안들었는
데...

힘들었던 만큼 그 만큼 더 행복해질수있게 된것같아서..과거의 경험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바닥을 친만큼 올라간다는 말처럼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말처럼...그 모든 힘겨움과 두려움 고통이
살짝 살짝 고통스러웠다면...강의도 치유도 관심이 없었을텐데..그런생각이 들었어요..

어찌보면 성장하라고 삶이 준 굉장히 큰 선물이구나 생각이 들어요...
선물...보석...실제 보석보단 더 좋은 보석 ㅋㅋ
실제보석도 좋고 ㅋㅋㅋㅋㅋㅋ

제 주관적으로 덕이님 저 그리고 많은 다른분들도 언제나 '지금' 이라는 '영원한 항상성'속에 존재하기
에 그렇게 힘든문제도 아픔도 슬픔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자주들어요..
그런 이해속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문제가 큰 무게로 다가오지않아요...

제가 말하고도 제가 이런글을 적다니 놀라워요...'지금'이라는 '영원한 항상성'
디게 멋진말이다!ㅋㅋ 감사해요..글보고 놀라고 흥분하고 감동받았어요..
땡큐 덕이님 ^^

서정만1님의 댓글

서정만1 아이피 (221.♡.67.24) 작성일

일주일전인가? 5일전인가? 평소처럼 커피마시고 담배피고있는데 문득 섬광처럼 선물처럼
늘 둘로 나뉜 세상과 제 자신이 하나로 된듯 했어요...합쳐졌다는 느낌보다는 둘중에 하나가
섬광처럼 떨어져나가는 듯했고 매우 놀라고 어리벙벙했던 기억이나요...

꿈/깸 삶/죽음 이란 분별의 막이 사라진 기분이었어요...너무 순간적이라 무어라 표현을...

전 기독교적이었다는걸 덕이님도 알고있듯이...창조주가 따로 있고 여기서 진화하는 우리자신이
따로 있다고 믿을수밖에 없었어요..그렇지 않은게 신성모독 처럼 여겨져서 두려웠거든요..

그떄 이후로 진화와 창조주가 다르지않다는걸 조금씩 알게되네요..약간의 의심과 불안은 있지만 ㅋㅋ

그토록 두려워하던 죽음 이후의 세계 지옥 천당에대해 알면 자유하게 될줄알았는데..
그런 믿음이 사라지니 정말 좋네요...시공간적으로 분리된 그런 다른세계가 없다니
기쁘고 좋고 어리벙벙했던 기억이나요...지옥 갈까바 두려웠거든요 ㅋㅋ모임에서도 울먹거리며
지옥 얘기했던 떄가 어그제같은데 사람일은 모르나바요...많이 성장한듯해서요...

전 자주 커피마시다가 담배피다가 문득문득 선물받는것같아요....담배피고 커피를 더마시면
더욱 그러려나?ㅋㅋ담배 비싼거피면 더 많이 문득문득할것같다는 생각이 농담 ㅋㅋ

후련해요..하고싶은말을 다 한것같아서요....두려워서 말을 안했는데 이렇게 말하니 속이
후련하네요...아마 루미스승님이 말한 여인숙에서 문득 찰나적 깨달음이란게 그런건가바요..

감사한 선물이에요..그무엇보다더...그렇게 자신을 만나가면 얘기치않에 선물이 주어지는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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