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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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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냥 (121.♡.214.17) 댓글 1건 조회 4,904회 작성일 08-01-0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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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모임 몇 건으로 년 말을 뒤숭숭하게 보내고선 옴싹달싹도 않은 채 새해를 맞이한다.

장모님이 성대폴립이상으로 수술을 받았고 간단한 수술이지만 고령에 전신마취라

걱정을 하였는데 의외로 전체적으로 건강하셔서 수술당일 퇴원 하시다. 다행이다.


따뜻한 겨울 중 한 며칠 빤짝 추울 때 내가 사는 곳 인근 호수 공원이 모두 얼어붙었다

예닐곱마리 오리는 얼음위로 뒤뚱거리며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그 애처로운 모습을 볼 때에는 집으로 가서 쌀이나 콩을 가져와선 먹이로 뿌려 주리라 생각했지만 늘 잊어버린다.


이 불쌍한 넘들을 어느 날 공원 산책 중에 마린이 공격을 한다.

코카스패니얼종이 원래 수렵견 일종이며 특히 조류 사냥에 민감한 터라 늘 조심하지만

평상시 물려고 가보았자 물위에선 오리에겐 게임이 안되었다.

그런데 줄을 놓치고 말았다.

허나 얼음 위에선 상황이 틀린다.


잠깐 눈을 돌린 사이 마린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한넘을 공격하여 목을 물었으나 내가 재빨리 쫓아 들어가 화는 면하였다.

마린이 이놈 대가리를 몇 차례 쥐어박았지만 따는 그넘의 순수한 본능이자 그넘 할일

이었음에 이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돌아 나오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강아지를 졸졸 따라오는 여자아이가 이제 훌쩍 커 고등학생인데

대뜸 테리는 요.. 하며 강아지 안부를 묻는 눈이 커진다.

작년에 수술하다가 그냥 죽었어...

아이의 눈빛이 흐려지는 것을 나는 애써 외면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사이 잊어 바리고 있었던 그넘의 낑낑 대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나에게선 일상의 잡다한 부스러기가 살갑다.

심각한 일들이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커질수록 내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공간은

나를 에워 산 지나쳐도 좋을 무덤덤한 일상이다.


우리들 몸과 마음은 늘 상 긴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꿈에서 조차 긴장을 아니 할 수 없다.

먹고 살아야하는 경쟁을 살은 것들은 여러 수억겁을 해오다보니 몸으로는 DNA

마음으로는 무의식 깊숙이 긴장감을 지니고 살아야한다.

역행 하는 일은 불안하다. 그러니 이완 쉼 휴식 이런 이야기는 도리어 불편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현존과 내 삶을 경배키 위해서는 풀어헤쳐져야한다.

이완, 하심, 느림, 분산 이런 것들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 새출발을 해야 된다는 둥 어쩌고에 속지 않아야한다.

과거도 아닌 미래도 아닌 현재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어야한다.

유기견 이었던 시츄종 미니는 입이 까다롭기 한량없다.

몸무게 겨우 4키로.. 이넘을 보면 나는 무어라도 먹여야한다.

통조림을 먹여도 고개만 갸우뚱인데 어제사 사료 먹이는 방법을 발견했다.

육포 사시미를 잘게 썰어 사료와 섞어 주어 보았는데 이넘이 잘도 먹는다.

행복하다.

사소한 일상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이완을 발견할 수 있다.


내일 아침 산책시 잊어버리지 말고 오리 먹이를 봉다리에 넣어 갈 것이다.

나홀로 집에라는 영화에 나오는 부스스한 비둘기 할매처럼 나는 무심으로

아내 몰래 가져 나온 쌀과 콩을 뿌려 줄 것이다.

이 또한 일상의 즐거움이요 나에게선 쉼이 될 것이다.


댓글목록

e-babo님의 댓글

e-babo 아이피 (222.♡.84.141) 작성일

언젠가 어느 학급 급훈 중에 보니

<모든 것은 사소하다> 라는 말이 눈에 띄더군요...

급훈으로 채택한 깊은 의도를 잘 알 수는 없었지만

급훈이었기에 더 더욱 인상 깊었지예...

<사소>가 <특별>보다 더 특별해 보이는... 희한한...

뭐 그런 것이었지예...


말 나온김에 한가지 더...

그 옆반 급훈은 <경로효친>이었는데

물어보니까 담임섐 담당 과목이 교련이었습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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