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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실험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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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토토 (59.♡.103.209) 댓글 1건 조회 9,858회 작성일 19-06-0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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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이라는게 원래 그렇다.

같이 밥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어도 줘야하고, 비위도 맞춰줘야하고, 싫어도 그냥 네네 해야하고.

출근하기 싫어도 출근해야하고, 원래 그렇다. 하기 싫다고 안하는건 애가 하는 짓이다.

이제는 조금컸으니 이번엔 하기 싫은걸 해보는건 어때? 옛날부터 대인관계가 힘이 들었잖아?

회사사람들이랑 같이 싫은 밥도 먹어보고, 하기싫은 일도 좀 해보고. 대신에 커피집으로 도망가는건 멈춰보고.

힘들어도 그 속에서 부딪쳐보자고. 한번 해봐. 어때? ”

 

지난번 산청모임에 오랜만에 박가현쌤이 왔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저렇게 끝이 났다.

...................

일상으로 돌아왔고....

회사사람들이랑 점심은 죽어도 못먹겠더라...

근데 묘한게, 예전엔 그냥 피하기위해 안먹었다면 이번엔 그냥 함께 안먹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내 마음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회사사람들이랑 점심은 여전히 안먹는데 무언가 나 스스로가 기특해졌다.

예전엔 앞뒤 생각안하고 기태쌤이나 박가현쌤말을 무조건 따랐을텐데,

. 이제 조금은 내 마음을 믿어주는 마음이 생겼구나 하고.

 

커피집은 안가기로 했다.

새로운 직장상사, 나와는 전혀 다른 업무방식, 나에 대한 높아진 기대치 기타등등

이러한 수많은 스트레스를 커피집가서 수다떨고 차마시는걸로 풀었는데, 그게 막히니.

나한테는 엄청난 결심이다.

 

사실은, 혼자있고 싶었다.

알 수 없는 분리감에 시달렸고, 무언가 깊은 심연에 다다르고 싶었다.

커피집을 안가는대신, 혼자있는 시간 - 수많은 생각들과 깨달음이 오갔고 찰나의 깨달음과 나에 대한 깊은 이해도 왔다.

더 배울게 없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 - 지금 하고 있는 이런 뻘짓들도 결국은 내가 좀 더 나은 인간이 되는게 아니라,

그냥 지금의 내가 왜 이런 행동들을 할 수 밖에 없는지의 이해가 와서,

그런 나에 대해 아는 것이 다일뿐 이라는 안도감이 좋았다.

 

회사사람들에게 일부러 다가가서 무언가를 하지도 않았고, 커피집으로 도망가지도 않았다 

추가로 인터넷을, 유튜브를, TV를 끊었다. 우연찮게, 진짜 무위실험이 되었다.

아침이 오면 회사가서 일하고, 저녁되면 집에 돌아와서는 불꺼진 방에서 그냥 혼자 앉아있다 잠들었다.

이전 실험들과는 달랐다. 조금 묘했다. 적막강산에 진짜 나 혼자였다. 며칠인지, 무슨요일인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몰랐다.

나혼자 있는 시간, 여전히 수많은 생각들과 보기좋고 맛좋은 찰나의 깨달음들이 오고갔다.

나는 달라졌다. 조금 더 중심이 생겼고 남들이 보기에 좋은 행동들을 저절로 했다. 기특했다.

헌데. 그래봐야.

간간히 터져나오는 통곡들 속에서, 저번 산청모임에 기태쌤이 하셨던 말처럼 이거 혹시 쇼 아닌가. ’ 라는 질문에

내 눈물은 쏙 들어가버린다.

 

 

생각으로는 결코 닿을수 없는 그 자리. 생각으로는 닿을수 없는 이 자리.

...

 

천 위로 공이 지나가고, 구겨진 흔적들만 남았다. 공은 지나가고 없다.

 

그렇게. 있다가 사라지고. 지금은 없다.

나는 그렇게 사라질 생각들에 무어 그리 해석하고 의미달고 있었을까.

있다가 사라지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것들일 뿐인데.

 

저 위에 멋지게 깨달은 수많은 생각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에 대한 (내면아이 등등) 해석들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좋게 변하는 것 같다고 한들, 모든게 다 생각일뿐.

이미 지나가고 사라진 현상들에 대해 왜 붙잡고 좋니 나쁘니 해석하고 의미붙이는가.

이미, 그것은 사라지고 없는데.

시니컬해졌고, 거울속 내 모습이 낯설었다. 마치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인간의 몸을 쓰고 처음 거울을 보는것처럼.

그리고 어떤 행동이나 생각을 했을 때 잘했니 못했니 하는, 뒤따르는 생각이 줄어든것 같았다.

 

 

무언가 달라진 것 같은데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보자면, 조금은 불친절해졌다. 이전에 하던 과도한 친절 (남들에게 쿨하고 멋진 인상을 주기위한) 이 사라졌다.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생각이 줄어든거 같다.

누가 내 칭찬을 해도 거기에 대한 답변을 어떻게 하지, 이런거 말고, 그냥 내 하고싶은 엉뚱한 말을 한다.

아직 회사 일 말고의 대화도 조금 어렵다. 

모든걸 막아두었던 무위실험도, 이제는 굳이 안할 이유가 있나? 싶어지고. 억지로 안했었다면 이제는 한번씩 인터넷도, tv도 궁금해서 봐보는데. 그냥 재밌게 보고 끄고. 그냥 그뿐. ... ;;

그래도 아직 기특한게 커피집은 안갔다. 아직은 왠지 안가고싶다. 산청모임 가면 물어봐야겠다. 이제 가도 되는지 ㅋㅋㅋㅋ

 

 

 

결론나지 않는 이런 이야기들에 대해 지금 굳이 적는건, 분명히 다음 산청모임가면 기태쌤이나 가현쌤이 물어볼텐데..ㅋㅋ

지난 한달 다들 어떠셨습니까~? ”

말보다는 글이 편한 저는 이렇게 대신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댓글목록

박가현님의 댓글

박가현 아이피 (211.♡.170.174) 작성일

삶이 삶을 제 스스로 이끄는 것은 알 수 없는 신비인것 같아요.
조금 자랐다 싶으면 또 다른 과제가 눈앞에 나타나고
이제 좀 쉴까? 하면 또 다른 한 방이 날아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근거도, 뿌리도 없는 것임을 어찌 알았을까요?
마치 '내'가 있어 결정하고 판단하고, 어리석게 행동하고 지혜롭게 행동하는 . . . .  것 같지만
그것은 그저 제 스스로 펼쳐지는 것일 뿐 어떤 주체나 주인공이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것이 어떤 상태이든 어떤 모습이든 그것은 제스스로 저절로 펼쳐집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듯이, 그저 삶이 펼쳐지는대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싶어요.

어떤 이유나 근거나 뿌리는 찾아봐야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
산청에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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