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면장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교주를 할 때도 조금 알아야 한다.
우선 책을 좀 봐야 한다. 그렇다고 많이 볼 필요는 없고, 어린이용 성경 이야기 한 권, 그리이스 신화 한 권, 해설된 격암유록 한 권, 설득의 기술이나 보험왕 수기 류의 책 두 권, 사후세계 이야기 류 한 권,
이야기 불교 류 책 한 권, 세계사나 입자 물리학, 사후세계 이야기 같은 것은 책으로 안 사 보고 네이버 검색창에 그때그때 찍어 보면 된다. 정신이나 영혼의 세계에 관해서도 책 읽기 짜증나면 인터넷
으로 구경하면 된다.
교주로서 갖출 소양의 첫 단계는 끝났다. 이번엔 직접 연수를 받는 것이다. 세상에 널린 대중소 종교 단체 중 꼭 사이비는 아니더라도
이단이라거나 사이비라는 혹평이 조금이라도 있는 종교단체, 혹은 초현상 등의 기적이 일어 났다고 알려진 단체에 등록해서 교육받고
수련회도 가 보고 친목회에도 열심히 참가하면서 이 단체의 노하우를 배운다.
자, 이제 책도 몇 권 봤지 연수도 했지, 제일 중요한 마지막 단계가 남았다.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다. 이것이 승패를 좌우한다. 사활이 걸린 핵심이다.
사람을 다루는 기술!
한데 이것 역시 무지 어렵진 않다.두 가지만 외우면 된다. 하나, 사람은 외롭고 연약한 동물이다.
둘,사람이란 고스톱 치다가 100원 안 준다고 상대를 죽이기도 하지만 마음이 동하면 간도 빼 주는 동물이다. 즉 상황 여하에 따라 사람 은 멋대로 부릴 수가 있다는 것.
이제 모두 끝났다. 종교단체를 만들자. 이름은? 고리타분한 거 말고 현대적이고 뉴에이지적인 게 좋다. 게다가 알 수 없는 영문 약자를 넣자. 가제 .
누가 NY가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일단 우리 단체에 들어 와 회원등록하고 공부해 봐야 뜻을 제대로 알 거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나중에 또 물으면? 그냥, 뉴욕 약자라고 한다. 교주가 일찌기 신의 영감을 얻고 뉴욕으로 정처없이 갔다가
한사우나에서 깨달음을 얻어서 그렇다고 해명해 주면 된다. 그러다 보면 장차 뉴욕이란 데가 느닷없이 성지가 될 수도 있다. 이때 성지 순례라고 돈을 거두어 여행을 시켜 주면 일석이조 효과도 있게 된다.
자, 그럼 뭘 어떻게 하여 교주 노릇을 할 건가?일단 두 가지의 중요한 노선 중 택일을 해야 한다.
1- 교주 혼자 예수고 미륵이고 손오공이 된다.
2- (이건 좀 세련된 건데)교주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 모두가,
바퀴벌레라든가 먼지, 돌맹이까지 모두가 손오공-이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교주는 일개 인간이며 여러분 보다 못할 수도 있는 그저 날품팔이
안내자일 뿐이라고 겸손을 지향한다.
요즘은 2가 유행이다. 2로 하자.
이젠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파해야 한다. 한데 허구헌날 그 많은 시간 동안 무슨 소리를 전해야 할까? 레파토리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응용과 임상이란 것도 그 밥에 그 나물일 텐데 어떻게 해?
매주 단어를 고른다. 뭐 어려운 단어일 필요도 없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예를 들어 <밥상>이었다 치자. 그러면 밥상으로 스토리를 만든다. 불가의 화두 같은 소리를 던진다.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그렇다면 반찬없는 밥은 어디에 있는가?
...같은 소리를 저렇게 해선 안되고 요즘 식으로 럭셔리하게 말한다.
-(매우 보드랍고 인자하게, 미소 가득히)여러분 이런 말이 있지요.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해요...음... 그렇다면 쪼끔 엉뚱한 얘 기지만은요... 여기 밥이 하나 있다고 가정해 보아요. 한데 반찬이 없거든요... 음...(사려깊게 웃어 보이고)반찬은 어디 갔을까요?
뭐 저런 식으로 썰을 풀어 간다. 한데 문제는 교주가 그 답도 해 줘야 한다는 점이다.
반찬없는 밥? 어디 있냐고?
이렇게 마무리지어 주면 된다.
그대 마음속에...
<마음> -
이거 하나 가지면 평생 아니라 수천년을 울궈 먹을 수 있다.
아니 영원히.
그 다음. 교인이 10명에서 100명, 100명에서 1000명이 되었다 치자.
사람 10명이면 10명이 안 아픈 사람 없고 100명이면 그 중 한 명은 암 같은 병에 걸려 있고 1000명이면 암이나 하다못해 독감 같은 게기적적으로 나아 버린 사람이 있는 법이다.
그것을 이용한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 물리적인 병도 마음으로 치유했다...
옴 옴~ 바르프 쇼케이 마하라~ 이런 거 같이 모여서 한다.
(말레이지아어나 제 3, 제4 세계 언어를 몇 개 외워 두면 유익하다)
가끔 독거 노인 돌보기나 어린이 수련회를 열어서 우리 NY크리스탈은 지상의 천국이고 우리 교인들은(교인 보다는 회원-이 더 세련됨) 천국의시민들이라고 한다. 아니 '가족'이라고 말한다.
돈이 들어 오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시시하게 매주 헌금 같은 건 받지 말자.
그런 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걷더라도 교주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며 청렴결백을 과시한다.
한데 어쩌다가 가물에 콩나듯이 누군가가 전재산을 통 째로 들고 온다.
바로 이런 걸 접수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사람은 상황 여하에 따라간도 빼주는 기특한 존재이다! 재수 좋으면 부동산투기나 주가조작으로 떼 돈번 사람들이 마음의 빛이나 진리의 길을 찾았다며 호박을 넝쿨 째 싸들고 온다.
교세를 넓히자.
이젠 교주 맘대로 해도 된다. 술 쳐먹고 노상방뇨를 하다 벌금을 물게 되어도 추종자가 대신 내 준다. 노상방뇨가 아니라 사람을 죽여도 누군가 추종자가 대신 십자가를 짊어지겠다고 나선다.
바야흐로 교주 만세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교주만세!
(사람은 생긴대로 노는 법이다. 노트북은 노트북같이 생겨서 노트북 노릇을
하는 것이고 사자는 사자같이 생겨서 얼룩말을 뜯어 먹는 것이다. 교주들도
보면 교주같이 생겼다. 공통점? 하나같이 얼굴이 느끼하게 생겼다. 특히 미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