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겨울나무를 보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윤 (211.♡.171.179) 댓글 0건 조회 8,821회 작성일 08-03-07 11:01

본문

.jpg

이 한차례 추위가 뼛속에 사무치지 않으면
어찌 매화가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겠는가

황벽 선사, 천국으로 가는 시 中

휴일 오후..
집 근처를 산책했다.
나지막한 야산에 가니..
겨울나무들이 이파리들을 이미 다 떨군 채
비인 몸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익숙한 겨울산의 내음..
이제는 너무 흔해져 버린 말이지만..
비인 몸으로 왔다가 비인 몸으로 돌아간다는 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말..
그 말이 새삼 다시 떠올랐다.
지난 늦가을을 떠올린다.
때가 되어 이파리들을 놓아보내는 나무들도...
나무를 떠나 발밑에 뒹구는 이파리들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들은 침묵으로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 나는 아직 말이 많음을...
침묵하지 않고 있음을...
아직도 상처들을 기억하고 있음을...
가끔 상처들이 건들여지고..
혹 좀더 깊은 상처들이, 좀더 깊게 건들여지면..
나는 좀더 오래 아파한다.
그럼에도.. 내게..
이 한차례 추위는 아직 뼛속에 사무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어디만큼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2007. 12. 3
원주 노자 유상규님의 덧글을 읽으며...
뼛속까지 스며드는 겨울 추위를 맛본 뒤
마침내 찾아온 봄에
향기를 발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이 글이 생각났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285건 187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635 김윤 9061 08-03-07
열람중 김윤 8822 08-03-07
1633 그냥 4570 08-03-07
1632 김윤 6426 08-03-06
1631 김윤 5861 08-03-06
1630 김윤 7080 08-03-05
1629 윤양헌 8224 08-03-05
1628 서울도우미 5561 08-03-04
1627 권보 7634 08-03-03
1626 권보 5547 08-03-03
1625 놀부 4556 08-03-02
1624 놀부 4802 08-03-02
1623 둥글이 6565 08-03-02
1622 둥글이 6271 08-02-29
1621 4683 08-02-29
1620 4726 08-02-29
1619 둥글이 9138 08-02-29
1618 6680 08-02-29
1617 김영대 8051 08-02-27
1616 둥글이 4951 08-02-25
1615 둥글이 15253 08-02-24
1614 권보 8477 08-02-28
1613 자몽 10424 08-02-22
1612 레이 6392 08-02-21
1611 둥글이 6861 08-02-21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1,026
어제
6,486
최대
18,354
전체
7,280,661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