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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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꽃씨 (110.♡.211.113) 댓글 5건 조회 5,231회 작성일 11-01-07 21:38본문
이성간의 사랑이나 동성간의 우정이나 사람을 사랑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마다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사랑해서 잘할 수 있는 일과 사랑하기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 중 하나가 신뢰이다.
믿으려면 진심으로 믿어야하는데 순간순간 의심이 생기는 것이다
상대의 맘속에 차지하고 있는 자신의 자리를 끊임없이 확인하려다 보면
쓸데없는 에너지만 소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믿는 것도 천천히 믿어야 한다.
저만하면 괜찮은 사람이니까 내가 여기서 배신하면 안 된다는
쓸데없는 의리 같은 믿음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많이 사랑할까봐 두려워한다.
자신만 상대에게 빠져있나 조바심을 내게 되는 것이다
설문조사를 한 결과 더 많이 사랑한쪽이 헤어지고 난 후, 훨씬 빨리 잊어버린다고 한다.
스스로에게 ‘그만하면 충분하다. 사랑한 자체로 만족 한다.’ 고 위안을 삼기 때문일까?
어쨌든 상대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사랑하는 일이 되어야하고
나의 성장의 방향과 일치해야 하고 나의 일의 윤활유가 되어야 한다.
만일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사랑하는 일을 방해하고 나의 성장을 해치고
나의 일을 막는다면 그건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의 노예로 들어가고 싶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 아닐까?
나한테 손해가 되는 게 뻔히 보이는 데도 그 사람에게 빠져드는 게 사랑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오래 못 갈게 뻔하다.
사랑의 궁극은 분명히 희생이고 양보이긴 하다.
그러나 그것은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한테 해야 한다.
내가 희생당할 것인가 차라리 이기적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면 이기적이 되고 싶다.
그래서 자신이 더 강해졌을 때 희생을 허락해야 한다.
예수께서 골고다 언덕을, 이미 예견하고 당신 발로 그곳을 찾아 가셨다.
<나는 그것을 할 것이다. 괴롭지만 간다.> 이런 게 희생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강요하는 것은 안 된다
사랑의 궁극이 희생인 것은 맞지만 엄마가 아이를 위해서 희생할 수 있는 것은
엄마가 아이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불평등한 관계이기 때문에 희생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은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그런 것은 희생자 한명이 나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다
홀로여도 행복한데 상대가 있어서 더 좋은 그런 사랑 없을까?
다급하고, 외롭고, 불행할 때, 누군가 있으면 행복해 지겠다고 생각하면
사람을 보는 눈이 확실히 없어지는 것 같다.
집착하게 되고 금방 상처받고 관계는 더 나빠질게 뻔하다
가끔씩 외로움이 바닥을 치는 날이 있다
딱히 이유도 없는 외로움, 나 혼자 이 세상에 버려진 것 같은 슬픈 기분,
전화하고 싶을 때 수첩을 꺼내도 그 많은 사람 중에 한 군데도 걸 수 없었다.
ㄱ에서 ㅎ까지 봐도 전화하고 싶은 사람도 없고, 전화해도 나올 사람도 없다.
정말 쓸쓸한 저녁에 누구랑 얘기하고 싶은데, 너무 가까워서 얘기하기 어렵고,
아예 모르는 사람한테는 연락할 수도 없다.
그래서 더 이상 외로워하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詩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댓글목록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116.♡.226.94) 작성일
정호승 님이 쓴 詩보다 꽃씨 님이 쓰신 글이 훨~씬 좋은데요? 전?...^^
넘 좋아요...
행복한나무님의 댓글
행복한나무 아이피 (115.♡.218.227) 작성일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노래를 들으니 그림이 그려집니다...
담담히 외로움을 받아들인 .기꺼이 외로움을 사랑하는 여유로운 이가
천천히 걷고 있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4.♡.22.74) 작성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외로움...
늘 내 옆에 꼭 붙어 함께 사는 녀석(남성형이 좋군요.^^)
잘 잤어?
아침에 눈 뜰 때마다
내 옆에 누워있다가 눈 비비고 인사하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일 하고...
그렇게 외로움과 함께 살아왔나보다.
그 눔 때문에
이슬 병째로 들이키며 등 돌리고 흐느끼기도 하였으며
그 님 덕분에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출렁이기도 하였으니
너무 오래 붙어 살다보니
이름이 무에인지도 까먹었다.
어? 아직 안 갔나?
때론 이런 씰데 없는 쌈도 한다.
죽을 때는 무덤에 파묻고
뒤돌아서 웃어야지.ㅋ
점. 점....
시도 글도 노래도 참 좋아서
시인의 가슴이 되어
잠시 꿈을 꾸었습니다.
일념집중님의 댓글
일념집중 아이피 (211.♡.164.85) 작성일
한줄 한줄이 모두 가슴속에서 끄덕끄덕하게 되네요...
가끔 친하다고 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공허한 이야기들만 주고받을때, 더 외로움을 느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차라리 내 가슴 쓸어주며, 조용히 침묵하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가슴속 이야기가 아닌, 머리속 이야기만 잔뜩 하였기때문일 것입니다.
왜 난 더욱 진실하지못했을까하며, 씁쓸해합니다.
너무 좋은 글, 노래 고맙습니다...
커피한잔 마시면서, 운치를 즐기니, 참 좋습니다.
수수님의 댓글
수수 아이피 (68.♡.190.244) 작성일
인간이 갖고 있는 공통 분모가 있어요
우린 가끔 홀로 침묵하는 섬이 되기도 하고
그 섬들을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되어 주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끼리 눈을 바라봐주기도 하고
목이 추워 쓸쓸히 코트의 옷깃을 높이 세우고 홀로 걸어가기도 함니다
이 모든 일에 외로움이 없다면은 우린 정말 더 외로울거 같아요 ^^
꽃씨님의 정겨움에 잘 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