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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냥 (121.♡.214.121) 댓글 1건 조회 4,249회 작성일 08-03-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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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복이 아직 유효하다.

눈이 왔고 건물 모서리를 돌면 불쑥 몰아치는 바람은 어깨를 좁게 만든다.

할로겐 바알간 열기가 종일 내종아리를 탐하는 사이 3월이 온다.

숫자에 불과한 '3'자 하나 만으로 마음은 조금 풀어진다.


나에게서 봄이 이미 왔다는 전령사는 겨우내 비었던 내 집 가는 길목 대로변

움푹 들어간 곳 그 쓸쓸한 장소에 치킨 두마리 5000원이라고 써 부친 1톤 포터가

등장함이다.

연신 기다란 꼬챙이에 주먹만 생닭 불쌍한 넘을 꿰는 사내 손목에서 봄을 읽어내고 있다.


강아지가 대지를 힘차게 박차고 뛰어 다닌다.

네발이 진흙창이다.

이것 역시 봄이 대지 깊은 곳에서 따스한 입김을 불어낸다는 뜻이다.

누런 잔디밭 등을 부비며 생각 없는 강아지는 좋아라 발을 하늘로 허둥댄다.

내 마음이 강아지처럼 분별없이 단순 하였으면 좋겠다.


봄이 왔다는 핑게로 고양이 수염처럼 나른해지고 싶다.

잠시나마 생각이 쉬어지고 지난밤 꿈을 하릴 없이 조각 맞추는 씨잘데 없는

행위에게도 미소를 보내고 싶다.

나와 하필 인연되어졌던 모든 이에게 봄바람으로 마음이 놓아졌으면 한다.


세월만 죽이고 있네 라고 나에게 책망을 보내다가도 시방삼세 모든 유무정이

또한 그리 무심히 시공을 넘나들고 있으니 나쯤이야 하며 폼을 잡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초조함을 숨길수가 없다.

해 놓은 것도 기실 이룩해야 할 그 무엇도 가늠치 못하는 범부중생에게 봄 경침 입춘

이러한 단어들만으로도 시름을 잠시 내려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관계에서 자유스러워짐이 좋다 보여 웬만한 인연들을 무심히 소홀히 대하다보니

나를 찾는 이는 가물에 콩 나듯하고 긴 시간들을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 늘어나매도

불구하고 나는 덩그라니 홀로 있을 때가 가장 편안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관찰자의 역할로 내면과 바깥세상과의 연결고리를 극히 단순화시키고

나의 모든 현재의 문제는 나로부터 원인을 찾는 간단힌 방법을 추구하다보니 버겁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억울심과 원망심이 비치는 일도 자주 있으나 그 빈도는 잦아져야한다고

추스린다.


그러니 돈이 될 턱이 없다.

허나 여즉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그러히 살아질 것이다.

봄이 매번 그렇게 그렇게 찾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댓글목록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211.♡.171.179) 작성일

그냥님, 아이구 반가워라...^^

참 오랜만이네요.
님의 진솔한 글은 읽을 때마다 기분을 좋게 합니다.

딱 한번 뵈었는데.. 어찌나 말씀을 구수하고 유머러스하고 재미있게 잘하시던지...
그 멋진 모습, 아껴 꼭꼭 숨기지만 마시고 자주 보여주세요.

우리 모두의 마음에 봄이 오면 좋겠습니다.
메마르고 얼어붙은 동토를 비집고 나와 싹을 틔우고..
그렇게 온갖 생명들이 솟아나와 마침내 온 세상을 가득 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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