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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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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 (211.♡.171.163) 댓글 1건 조회 5,382회 작성일 08-03-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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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울하다고 했다.
우울..
예전엔 친구처럼 가까이 있던 익숙한 감정이었는데..
어제는 그 말을 들으니..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실체감이 느껴지지 않는 어떤 신기루처럼...
십년 전...
인도에 가자마자 나는
그동안 꿈꾸던 마을..
수행자들과 현자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히말라야 작은 마을을 찾아 리쉬케시로 갔다.
진리를 찾기까지 그곳에서 수행하리라 다짐하며...
그런데 마침 힌두교 최대 명절인 쿰바멜라가
근처 하리드와르에서 열린 탓에 그 마을은
예상과는 달리 꽤 붐비고 있었다.
그래서 난 더 높이, 히말라야 산중 마을 강고뜨리로 올라갔다.
4월 중순이라 아직 길은 열려 있지 않았고
히말라야 옆구리를 깎아 만든 좁은 소로는
산사태로 군데군데 막혀 있었지만,
난 어찌어찌 강고뜨리까지 갈 수 있었다.
작은 마을..
몇몇 사두들과 여행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던
거의 비어 있던 마을...
처음에는 근처 숲속 바위에 앉아 명상을 하곤 했는데..
때때로 깊은 우울이 올라왔다.
특히 저녁 무렵이면...
그곳에서 알게 된 어떤 이에게 얘기했다.
가끔 우울해진다고...
그래서 기분이 안 좋다고..
그랬더니 그녀는..
왜 우울을 안 좋게 여기느냐고...
내면으로 들어가면서 겪는 경험일 수 있다고... 했다.
우울이 올라올 때마다 난 늘 그게 싫었는데..
항상 밝고 편안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그래서 우울은 안 좋은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그걸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왜 그동안 우울을 안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했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이 조금 바뀌면서
우울에 대한 태도가 꽤 달라졌었다.
그 뒤로는 우울해져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우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우울을 안 좋은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애썼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우울하면 안 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가만히 보면, 늘 뭔가에 이름을 붙이고 구별하고,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눈다.
좋은 것은 유지하려고 하고 나쁜 것은 몰아내려 한다.
감정의 변화..
감정이란 늘 변하기 마련인데..
그냥 그런 감정을 경험하면 되는데..
어떤 감정이건 붙잡으려 애를 써도
어차피 붙잡을 수도 없는 법인데..
왜 그렇게 그것들을 하나하나 이름 붙여
조각조각 나누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유지하려 하고, 없애려 하면서
힘들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왜 우울하면 안 된다고 믿었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잠깐 있다가 갈 것들인데..
그냥 편히 누리면 됐을 텐데...
할 수 있는 한..
2007. 11. 1

댓글목록

바둑이님의 댓글

바둑이 아이피 (121.♡.16.149) 작성일

아 맞아요 .일어나고 사라지는 그져 살아있음에 선물이었네요 .
저항하면 할수록 끈질기게 달라붙는 ...그러나 그것도 또하나의 나 를 만날수 있는
또하나의 기회임을 ..내안에 성령이 나를 간절히 부르는 축복임을 ..이제는 알것같아요.
그  감사함을....그 충만함을...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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