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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도 깨닫기 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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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124.♡.179.41) 댓글 0건 조회 6,797회 작성일 08-04-0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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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도 깨닫기 전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 안에 있는 갈증과 고통이 너무 커 어느 누구와도 진정으로 흐를 수 없었고, 어느 누구와도 진정으로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늘 혼자였고, 그랬기에 다른 사람들과의 ‘나눔’과 ‘공존’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는 메마르고 또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난 후에야 그는 비로소 말하고 나누고 흐르며 ‘공존’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이 서른에 40일 금식기도를 통해 거듭나기 전에는 그는 그저 한 목수 집안의 맏이였을 뿐, 초라하고 보잘것없으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비록 어려서부터 남다른 고민이 있었고, 그래서 이웃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을 곧잘 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삶을 깨닫고 난 이후에야 그는 비로소 ‘섬기는 자의 삶’을 살기 시작한 것입니다.


둥글이님.

진정한 ‘나눔’과 ‘공존’은 이념과 주의, 주장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나눔’과 ‘공존’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분열과 갈등과 경직들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와 석가의 경우에서 보듯 그것은 ‘나’라는 껍질이 깨어지고 존재의 질적 변화가 온 연후에야 진정으로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냐 하면, 님이 그렇게 비난하는 사람들을 조금만 더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또 기다려주면 안 되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예수와 석가가 깨닫고 난 뒤에야 하기 시작한 일들을 아직 그 도정(道程)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요구하거나 닦달하는 것은 무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이해하는 한, 그들도 제대로 눈 뜨기만 하면 ‘나’는 없고 오직 ‘나눔’과 ‘공존’만 있는 삶을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살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한켠에서 세상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삼아 살아가는 아름다운 둥글이님.

오래 전의 님과의 대화에서 제가 말씀드린 적이 있듯, 우리는 어쩌면 같은 곳을 바라보며 길을 가는 사람이며, 또한 세상이 알지 못하는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길을 가는 걸음걸음은 서로 다를 수도 있으며, 그 향기 또한 서로 다른 빛깔을 띨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떤 모양이든 세상과 사람을 밝히고 따뜻하게 하는 데에 쓰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저 감사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을 위하기보다 남을 위하는데 생(生)의 시간과 에너지들을 더 많이 할애하시는 둥글이님께 감사와 사랑을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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