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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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210.♡.211.182) 댓글 0건 조회 5,921회 작성일 08-05-10 10:39본문
참 마음에 와닿는 말씀입니다.
그러한 '닭들이 느낄 아픔'의 '원인'을 고민하는 것에서...
이것이 근본적으로 현대인간의 잘 먹고 잘살려는 욕망이 만들어낸 다른 생명에 대한 착취이고...
궁극적으로 우리 각자의 사회적 실천을 통해서 그들의 고통을 달랠 수 있음을 우리가
바로 인식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좀 더 '온전하게' 우리가 우리에게 주워진 삶을 살아갈 길이 무얼까요...
참 어렵습니다.
닭들의 시간
詩 김신용
계란의 다수확 생산을 위해
24시간 照度를 통제하는 양계장
낮이고 밤이고 밤이 낮이다
대낮에도 해가 떠 있고, 캄캄한 밤에도 해가 떠 있다
해가지지 않는 날들의 白夜, 그러니까 닭들에게 낮과 밤의 의미를 지움으로서
모든 시간을 산란의 시간으로 조장하는 것이다.
그 양계장의 천정에는 지지 않는 수백 개의 해가 떠 있다
백열등들, 핏줄 속으로 전기의 피가 흐르는 태양들
매일 그 유리알의 태양이 떠 있는 닭장 속에서
닭들은, 쏟아지는 빛 속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자신의 유전자 속에 입력되어 있는 시간을 무의식이듯 문득 일깨워 내고는
벌건 대낮에도 횃대에 올라가 우렁차게
긴 목울음을 뽑아내기도 한다
그 비명 같은 목울음 속에서 마치 발작이듯
산란을 하는 닭들
죽어버린 시간들이 묻혀 있는 무정란,
그 시도 때도 없는 배란에, 닭들의 항문은 염증으로 벌겋게 부어오르고
폐사된 닭은, 깨끗하게 털이 뽑힌 냉동된 알몸으로
자신이 낳은 알들과 함께 시장으로 팔려 가는,
그 닭들의 정서불안을 치유하기 위해
차이코프스키氏의 그림자가 구부정히 걸어 다니는
닭들의 해가 지지 않는 세계
폐사된 시간, 오로지 산란을 위한 눈빛들만 오로라처럼 휘몰아치는
빛의 무덤,
닭들의 新자유주의 공간.
인공적으로 길러지는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들...
소, 돼지, 오리, 닭... 잉어, 장어, 미꾸라지, 새우... 벼, 보리, 배추, 무우...
이 농수축산물들에는 끝도 없이 농약이 뿌려지고,
유전자조작곡물과 죽은 동물들을 뭉갠 수입사료를 통해 영양이 보충된다.
또한 주기적으로 투입되는 항생제는 그들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하며,
생장촉진제는 인위적으로 몸집을 부풀게 만든다.
[ 광우병 수입소를 풍자한 진보단체의 삽화 ]
이들보다 머리가 좋고 이들을 제압할 무력을 선점한 인간은
이들로부터 자연 상태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자유의 기회를 박탈하여,
이들을 철장에 밀어 넣고 일평생을 인간을 위해서 복역하게 한 그 최후의 순간에는
이들의 피와 살을 찢어서 인간의 영양으로 섭취한다.
누군가 말했듯이 인간은 자연을 노예화 하고 착취와 고문을 통해서 현대의 문명을 이뤄낸 것이다.
우리가 현재 누리는 삶의 편리와 풍요는 전적으로 그들을 희생시킨 대가에 기반 하고 있다.
이들의 희생이 더더욱 가공해 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하나라도 더 갖고 높이기 위한 인간의 욕망이 일상의 식료품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가장 싸고 양이 많은 식재료를 선호하는 이유와
가장 싸고 양이 많은 식재료를 제공하여 이익을 최대화 하기 위해
비위생적이고, 비생명적이며, 비윤리적인 농수산물 생산 방법을 택하는
농수산업자들(주로 대형기업/다국적기업)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진 결과에 의한
더불어 신자유주의다, FTA다 해서 이러한 '시장의 압력'은 더더욱 가중되고 있고,
이에 따른 인간의 야만성은 더더욱 광폭해지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생을 철장에서 성장호르몬과 수입사료를 먹으면서 자라온
그 생물들을 섭취한 인간의 몸은 더불어 망가지고 있는 추세이고,
환경과 생태의 붕괴로 이어지면서 인류의 문명 자체도 위태로워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만경강과 동진강의 하구 4억 2천만평을 막아서 농토-산업단지를 만드는...
건설업자와 정치인들이 공모된 이 미친 사업이 새만금 사업입니다.
이사업을 통해서 수 많은 갯벌 생물들이 죽어가는데
그중 하구 갯벌의 상징성을 가진 '도요새'를 주인공으로 만들어낸
죽어가는 생명에 대한 진혼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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