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중학교 1학년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정만 (221.♡.193.15) 댓글 3건 조회 6,179회 작성일 11-04-16 19:32

본문

난 24시간 편의점에서 일한다...일의 특성상 술먹는 손님,어린아이,할아버지,나이트 죽순이
아줌마들,고등학생들...참 많은 사람이 왔다 간다..묘한 인연으로 서울 상경한지 4년이 넘어
이일을 근3년간 하고 있다..누가 바도 보잘것없는 이 일을 계속하는 다른 사람들도 이해
못하지만 나도 잘모르겠다...3년간 가게일을 하면서 화를 내본적이 거의 없었다...
누가 날 무시하건,가게에서 드러눕든,나에게 그나이먹고 여기있는냐?고 비아냥 거리는 말투
에도 난 항상 웃고 있었다...(적으면서 가슴이 찡하네요~)
사실 요즘에 습관적으로 증오심과 분노가 올라온다...10살짜리 꼬마이든 고등학생이든
할아버지든 도덕적 예의를 떠나 조금만 날 무시하는것같으면 엄청난 분노가 올라온다..
사실 화를 내본적이 거의 없기에 내가 표현할수 있는 최고의 쌍욕(?)은
'그만하세요~' 이거나 침묵이다...분명 내 잘못이 아닌데도 '미안합니다,죄송합니다'로
사과했다..너무나 자주 그랬기에 거의 자동반사로 튀어나온다...ㅡㅡ;;
한달전 10살정도 되보이는 꼬마 4~5명이 물건을 사러왔다...으레 오래 일해본 경험상
알고있었지만 아이들은 물건을 쉽게 고르지도 않고 사지도 않으면서 이것저것 만져본다..
그날 따라 이상했는지 보통 아이들이 그러면 기다려 주었는데...몇분정도 그렇게 껌,카라멜
을 고르는 아이들을 보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냥
'야~빨리 골라 만지지만 말고'말이 튀어나왔다...그 말후 좀 놀라서 시선을 어디다두어야
할지 모르겠고 어깨에는 힘이 잔뜩들어갔다(전투태세 ㅎㅎ) 그중 돈을 가진 여자아이가
500원짜리 껌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면서 한마디 했다.
'이거 줘~'반말 하면서 짜증을 냈다...안그래도 열받고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던터라
입술이 떨렸다..머뭇머뭇 하다가 입에서 '장난하냐?왜 반말이야?'하며 째려봤다...
그냥 그런척한게 아니라 무척 열받고 화가났다..솔직히 그 작고 귀여운 꼬마들이 그당시
내눈에는 증오의 대상이고 적이고 날 무시한 싸가지 없는놈으로 보였다...
그말후 두려워하며 잔돈 500원을 건네받는 아이를 보며 너무 당황하고 경직되서
미안한마음에 뒤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잘가~'하고 말했다 ㅠㅠ
이틀뒤엔 내가 가장 두렵고 싫어하는 고등학생 남자 패거리들이 라면을 먹으로 왔다...
오랜경험으로 그들이 올시간을 알고있기에 오면 무슨일이 벌어질줄 예상하기에 그 시간이
가까워오면 기분이 나빠지고 경직되기 시작한다....맘속으로 온갖 상상을 한다...
당당하고 멋지게 '라면은 꺠끗하게 먹고 국물은 국물통에 넣어줘~'
'개새끼들아 형이 만만하냐?라면 곱게 먹어라~'등등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상상에겐 내가 이긴다^^;;
한두명이 라면을 사고 시끄럽고 물건이 어지럽혀지고 고등학생특유의 욕설이 가게에 조금씩
울려 퍼지면서 나의 분노도 점점 올라간다...손이 떨리고 시선은 그들과 마추칠까 컴퓨터에만
고정되어있다..항상 그랬고 그 상황에서도 나는 억지로 웃고 있었다...
오늘은 자주 안오던 여자고등학생도 와서 염장을 지른다..웃으면서 가게를 뛰어 다닌다..
그리고 놀다가 지쳐 음료수캔을 들고 온다...(속으로 씨발년~장난하나)
나보다 '오빠~이거 먹으까요 저거 먹으까요'물어본다...
'아~장난하지 말고 그냥 골라 살거야~말거야~'하고 짜증을 냈다..강도가 약해서..
난 화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웃으며 캔음료를 산다...(으유~)
그 무리중 나랑 갠적으로 농담도 하고 친한 남자아이가 바로 직후 나에게 비수를 꽃는다..
형 '이 라면먹을까? 저거 먹을까?형이 골라줘요~'
그 순간 섬광처럼 내입에서 욕이 나갔다..
'야~씹새끼야 지랄하지말고 그냥 아무거나 쳐먹어~그리고 가게에 몇초간 침묵이 흐르고
나의 고개는 자동적으로 포스로 향한다..'어떻하지?내가 미쳤나?그냥 나가라~'등등
맘속에 이야기들이 일어나고 두려움이 업습한다..재미있는건 그 남자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날 정면으로 보면서 튀김우동을 들고 온다..난 옆으로 흘끔흘끔보니 점점 가까이 오고
눈을 못쳐다보며 '1000원~'이라 말하고 재빨리 계산한 뒤에 허둥지둥 시키지도 않은
일을 부지런히 하기 시작한다...일을 하는게 아니라 어쩔줄몰라그냥 몸을 움직였다..
오래동안 안나가서 그냥 포스앞에서 얼굴 궅은채로 가만히 있었다..
많이 두려워하고 있었다...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 그다음날 누구랑 이야기 하다가
문득 오래 잊혀진 과거가 떠올랐다...중학교 1학년때 용기를 주려했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나에게 선도부장을 시키셨다..보통 힘세고 통솔력있는 아이들이 하는데 왜
내가 뽑힌지 모르겠지만...중간에 짤렸다..^^;;
수업시간 교실이 시끄려워질때면 내 주위 친구들이 '정만아~선도부장이 머하냐? 조용히 해
라고 한마디해라~'라고 보채면 그제야 난 마지못해 입술을 파르르떨며 '조용히 해'라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한다.그러면 오히려 아이들은 그런 나를 비꼬며 '선도부장님이 조용히
하시란다 조용히해라~'라며 우리반 싸움1등이 말하면 몇초간 조용해 졌다가 다시 키득키득
거린다...그럼 다시 나를 보채고 나는 나름 큰목소리를 내보려하지만 아이들은 계속웃는다..
그때 그랬다 14살때난 화를 내거나 무슨 말을 하는게 너무 두려웠다...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아이는 나와 함께 하고 있지만 난 왜 이렇게 화내는게 두려운지 말을 떨면서
하는지 당당하지 못한지...이해가 안된다...짧은 순간이지만 억압되있던 기억을 떠올리니
나를 정죄하던 강도가 조금 줄어들었다...그리고 생각했다..조금씩 조금씩 말하면 된다고~
어제 내가 가장 꺼리고 무서워하는 사장님이 맨날 나에게 했던 말을 하셨다...
'넌 싸우는거 두려워하고 고칠려고 노력도 안한다고 내가 너를 비난 하는게 아니고
잘되라고 이말 하는거다 근데 넌 고집이있어서 내말은 안듣는다고~'
난 내 진심을 말했다 '맨날 나 잘되라고 비난하는게 아니라고 하지만 솔직히 이제껏
난 비난으로 들렸다고 날 고치려고 하는 그게 기분나쁘다고..난 내 걸음으로 조금씩 갈거
고 사장님은 사장님 걸음으로 가세요~'
'내가 일할때 서툴고 결과를 잘못내고 통솔력이 부족하다고 그 원인을 찾자고 하시지만
이제껏 4년간 사장님과 대화중 찾은 원인들은 도움이 안되는것같다고 난 내 스스로 믿어
주는 자신감이 없었다'고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한후에 가슴이 떨려왔지만 그전 보다는 덜했고 돌아오는 사장님의 반응은 예상외였다..
듣고 보니 그렇네..맞아..라고 말했다..(놀랐다~ㅠㅠ)
조금후 헤어진 다음에 이제 떠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기간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
만 내 마음이 떠나도 날비난하거나 죄책감을 갖지않으거란 느낌이 들었다..

댓글목록

실개천님의 댓글

실개천 아이피 (124.♡.44.5) 작성일

저만큼 착한 분이 여기 또 계셨네요^^

중학교 때 기억으로 문득 문득 기억이나 고통스러웠던 게 있어요
어떤 애가 말을 걸어 왔어요
근데 저는 접근금지의 표시로 의자를 집어 던졌어요..@@..
왜 그랬는지 이유는 지금도 알 수 없답니다ㅠㅠ

저는 지금 제 나름대로 이해하는 것은
'지구상의 전쟁의 시발점은 내 안의 전쟁이다'이란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단 것과
인간 고통 하나 하나가 결국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힘들어본 사람이 힘든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아~ 고생이 많으십니다.
편의점의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지는군요.
앞으로도 자주 글 올려주세요.

꽃씨님의 댓글

꽃씨 아이피 (110.♡.211.124) 작성일

눈높이 교사 시절..자기 일을 사랑했던 아무개님처럼 ..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을거 같아요
전 매일 아침 묵상을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내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해달라고..
봉사에 가까운 일이라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들더라구요^^

Total 6,238건 173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938 권보 5743 08-06-01
1937 피곤이 4271 08-06-01
1936 고포 4932 08-05-31
1935 둥글이 6075 08-05-31
1934 의경 15405 08-05-30
1933 대원 5054 08-05-30
1932 지금 4641 08-05-29
1931 권보 11266 08-05-29
1930 무승 4605 08-05-29
1929 둥글이 5767 08-05-29
1928 대원 4886 08-05-29
1927 지하철 3956 08-05-29
1926 무아 4142 08-05-29
1925 봉급자 7379 08-05-28
1924 둥글이 5753 08-05-28
1923 김재환 5341 08-05-28
1922 봉급자 4472 08-05-28
1921 질문자 4922 08-05-28
1920 봉급자 4212 08-05-28
1919 둥글이 6611 08-05-28
1918 권보 5976 08-05-27
1917 우병이 4501 08-05-27
1916 은진 15816 08-05-27
1915 대원 4293 08-05-27
1914 둥글이 5899 08-05-26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12,746
어제
13,850
최대
18,354
전체
5,904,507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