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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행진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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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보 (125.♡.91.239) 댓글 1건 조회 6,242회 작성일 08-06-08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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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국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릴까요?
저는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이처럼 위력적일 줄 사실 처음에는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어, 시민이 무섭다, 그런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무서운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와야 무섭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러나 분명히 무서운 것은 사실이거든요.
미국이 저렇게 좋은 말 하리라고 완전하게 뭘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말씨라도 좋은 말씨로 조심스럽게 그렇게 할 줄은 정말 저도 상상 못했습니다. 이 말이 별로 마음에 안 드는가 봐요? (웃음)
그래서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제가 이러쿵저러쿵 몸조심하느라고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쿵저러쿵 정말 말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말하는 데에 따른 부담은 많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은 별로 안 되는 것 같다는 판단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을 하지 않는 거에요.
그래도 이거는 확실하다 싶은 것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청와대로 행진하는 그거요. 저도 청와대에 살아봤는데, 그거요 겁은 안 나고 기분은 되게 나쁘고 그리고 별 소득이 없어요. 저는 청와대로 행진하는 그건 안 했으면 좋겠어요.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일부 질 나쁜 신문제목을 보니까(웃음/ 함성 조중동 보지 마세요.) 재협상에서 정권퇴진으로 제목을 이렇게 뽑아놨습디다. 실제로 정권퇴진 구호가 얼마나 합창으로 나왔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신문에서 타이틀을 그렇게 뽑아놨다는 것은 정권퇴진, 그런 구호 별로 좋은 게 아니다, 이런 뜻으로 해석이 되기도 합니다.
얘기를 하다 보니까 전략적 관점에서 제가 얘기를 먼저 하게 됐는데, 그냥 원칙적인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쇠고기 협상, 아무리 잘못됐다 할지라도 그 일로 정권퇴진을 그 진짜로 그냥 말로 한 번 해보는 거는 괜찮은데 진심으로 믿고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의 헌정질서의 원칙에서 맞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수)
그래서 말로 한 번 해보시는 것은 괜찮은데, 진짜 되는 줄 알고 올인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결코 민주주의 질서 속에서 바람직한 일도 아닙니다. 이 두 가지만 꼭 부탁을 드리고요. 멀리 보고 가십시다. (박수)
앞으로, 앞으로 여러 가지 일들이, 여러 가지 정책적인 쟁점들이 생길 텐데요, 정말 중요한 정책들이 많습니다. 매 정책이 하나하나 불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18대 국회입니다. 여러분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 요구하고 또 공격하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진짜 위험한 존재는 18대 국회입니다.
대통령은, 저도 대통령을 해봤는데요. 대통령이 직접 챙길 수 있는 가짓수에는 몇 가지가 안 됩니다. 또 직접 챙기더라도 그 내용을 세세히 다 따지긴 어렵습니다.
제 자리는 제가 겁나게 공부를 잘하고 보고서를 하루에 수십 건씩 읽어가면서, 꼼꼼히 메모해가면서 다 따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막상 이 법안으로, 또는 정책으로 마지막 결론이 나와 올라오는 것들을 보면 제가 챙기지 못한 일들이 제 의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실무선에서 굽어져 간 일들이 수없이 있습니다. 그건 제가 무능력했기 때문이라고 결코 생각지 않습니다. 구조적으로 대통령이 다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매우 중요하고 또 특히 상황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이처럼 떨어지고 나면 여당이라도요, 정국을 주도해 가려고 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대통령보다 훨씬 더 큰 권력을 국회가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여러분들은 국회가 하는 일에 주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박수)
제가 대통령을 지내 보아서 대통령당 비슷하게 얘기했는지 모르겠는데 그 대통령에게도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지만 전략적으로, 원칙적으로도 적절한 수준에서 대통령을 밀어붙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그..으..잘 나가다가 끝에 가서 이게 막히네요. (웃음)
제가 이 조심스러운 얘기라서 그런데 대통령은 5년간, 앞으로 5년간 열심히 국정을 이끌어나가야 될 분입니다. 일을 잘하도록 요구할 것은 확실하게 요구하되, 그 안에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또 국민의 뜻을 최대한 헤아려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이렇게 여러분들이 잘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장 내키지 않는 일일지 모르지만 멀리 보면 그것이 옳은 길이고 또 여러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거든요. 제가 그렇다고 싸우지 말라는 말은 아니니까 매우 지혜롭게 지혜롭게… 그… 이… 결국은 감정이… 감정이 쏠려가는 데로 여러 사람들의 힘을 밀어갈 것이 아니라 아주 합리적으로 여러 사람들의 힘을 통제해가면서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댓글목록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125.♡.91.239) 작성일

편안한 자리에서 절제하며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실 청와대로 밀고 가는 것은 좀은 걱정됩니다.
그래도 청와대앞에서 시위를 하는 그런 나라가 될 날도 오기를 바랍니다. 먼 훗날이 되겠지만......
백악관앞에서 몇년째 혼자서 시위하시는 분도 봤습니다만, 우리나라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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