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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러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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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 (211.♡.174.147) 댓글 3건 조회 5,930회 작성일 08-07-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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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쓰고 있는 오피스텔에서 밥을 짓고, 야채를 씻고, 두부를 부쳐서
야채 쌈밥을 해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몸이 나른해지고 기운이 빠지네요.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마저 해야겠습니다.
앞에서 '저항'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사랑의 부엌님 말씀대로 굳이 '저항'을 느끼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의식하든 안 하든 저항은 일어나고 있을 것이고,
두려움, 불안, 외로움, 초라함, 답답함 등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면,
그곳에 저항이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문제만 인식하고 있다면, 그 문제가 곧 실마리고 길인 것이겠죠.
아니, 사실은... 문제가 곧 해답입니다.
이 해답은 1+1=2와 같은 관념적인 해답이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히 문제가 바로 해답입니다.
지금 실제로 경험하는 것이 바로 해답입니다.
적어도 제가 알기로, 김기태님은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전에 '새끼줄과 뱀의 비유'에 대해 말하면서,
김기태님이 뱀이 바로 새끼줄입니다.라고 말씀하신다고 얘기했는데,
그 말이 이 말입니다.
뱀이라는 문제 자체가 바로 새끼줄이라는 해답이라는 것이지요.
질의응답방에서, 여기지금님의 글에 대한 김기태님의 댓글에
'이해의 전환'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점을 얘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기태님은 뱀을 '생명의 열매'라고도 말씀하십니다.
나를 살리는 생명 에너지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좋음과 나쁨을 가리는 판단(선악과)이
그걸 뱀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뱀이 생명의 열매라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먹어야 하겠지요.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김기태님의 말씀을 접한 분이라면, 이제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디에 머무르나요?
예.. 문제 안에 머무릅니다. 저항이 있는 곳에 머무릅니다.
가슴 안에 머무릅니다. 지금 여기에 머무릅니다.
그런데 머무르기가 힘듭니다.
두려움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보통은 두려움이 일어나자마자 피해버립니다.
저쪽에 뱀 같은 형체가 보이자마자 피해버리는 것과 똑같습니다.
별 수 없습니다. 도망치지 않아야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도망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망쳐도 괜찮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도망치지 않아야 문제가 해답으로 바뀐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수없이 도망치게 됩니다.
당연합니다. 처음에는 모두들 그렇게 합니다.
이렇게 나타나자마자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김기태님은 '멈칫'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도망, 도망, 도망.. 멈칫, 도망, 도망.. 멈칫, 도망, 멈칫, 도망, 멈칫, 멈칫....
자꾸 도망치다 보면, 자책도 하게 되고, 좌절도 하게 되고,
짜증도 나고, 심지어 김기태님에게 원망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더 편한 길을 찾아볼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자신이 '도망자'로 인식되는데.. 기분이 좋을 까닭이 없겠지요.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수없이 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있으려는 마음을 내다 보면,
아마 머물러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날 것입니다.
뱀처럼 보이는 문제가 실은 에너지입니다.
따라서 머물러 있으면, 허용하면, 받아들이면, 먹으면..
머물러 있는 것 자체로 에너지를, 힘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머물러 있는 힘이 너무 약한 분은
김기태님이 보조 수단으로 가끔 제안하시는
호흡 의식하기나 108배를 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떤 분이 말씀하시더군요.
수행은 머물러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
머무르는 과정을 거치며 아마 많은 내적 경험들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점차.. 머무르는 즐거움도 알게 되겠지요.
이미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이만 줄입니다.
p.s.
사실, 저는 김기태 스쿨의 좋은 학생이 아닙니다. 불량 학생입니다.^^
수많은 졸업생들도 있고, 우등생들도 많은데.. 저처럼 배움이 더딘 학생이
많은 말을 늘어놓으려니 참 쑥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조금씩 김기태 스쿨에 대해 얘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얘기를 꺼내봅니다.
선배와 도반 여러분들께서는 잘못된 점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해주시고
바로잡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보완해 주셔도 좋구요..

댓글목록

사랑의부엌님의 댓글

사랑의부엌 아이피 (221.♡.56.144) 작성일

저항이란 말, 머물러 있기,
 음 문득 그런 말들을
 잘 모르겠습니다.

 김윤님, 오늘은 글을 읽고만 있습니다.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61.♡.135.215) 작성일

저는 사랑의 부엌님에 대해 전혀 모르니까..^^ 그냥 원론적으로 얘기하겠습니다.

저항이라는 말을 모르겠다는 것은 저항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 같은데,
저항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일 것입니다.

1. 저항이 있는데도 의식하지 못한다.
2. 저항이 전혀 없다.

2번의 경우는 김기태님 같은 경우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아마도) 고통스럽고 힘든, 내면의 상처 치유 과정을 마치고
지금 경험하는 것들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사람.

1번의 경우는.. 내면으로, 가슴속으로 충분히 깊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럴 수 있습니다.
저는 김기태님을 만나고, 내면 깊은 곳의 무언가가 건드려지면서
비로소 내면의 저항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자유케 하는 것은 저항이 아니라 사랑입니다.라는 말이 분명히 다가왔지요.

'내면 깊은 곳의 무언가'라고 표현했는데, 그것은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1번의 경우라고 해서 억지로 저항을 의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행복하면 행복을 누리면 되겠지요.^^
무엇이든지 필요하면, 제때에 알아서 저절로 찾아오는 것 같아요.

사랑의부엌님의 댓글

사랑의부엌 아이피 (221.♡.56.144) 작성일

2번은 아니구요.

음..1번을 더 생각해볼께요.

(^_*)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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