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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아저씨 둘의 사랑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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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일호 (14.♡.40.191) 댓글 7건 조회 8,083회 작성일 11-05-0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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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의 저서 중에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가 있다. 첫머리쯤에 김용옥본인이 직접 목격한 숭산스님의 문답이 묘사되어 있다. 하버드대학에서 열린 숭산스님의 강연회에 참석한 얘기인데, 베키라는 여자가 숭산스님에게 무엇이 사랑이냐고 묻는 장면이다.
왓 이스 러브? What is love?
문법도 발음도 엉터리인 숭산스님. 김용옥이 전하는 숭산스님의 답변은 이렇다.
아이 아스크 유, 유 아스크 미. 디스 이즈 라부 I ask you, you ask me. This is love
이 부분을 읽은 것은 10년도 전이다. 숭산스님의 이 대답은 무슨 의미일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곳 웹싸이트에서 '사랑한다'라는 말을 밥먹듯이 하는 두 사람이 있다. 김기태선생님과 아무개. 이 두 분은 나이로는 오십언저리에 계신 분들이다. 요새 20대 젊은 친구들도 '사랑한다'라는 말은 애인에게조차 쉽사리 나오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 칙칙한 아저씨 둘은 사랑한다는 말을 밥먹듯이 한다. 그것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 대상에도 차별을 두지 않는다. 아무에게나 한다. 하도 많이 해서 이제는 그런 말을 하는지 안 하는지조차 무감각해질 지경이다.
이 두분을 보고 있자면, 밥먹고 물마시고 숨쉬는 것 모두 사랑아닌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사랑한다는 말을 그렇게 밥먹듯이 물마시듯이 숨쉬듯이 내뱉는 것이리라.
숭산스님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이제 겨우 이해가 갈 듯 말 듯 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네가 얘기하면 내가 듣고, 내가 얘기하면 네가 듣고, 네가 물으면 내가 답하고 내가 물으면 네가 답하는 것밖에 없지 않은가?
사랑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가 존재하는 이대로가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이 오십대 언저리의 칙칙한 중년아저씨 둘은 시도때도 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겠지. 우리 모두는 지금 이대로 완전하게 존재하므로.

댓글목록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180.♡.6.2) 작성일

숭산스님의 '사랑의 정의',

아이 아스크 유, 유 아스크 미. 디스 이즈 라부 I ask you, you ask me. This is love

라는 말씀을 오래전 같은 책에서 보고는 정말 얼마나 가슴 벅차게 좋았는지 모릅니다.
이 좋은 말씀을 일호님 덕분에 다시 보게되어 참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일호님,
사랑합니다 일호님.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아~ 정말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습니다.

저는 이 말을 보고, '오잉? 이게 뭔 말이여?' 했거든요. ㅋㅋㅋㅋ

권보님, 제게도 한 수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

아무개님의 댓글

아무개 아이피 (116.♡.248.160) 작성일

낚시에 딱 걸렸군............^^
웬 중년 두 동성연애자 아저씨의 사랑고백????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입니다. 저를 성적인 욕구의 대상으로 안 보셔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의 이기성은 안 채워주셔도 괜찮은데요.
전 포기했습니다. 누가 저 사랑해주지 않아도 저 이젠 괜찮아유~~~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당신의 이기성을 채워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이라.....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역시, 아무개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오는군요. ^^
감사합니다.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요새 커밍아웃이 대세라....ㅋㅋㅋㅋ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180.♡.6.2) 작성일

ㅎㅎㅎ

제가 양성평등박애주의자니까
정확하게 표현하면, 양성애자(?) 아자씨가 되겠습니다. ^^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180.♡.6.2) 작성일

뭔 말이냐구요?
저도 몰라요 뭔 말인지........

하지만, 너무 좋아서
막연하지만,
그래 맞아 맞아 정말 맞아..........
그러면서 막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어요.

그냥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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