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가르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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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일호 (14.♡.40.191) 댓글 6건 조회 5,912회 작성일 11-05-09 01:00본문
최근 게시판의 글들을 보면서 남을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다체로 썼습니다.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질책과 비난 부탁드려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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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말한다. 열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에도 반드시 나처럼 충직하고 신의를 중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십실지읍 필유충신 여구자언 불여구지호학야 (十室之邑 必有忠信 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논어 공야장편에 나오는 말이다.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말이다.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니. 이 말은 공자는 공부하기를 좋아했다는 말로 이해될 뿐이고, 공자가 얼마나 ‘호학’하는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근거로 인용될 뿐이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조금 달리 생각해본다. 나는 이 말을 배우기를 좋.아.한.다.로 해석하기 보다는 ‘배우기’ 에 보다 더 초점을 둬서 생각해본다. 나의 얘기는 이렇다.
배우기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가르친다’ 로 상정해보자. 물론,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가르침이라는 행위를 통해 나의 ‘무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르친다는 것은 배운다의 다른 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좁은 의미의 가르친다, 즉, 나의 앎을 다른 이에게 전수하는 행위에만 초점을 맞춰본다.
‘배운다’의 반대말로 ‘가르친다’를 상정하고, 여기에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라는 공식을 대입해보면, ‘배운다’는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가 된다.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곧바로 ‘배운다’가 되지는 않지만, ‘배운다’에는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포함이 된다. 배우는 것은 모르는 사람의 행위이고, 모르는 사람은 가르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위에 인용한 공자의 말에 대입해본다.
‘나만큼 가르치려 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가 된다.
나는 여기서 우리의 삶을 본다. 우리는 평생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산다.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부모는 자식을, 자식은 부모를, 상사는 부하를, 부하는 상사를, 나는 남을, 남은 나를, 우리는 끊임없이 남을 가르치고 가르치려 하고 가르쳐주고 싶어하면서 산다. 우리는 왜 그렇게도 가르치려 하는 것일까?
나는, 공자는 가르치려 하지 않는 사람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자는 당시 매우 유명한 스승이었다.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향력이 막강한 선생이다. 그가 이렇게 힘있는 스승이 된 것은 그가 ‘가르치려 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가르치려 하지 않았기때문에 뛰어난 스승이 되었고, 남을 가르치려 하기 보다 자기의 무지에 대해 배우려고만 했기 때문에 시간을 뛰어넘는 스승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만큼 가르치려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라는 공자의 말에서, 나는 남을 가르치려고 하는 자는 결코 남을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배운다.
댓글목록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180.♡.6.2) 작성일
우왕, 공감백배 !!
공자의 가르침에 대해서 '예(禮)'를 그 핵심이라고 들었습니다.
공자가 '예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묻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하더군요.
이 '예' 또한 일호님이 '배우기'에 대해 해석해준 것처럼,
'가르치지 않는다'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p.s. 글머리에 '하다체'가 뭔 뜻인가..... 한참을 고민했드랬습니다. ^^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하다체는 합쇼체가 아니라, 종결어미로 하다를 쓰는 것을 말합니다. ^^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이 곳에 자주 오는 이유는,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곳에 있기 때문이고, 또 가르치려 하지 않으면서 가르침을 펴는 분들이 있기때문입니다. 모다 저의 스승들이지요. ^^
꽃씨님의 댓글
꽃씨 아이피 (110.♡.211.125) 작성일
꽃씨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일호누나 ㅋㅋㅋ
'나만큼 가르치려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라는 공자의 말에서,
나는 남을 가르치려고 하는 자는 결코 남을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배운다...음..접수^^
아무개님의 댓글
아무개 아이피 (211.♡.1.212) 작성일
가르치고자 해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가르치지 않고자 해서 가르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오직 인연일 뿐.....^^
인연에 따라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
그것이 곧 가르침이 되겠지..
공자가 말한 '나만큼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은
결과는 오직 하늘에 맡긴다는 뜻이이라고 생각된다.
모두다 자기만의 색(色)안경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니깐....^^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일호는 언제쯤 볼수 있을까나?
내 목이 더 길어지고 눈이 더 커지것다.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왜요? 꽃씨언니? ㅋㅋㅋㅋ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이거 어제 밤에 졸린데도 세시간이 쓴 글입니다.
저로서는 안 돌아가는 머리 어렵게 굴려가면서 세시간동안 낑낑대고 쓴 건데,
아무개는 그냥 한 칼로 다 시마이해버리시네요.
그런데 저는 틀렸다고 말도 못하고. ㅋㅋㅋㅋ
아~ 억울하다 억울해.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