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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백화점에서의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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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일호 (14.♡.40.191) 댓글 5건 조회 5,934회 작성일 11-05-10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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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백화점이라는 단어를 보니 옛날 일이 생각나네요.
대구는 사실 지내면서 제가 굉장히 힘겨워했던 곳인데, 한편으로는 여러모로 의미깊은 곳이기도 합니다. 앞산에 있는 대구시립남부도서관에서 붓다의 제자가 되었고, 계명대도서관에서 반야심경을 외웠고, 반월당어딘가에서 산 불상은 지금도 제 방에 있고요.
비원님을 처음 뵌 것도 대구고요. 그리고, 제가 제 발로 저 혼자 백화점에 들어 가서 물건을 산 것도 대구였습니다. 아마 처음이지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때는 청바지 Lee 매장이 대구백화점에만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지요. 그렇다고 다른 청바지를 살 수는 없었으니까요. 저는 옷을 입으면 계속 그 옷만 입고 그 옷이 낡아서 못 입게 되면 똑같은 옷으로 사서 또 입거든요.
사무실에서 대구백화점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청바지 매장을 찾았지요. 제가 입고 있던 청바지의 칫수와 색깔등등을 바지에 붙은 라벨을 보면서 일러주었습니다. 언제쯤 가겠다고 전화를 해 놓고요. 물론 가기 전에 매장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놓았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대구백화점 청바지 Lee매장에 들어가서 청바지를 받고 돈을 주고 다시 차에 돌아오니 약 8분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행스럽게도 호흡곤란이나 의식장애는 오지 않았습니다.
저처럼 백화점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이렇게 하면 백화점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백화점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매장위치를 지도로 확인하고 동선을 파악해야합니다. 백화점은 들어가기는 쉬워도 나오기는 어려워서, 잘못하면 큰 내상을 입게 되거든요.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백화점에 들어갈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처럼 백화점알레르기있으신 분들은 옷 하나를 입어도 최소한 10년은 기워가면서 입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대구백화점에 얽힌 추억이었습니다.
덧붙여, 문화센터는 사실 백화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그러니, 백화점알레르기 있으신 분들도 문화센터가시는 건 안심하셔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부가 넘 심했나요? ㅋㅋㅋㅋㅋ

댓글목록

꽃씨님의 댓글

꽃씨 아이피 (110.♡.211.125) 작성일

저두..맘에 드는 옷이나 구두나 가방은 너덜거릴때까지..
고집하면서 들고 입고 신고..버려지지가 않던데...
주변사람들이 바꿔라 바꿔라 항의 하다가 ..사주기도 하고 ㅋㅋ
요즘은 인터넷 주문이 가능하니까..
알러지를 경험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겠어요.일호님..
그보다 왜 백화점 알레르기가 생겼는지 궁금한데요 ㅋㅋㅋㅋㅋㅋ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이유는 없지요.
백화점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백화점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거니까요. ^^
저는 단지 좋아하는 쪽에 있지 않다 뿐이고요. ^^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123.♡.61.222) 작성일

저 역시 백화점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답니다. 그런데 저는 이유가 있.더.군.요.^^

굳이 백화점에 가야만 살 수 있는 물건이 생기면 저도 일호 님처럼 정도는 아니지만서도
물건만 딱!,사고는 나옵니다. 저는 일호 님과는 달리 여자거든요?ㅎㅎ
 여자들은 아이쇼핑을 엄청 즐기잖아요...
그런데 여자인 제가 그러고 있더라는 것이에요.
그래서 왜 그럴까를 저의 심리상태에 대해서 곰곰히 관찰했었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밖에 나가봐야 합니다. 갔다와서 이어서 다시 쓸 말이 있답니다.
왜냐하면...지금은 편안하게, 아주 편안하게...백화점에서 아이쇼핑도 즐기고 필요한 건 사고...
그렇게 되었거든요.^^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아직도 정리님 말씀이 안 올라왔네요. ^^
정리님은 이유가 있으시군요.
저도 몇가지 이유는 있습니다.
다만 그 이유란게 이제는 더 이상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하지요.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211.♡.56.32) 작성일

제가 백화점을 힘들어했던 이유의 사설을 풀자면요, 일호 님~

백화점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양 손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나오는 제가 있더군요.

물론 제 삶에 사치스런웠던 적은 거의 없었답니다. 사치스러월 여력이 없기도 했지만요.

하지만 쇼핑백에 담겨진 물건들은 꼭 필요한 물건들은 아닌 것이 대부분이였거든요.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에서 점점 멀어지는 듯한...

욕망에 휘둘리는 제가 참 싫어지더군요.그때는 그랬다는 거지요.
물론 좀 더 내면에 힘이 강하면 피하지 않고 해결해 나갈 터인데 저는 힘이 좀 딸렸답니다.

한 템포(거의 10여 년) 쉬고 나니 장정일의 라디오처럼 나의 욕망도 끄고 싶으면 끄고,

켜고 싶으면 켜면서 편안한 쇼핑을 즐기는 수준이 되었답니다.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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