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비밀' 같은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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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211.♡.96.16) 댓글 0건 조회 6,822회 작성일 08-10-28 16:58본문
저 살아야 할까요?
조아영 08-10-27 09:19
네이버 검색하다가 우연히 선생님 글을 읽고 토요일날 책도 사서 보고, 선생님께서는 답변을 주실 것 같아서 글을 올립니다.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안좋은 일에 시달렸습니다. 7살 때 화재로 2째 동생 잃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제 눈앞에서 동생 기차에 치여 죽고, 친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하고, 중학교 2학년 때 음독자살하시고, 집나갔던 어머니 찾아보니 무당되셨더라구요. 괜찮았습니다, 무당이더라두. 근데 정신이 보통사람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기댈라고 했는데, 엄마라도 찾아서 기대고 싶었는데...제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만 들고...
저 28살입니다. 지금은 얼굴에 여드름 때문에 살기가 싫습니다. 사람들이 다 절보고 흉보는 것 같고 비웃는 거 같구...정신과 가보니 여드름 강박증에 우울증에 애정결핍까지...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고민을 달고 삽니다. 남자친구가 있는데 여드름 때문에 결혼식도 못올리겠습니다. 여드름과 몸이 항상 허약해서 여태까지 먹은 약 때문에 혹시 나중에 아기를 나면 기형아 나올지 걱정돼서 밤잠도 설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저 미친 거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님의 글을 읽으니, 참 가슴이 아픕니다.
그런데 님이여.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체험된 것만이 다는 아니라는 말이지요.
삶에는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비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어쩌면 하늘이 님에게 그 ‘비밀’을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28년의 그 인생 동안 그토록이나 힘겨운 삶을 허락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제가 만난 사람 중에 ‘양애란’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13세 때부터 갑자기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45년 동안 물만 먹으며 살아오시는 분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그 오랜 세월동안 온갖 해괴한 병과 고통들이 이 분의 삶을 끊임없이 덮쳐 오는데, 때로는 전혀 잠을 잘 수 없기도 하고 또 때로는 느닷없이 혀가 가슴팍까지 빠져나와 숨을 쉬지 못한 채 뒤로 넘어간 적도 많으며,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스런 삶을 끝내고 싶어 어느 날엔가는 독한 농약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분의 삶은 그에게 늘 붙어 다니는 고통만큼이나 질겨 마흔 다섯 살이 될 때까지 계속 되는데, 그렇게 45세가 되던 해의 어느 날, 지금까지 없던 빛깔의 의문 하나가 이 분의 가슴 속을 문득 파고듭니다.
“왜 내게 이런 고통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 것일까?”
그러나 이 의문은 지금까지 되풀이되던 자신의 삶에 대한 끊임없는 원망과 저주와 한탄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된 탄식조가 아니라, 정말 단순하게, ‘왜 그럴까?’ 하고 진정으로 알고 싶어하는 단순한 궁금증이었던 것입니다.
이 의문 하나가 처음으로 자신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게 만들었고, 그 과정 속에서 (시간은 좀 걸렸지만) 그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관점과 시각으로 자기 자신의 삶을 바라보게 되는 내면의 깊은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곤 이렇게 말하지요.
“이제 비로소 모든 것이 이해된다. 내게 왜 그토록이나 지독하고 질긴 고통들이 끊이지 않았는지를! …… 나는 지금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고통으로 얼룩진 지난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이, 진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을 벗어나려고만 합니다. 그 고통이 깨달음인데도, 깨달음을 구하는 사람들조차 그것을 피하려 합니다. 나는 그 고통을 깨달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여기에는 하늘의 뜻이 있다.’ 그것이 고통에 대한 내 결론이었습니다.”
님이여.
삶에는 그저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것만이 전부는 아닌, 어떤 숨겨진 ‘비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제 하늘이 그것을 님에게 가르쳐주고 싶은가 봅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십시오. 그리고 우선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양애란’님의 이야기인『또 하나의 나를 보자』라는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인터넷 서점이든 어디서든 구할 수 있습니다.
님과의 인연에 깊이 감사드리면서, 우선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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