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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은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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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자 (211.♡.131.51) 댓글 13건 조회 14,639회 작성일 11-06-1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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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은 날은
얼굴도 예쁘시고 사랑이 많으신
그래서 잘 통할것 같은 윤양헌 선생님과
바닷가를 거닐며
아래쓴글을 토킹 어바웃 하며 데이트를 하고 싶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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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음악에 압도되어 버리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음악이 너무 가슴에 사무쳐 볼륨을 최대한 높여 놓고
그 음악에 무릎 꿇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내 영혼의 깃발 위에 백기를 달아 노래 앞에 투항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음악에 항복을 하고 처분만 기다리고 싶은 저녁이 있습니다.

지고싶은 날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고 너무 발버둥치며 살아왔습니다.
너무 긴강하며 살아왔습니다.

지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비굴하지 않게 살아야 하지만
너무 지지 않으려고만 하다보니
사랑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 제 피붙이한테도 지지 않으려고 하며 삽니다.

지면 좀 어떻습니까.
사람사는 일이 이겼다 졌다 하면서 사는건데
절대로 지면 안된다는 강박이
우리를 붙들고 있는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 강박에서 나를 풀어 주고 싶습니다.

폭력이 아니라 사랑에 지고 싶습니다.
권력이 아니라 음악에 지고 싶습니다.
돈이 아니라 눈물나게 아름다운 풍경에 무릎 꿇고 싶습니다.
선연하게 빛나는 초사흘 달에게 항복하고 싶습니다.

침엽수 사이로 뜨는 초사흘달, 그 옆에 따르는 별의 무리에 섞여
나도 달의 부하, 별의 졸병이 되어 따라다니고 싶습니다.

낫날같이 푸른 다링 시키는 대로 낙엽송 뒤에 가 줄서고 싶습니다.

거기서 별들을 따라 밤하늘에 달배, 별배를 띄우고
별에 매달려 아주 천천히 떠나는 여행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사랑에 압도당하고 싶습니다.
눈이 부시는 사랑, 가슴이 벅차서 거기서 정지해 버리는 사랑,
그런 사랑에 무릎 꿇고 싶습니다.

진눈깨비 같은 눈물을 뿌리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눈발에 포위당하고 싶습니다.
두손 두발을 다 들게하는 눈속에 갇히고 싶습니다.

허벅지까지 쌓인 눈 속에 고립되어 있고 싶습니다.
구조신호를 기다리며 눈 속에 파묻혀 있고 싶습니다.

나는 그 동안 너무 알맞게 익기만을 기다리는 빵이었습니다.
적당한 온도에서 구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가마 속의 그릇이었습니다.
알맞고 적당한 온도에 길들여진지 오래 되었습니다.

오븐 같은 공간, 가마 같은 세상에 갇힌지 오래 되었습니다.

거기서 벗아나는 날이 있어야 합니다.

산산조각 깨어지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버림받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수없이 깨지지 않고, 망치에 얻어 맞아 버려지지 않고 어떻게 품격있는 도기가 된단 말입니까.

접시하나도 한계온도까지 갔다 오고 나서야 온전한 그릇이 됩니다.

나는 거기까지 갔을까요?
도전하는 마음을 슬그머니 버리고 살아온 건 아닌지요.

적당히 얻은 뒤부터는 나를 방어하는 일에만 길들여진 건 아닌지요.

처음 가졌던 마음을 숨겨놓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요.

배고프고 막막하던 때 내가 했던 약속을 버린건 아닌지요.

자꾸 자기를 합리화 하려고만 하고 그럴듯하게 변명하는 기술만 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요.

가난한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가난했기 때문에 정직하고 순수했던 눈빛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적당한 행복의 품에 갇혀 길들여지면서 그것들을 잃어가고 있다면 껍질을 벗어야 합니다.
우리가 가고자 했던 곳이 그 의자, 그 안방이 아니었다면 털고 일어서는 날이 있어야 합니다.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어떻게 우주까지 날아갈 수 있습니까?
제 목청의 가장 높은 소리를 넘어서지 않고 어떻게 득음할 수 있습니까?

소리의 끝을 넘어가고자 피 터지는 날이 있어야 합니다.

생에 몇번, 아니 단 한번만이라도 내목소리가 폭포를 넘어가는 날이 있어야 합니다.

너무 안전선 밖에만 서있었습니다.

너무 정해진 선 안으로 만 걸어왔습니다.

그 안온함에 길들여진 채 안심하던 내 발걸음,

그 안도하는 표정과 웃음을 버리는 날이 하루쯤은 있어야 합니다.

그날 그자리에 사무치는 음악,꽁꽁 언 별들이 함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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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just a Dream ... Claude Cho

댓글목록

Lala님의 댓글

Lala 아이피 (183.♡.110.132) 작성일

로그인 하기 귀찮아 웬만하면 참으려 했었는데...

장마를 맞이하려는 한반도 남쪽 잔뜩  찌푸린 주말 오후에,
이 화려한 음악에, 멋진 시까지 선물해주신 공자님께 댓글하나는 달고 가야져...
(공자님의 화려한 데이트 신청에 엉뚱한 사람이 댓글을 달아 실망스럽겠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늙어서 더욱 멋있어 지는 배우들이 할리우드에는 왜그리 많을까?
위의 잭니콜슨을 위시하여 크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레드포드, 숀코네리 등등 ....
아마 동시대를 살아온 내가 이제 그들처럼 같이 늙어가기 때문일까?

도종환 님의 시는 전반부 다음 구절에서 끝나는 것이 더 나을뻔 했다는 개인적 감상평입니다.

사랑에 압도당하고 싶습니다.
눈이 부시는 사랑, 가슴이 벅차서 거기서 정지해 버리는 사랑,
그런 사랑에 무릎 꿇고 싶습니다. /

그 이후 후반부는 분위기가 전반부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듯 해요. ㅎ ㅎ/


낫날같이 푸른 다링 시키는 대로 낙엽송 뒤에 가 줄서고 싶습니다.

이구절이 너무 찡해... 가능하면 그시절로 다시 돌아가 정말 한번 해보고 싶네...

실개천님의 댓글

실개천 아이피 (124.♡.44.12) 작성일

<가난한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가난했기 때문에 정직하고 순수했던 눈빛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초심(初心), 처음 먹은 마음......

바다海님의 댓글

바다海 아이피 (121.♡.176.74) 작성일

저 영화...봤는데...그림이 정말 이쁘다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4.♡.22.38) 작성일

따듯한 커피 한잔 하실래요 ^)^

공자님의 댓글

공자 아이피 (211.♡.131.51) 작성일

답글 감사합니다
고마움의 표시로 이번주 일요일
제가 나가는 교회의 담임목사이신 하영조 목사와 함께
사랑이 많으신 Lala님 삶에 하나님의 영광이 넘처나길 기도해 드리지요_()_

공자님의 댓글

공자 아이피 (211.♡.131.51) 작성일

^^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123.♡.61.222) 작성일

너무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미소...

비오는 고속도로를 운전해 오느라 많이 피곤했지만
공자 님이 올리신 음악을 틀어놓고 따듯한 물에 목욕을 하고나니
갑자기 인생이 막 알흠다워 지는 거 있죠?^^

나도 저렇게 평화롭고 편안하고 사랑하면서 늙어가고 싶어라...

공자님의 댓글

공자 아이피 (211.♡.131.51) 작성일

“당신은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라는
멜빈의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군요. ^^

공자님의 댓글

공자 아이피 (211.♡.131.51) 작성일

데끼씨는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 ^)^

공자님의 댓글

공자 아이피 (211.♡.131.51) 작성일

따듯한 물에 목욕을 하고나서  알흠다운 음악을 들을때는
인생이  이보다 더 좋을순 없는 (As Good As It Gets) 행복한 상태 이지요^^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4.♡.22.38) 작성일

정리님의 댓글을 읽고
저도 음악을 검색해서 들어보았어요 ( 제 컴에는 안나오네요 ㅠㅠ)

아~~~
목욕하고 들으셨다니......
얼마나 나른하고도 알흠다웠을까요.

나도 저렇게 늙고 싶고...

울 엄니 아부지 저렇게 거니실 때 사잇길로 걷고도 싶어요^^
(싸우실 땐 옆에서 부채질도 하고요 ㅋㅋ)

데끼님의 댓글

데끼 아이피 (14.♡.22.38) 작성일

공자님, 저 영화 이름이 뭐예요? 한번 보고 싶네요

공자님의 댓글

공자 아이피 (211.♡.131.51) 작성일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As Good As It Gets) - 유명했던 영환데...꼭 한번 보세요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rana0626&logNo=9011175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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